매우매우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매우매우 스포일러 함유합니다.
매우매우 매우매우 매우합니다(?)
몇 번이고 말했지만 나는 soha 님의 리뷰 스타일을 좋아한다. 이 분의 리뷰는 체계적이고 분석적이며 때로는 심층적이기까지 하다. soha 님께서 내 단편 몇 개를 묶어 해주신 리뷰 ‘열흘 동안, 단편 7개‘를 받아보고 나서 나는 거의 이 분을 존경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몇 가지 깨달은 바가 있어서 자유게시판에 <리뷰를 리뷰하다> 3부작을 올렸다.
천하의 뼈가 혓바닥이 긴 까닭은 이제부터 리뷰어 soha님의 작품을 리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포르트-다 놀이’는 프로이트의 유아 정신 분석 이론 중 하나이다. 작중에 설명되니까 이것이 무슨 이론인지는 과감히 생략하기로 하고, 작가는 이 포르트-다 놀이를 통해서 작품에 긴장감을 부여해나간다. (추측컨데 엄마와 분리된 모든 유아가 포르트-다 놀이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처음에는 애착인형으로 시작한다. 그것이 포르트-다 놀이로 변한다. 이후로는 모르겠다. 이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꽤 중요한 지점인데, 이해에서부터 시작하여 이해하지 못하는 지점에 도달하는 것이 호러의 기본 플롯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만 이어진다면 그것은 전혀 무섭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볼 때 이 작품은 호러의 기본 작법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그런데 작가는 코멘트란에서 ‘어린아이도 이해할 수 있는 공포 소설을 한 번 써보고 싶었다’고 밝힌다. 과연 이 작품이 어린아이도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인가.
1. 호흡과 박자
글을 읽는 것은 비행기 인천에서 LA 가는 것처럼 쉬지않고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 보다는 도심지의 택시와 같아서 읽고 멈추고 읽고 멈추고를 반복한다. 이 때, 한 번에 읽어들이는 문장의 양을 나는 ‘한 호흡’이라 부르고, 한 호흡의 서로 다른 길이로 인해 불규칙적으로 돌아오는 ‘멈추는 때’들의 연속을 나는 박자라고 이야기한다.
호흡과 박자가 좋다는 것은 술술 읽혀내려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작품의 문장은 호흡과 박자가 매우 좋다. 긴 문장과 짧은 문장, 그리고 쉼표가 적절히 배치되어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A의 곰인형 목에 묶여있던 줄은 없었다. A는 평소처럼 곰인형을 안은 채 구석에 앉아 있었다. 원장님께서는 나와 같이 A를 한동안 지켜보셨고, 내 쪽을 한 번 바라보시더니 무슨 일이 있으면 부르라는 말을 남기고 원장실로 돌아가셨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아무 일도 아니었던 것을 괜히 큰 문제로 만든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나는 어질러진 물건이라도 좀 정리하기로 했다. 흐트러진 책을 다시 순서대로 꽂아놓은 나는 A가 있던 방 구석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곰인형 하나만 앉아 있었다.
호흡이 좋기 위해서는 문장에 걸리적거리는 것이 없어야 한다. 단숨에 읽어내려갈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문장 내에서의 수식구조가 명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장이 만연해지면 수식구조가 모호해질 수 있다. 위 문단에서는 길어질 문장도 쉼표로 끊어내고, 행동을 순차적으로 해소하여 문장이 길어져도 수식구조를 단순화하였다. 가령 이런 식이다.
원장님께서는 나와 같이 A를 한동안 지켜보셨고 / 내 쪽을 한 번 바라보시더니 / 무슨 일이 있으면 부르라는 말을 남기고 / 원장실로 돌아가셨다.
위 문장은 한 문장이지만 사실은 네 개의 문장을 합쳐놓은 것과 같다. 작가는 문장을 길게 사용할 때, 반드시 더 짧은 문장을 순차적으로 해소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덕분에 수식구조가 모호해질 염려가 없고, 긴 문장도 한 호흡으로 읽어내려갈 수 있게 된다. 리뷰하는 실력에서도 알 수 있었지만, 문장을 사용하는 능력이 유치하거나 모자라지 않다. 어떤 면에서는 내가 추구하는 방식의 문장을 사용한다고도 볼 수 있겠다.
2. 점점 이해를 벗어나는 스토리
문장이 깔끔하고 좋아서 끝까지 읽어내려가는 데에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문제는 내가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로 읽고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몇 번 있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늘 이야기하지만 내 개인적인 독해력의 문제일 가능성이 있다. 몇 번 다시 읽어보며 내용을 이해해나갔지만, 그럼에도 결말이 뭘 의미하는지는 도저히 모르겠다.
이것은 내용이 너무 복잡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령 몬테술 님의 <불청객>을 본다면 내용 자체는 지극히 단순하다. 밖에 뭔가가 있는데, 뭐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그에 대한 할머니와 동생의 반응이 너무 격렬하여 나도 점점 혼란스러워진다. 이 정도로 짧게 요약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작품의 경우 내용이 너무 복잡하다. A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발언은 서로 모순되고, 내용상 아버지를 더 좋아해야 할 거같은 A는 이상하게도 어머니에게 집착한다. (이 이상함은 좋은 이상함이다.) 거기에 누구의 말이 사실인지는 밝혀지지도 않은 채 어머니는 A에게 못할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중얼거린다. 게다가 마지막에 A가 보이는 행동은 뭐란 말인가. 아니 굳이 마지막이 아니더라도 거울 앞에서 곰인형과의 모든 행동들이 이상하다. 그리고 작가는 이러한 이상한 현상들 그 어떠한 방식으로도 해소하지 않고 넘어가버린다.
물론 공포는 알 수 없는 것에서부터 기인한다. 그렇지만 스토리 모든 것이 이해할 수 없어서는 안 될 일이다. 뭔가 점점 밝혀지는 것도 있어야 하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미스테리하다. 심지어 결말도 너무 열려있다. 작가 본인이 무엇을 의도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독자가 주인공에게 이입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워서는 안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짧게 써보았다. 작가는 코멘트란에서 ‘어린아이도 이해할 수 있는 공포 소설을 한 번 써보고 싶었다’고 밝힌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어린아이는 커녕 다 큰 사람도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아니면 단순히 나만 이해를 못했거나). 호러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의 존재에서 기인하지만, 그 플롯은 단순해야 한다. 이 작품의 패착도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문장의 수준을 생각하면 여러모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전에 제 글을 리뷰해주셨을 때, 저도 리뷰하겠다고 했는데, 리뷰의 퀄리티가 soha님의 그것과 비교하기에는 너무 떨어지는 것 같읍읍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