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모든 면에서 저를 잡아 끄는 취향 저격의 강한 향기를 풍겼기 때문에 운명처럼 읽게 된 작품입니다만, 이런 스타일의 작품을 많이 접하지 않으셨거나 소재에 대한 약간의 거부감이 있는 독자분들께도 추천할 만한 훌륭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 감히 몇 글자 남겨 봅니다.
유명 레스토랑의 주인이자 요리사인 백 세현은 어느 날 요식 업계의 거물 김 중산의 초대를 받고 그의 집으로 가게 됩니다. 김 중산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실력과 명성 만큼이나 알 수 없는 기행으로 유명한 사람이었는데, 아무래도 그건 김 중산이 어릴 때 겪은 비극적인 사고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썩 내키지 않으면서도 묘한 기분에 이끌려 그의 초대에 응한 세현은 김 중산이 우리가 흔히 아는 방식으로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것이 아니며, 세현에게도 자신의 방식으로 최고의 오르게 할 생각임을 알게 됩니다.
세현은 그의 제안대로 보이지 않는 선각자들의 가르침을 받고 인간에서 벗어난 존재로서의 삶을 살게 될까요? 세현과 김 중산에게는 어떤 연결 고리가 있었던 걸까요?
이 작품은 단편 스릴러가 독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대부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가 탄탄하고 특히 결말까지 집중력이 전혀 떨어지지 않는 텐션이 너무 좋습니다. 인물의 서사를 보여주는 방식도 훌륭해서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느낌입니다. 과한 묘사와 설명으로 몰입을 망치지 않고,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대화와 명료한 설명으로 독자들에게 작가님이 보여주려 했던 내용을 다 이해 시켜줍니다.
뭐 이 작품의 좋았던 점을 나열하려면 끝이 없겠지만 (일단 제 취향이었다는 점도 중요한 부분일 거라 생각은 합니다. 소재가 어떤 독자분들께는 불편할 수도 있는 점 때문에 말이죠) 제가 꼽는 가장 큰 장점은 몰입도 입니다.
200 페이지 정도 추가해서 중편으로 나와도 순식간에 다 읽을 것 같은 뛰어난 몰입도를 자랑하는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뒷 이야기가 궁금한 여러 설정들이 있기 때문에 정말로 중장편으로 나와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지금까지의 이야기 만으로도 브릿G 독자 여러분들께 일독을 권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긴 미사여구 보다는 한 번 읽어보시라는 추천을 남기고 싶네요. 오랜만에 속 시원한 추천을 남길 수 있어서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미식의 세계]도 한 번 읽어보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