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을 태우세
액귀를 만드세, 귀신을 만들어 귀신이 모이게 하세, 그리하여 모인 귀신을 태우세
귀신 모인 마을을 태우세
읽는 동안 솔직히 너무 무서웠습니다.
진짜 어디 내놔도 지지 않는 세상 쫄보라서 중간중간에 뒤를 돌아봤습니다.
오한이 들었다구요ㅠㅠ
쫄보는 얌전히 다른 글 읽는 게 맞았나 봅니다…….
다행히 노인이 추측을 펼쳐놓을 땐 무서움이 줄어서 지평좌표계 이론을 떠올릴 만큼 여유로워졌지만요
음음, 합리적이군. 맞아 맞아, 그치그치. 마찌 마찌, 그러치, 그러치! 거리면서 읽었어요.
야화꾼이 저처럼 그 합리성을 마음에 들어 했는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추측의 어딘가가 마음에 든 건 사실이겠죠.
읽은 독자는 야화꾼이 아이의 오라비였다는 자연스러운 가정에 이릅니다.
그렇게 봤을 때 야화꾼의 행적은 지독하리만치 귀락촌에 헌신하고 있습니다. 끝까지 말이죠.
귀락촌은 귀신이 모이는 것에 자부심을 품은 마을입니다.
그럼 밖으로 귀신이 나다니지 않으니까요.
그런 마을에 액귀라는 풍습이 생긴 건 어찌 보면 당연했을 겁니다.
귀신이 모이게 마을을 음산하게 하는데, 귀신이 모이게 강력한 귀신을 만드는 것도 얼마든지 생각해 냈겠죠.
하지만 건드려선 안 되는 방법이었습니다.
귀기가 귀신을 모이게 한다.
이 말은 결국 귀락촌 자체가 거대한 귀신으로 전락할 운명이란 말이기도 합니다.
귀락촌은 귀신을 너무 잘 알았습니다. 무엇이 귀신이 되게 하는지도 잘 알았습니다.
한이 맺히면 강한 귀신이 된다.
결국 귀신은 저마다의 한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우린 여기서 등장인물 중 살아있고, 유일하게 한을 가지고 있을 인물을 알고 있습니다.
아이의 오라비입니다.
아이의 오라비는 정말 귀락촌에게 모든 걸 해줬습니다.
여동생을 액귀로 바치고, 본의 아니게 무서운 귀신이 된 것처럼 꾸며줬습니다.
스스로 한 맺힌 자가 되어 돌아갔고, 액귀가 된 귀락촌을 태웠습니다.
네. 전부 귀락촌이 바라는 것들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여동생이 아니라 오라비를 귀신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라비가 타로산으론 가지 않았을 거 같습니다.
귀신은 강한 귀신이 있는 곳에 가야 하는 법이죠.
적어도 저는 그렇게 추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