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하게, 철저하게, 고쳐쓰지 않기 공모(감상)

대상작품: 춘식이는 왜 그럴까? (작가: 은이은, 작품정보)
리뷰어: 레즈, 4시간전, 조회 6

처음엔 좀 독특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왜인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막상 따져지고보면 소설에서 채택하고 있는 소재나 배경 설정, 인물 관계, 갈등같은 것 등이 딱히 새로운 건 아니라서다. 오히려 꽤나 고전적이라 할 수 있는 전형적인 클리셰의 냄새를 강하게 풍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좀 독특하게, 신선하게 느꼈던 것은 애초에 이 소설이 어떠리라고 생각하고 있던 것에서 좀 벗어난, 다르게 말하자면 현대적이지 않은 점들을 많이 느껴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부러 폐쇄적인 것처럼 얘기되는 마을 상황부터가 그렇다. 도로가 정비되고 인터넷이 깔렸으며, 심지어 스마트폰까지 거의 1인 1개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이 보급된 현대 한국에서 소설과 같은 일이 과연 벌어질 수 있을까. 아무도 찾지않는 산 어딘가에 틀어박힌 사이비 종교집단이 아니고서야 그렇게 쉽지 않을거다.

부수적인 갈등요소랄까 장치같은 걸로 등장하는 전염병을 다루는 방식도 쫌 그렇다. 무슨 중세냐고. (웃음)

그렇다면 소설이 당연히 현대 배경일거라고 생각했던 게 잘못이었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 오토바이, 버스, 아파트같은 현대적인 요소들이 등장해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물론 가까운 현대 배경은 아닐 것이란 걸 보여주기도 한다. 대표적인 게 ‘안내군’이다. 80년대 안내양을 살짝 변형한 듯한 이 설정은, 소설이 피부로 느끼는 현대와는 좀 거리가 있는 현대를 그리고 있다는 걸 단적으로 말해준다.

이것은 앞서 얘기한 요소들의 거리감을 설명해주기도 한다. 한국은 특정 지역만 갈라파고스화되어 일반인은 쉽게 믿기 힘들만한 일들이 벌어졌던 적도 있고, 폭력이 당연한 듯 행해지던 군사독재 시대같은 것도 겪은 사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시대 언저리 어딘가에 걸쳐있는 이야기라고 하면 왠지 모르게 납득할만도 하다.

그래서 결론적으로는, 익숙한 조각들을 나름 잘 재조합한 것 같다.

다만, 소재가 그랬듯이 이야기도 다소 익숙하다는 기시감을 느끼게 한다. 비슷한 류의 이야기가 많았어서일까. 딱히 못한 게 없어도 괜히 아쉽다.

그래도 인간에 대한 여러가지를 생각케하는 앞뒤 연결이라든가 냉정하고 계획적인 캐릭터 같은 것도 괜찮아서, 최종적으로는 꽤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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