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남은 자가 묻습니다. “아직 살아있나요?” 공모(비평)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아직 살아있나요? (작가: 엄성용, 작품정보)
리뷰어: 그리움마다, 17년 8월, 조회 114

눈덮힌 겨울산의 모습은 참 고즈늑하면서도 편안해보입니다.. 일단 보이는 부분은 그렇다는거지요,

하지만 실상 현실속의 겨울의 눈덮힌 산은 위험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공간이기도 하죠, 평상시에

걷던 산행로가 모두 눈에 묻혀버린 곳에서 잠시라도 한 눈을 팔면 목숨이 위태로운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눈이 올때에는 등산을 하지 않는게 기본 상식잉가봉가, 누구라도 눈오는날 산에 오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은게 제 생각이기는 합니다만 뭐 개인적으로 전 등산과는 담을 쌓고 사는 사람

인지라, 그것도 그렇거니와 고산의 경우 산등성이나 꼭대기쯤에는 늘 산장과 같은 대피소가 하나정도는

마련되어있죠, 그곳에서 잠시동안 쉴 수 있는 그런 쉼터 말입니다.. 그리고 간단한 요깃거리를 파는 매점

도 있구요, 개인적으로는 참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만, 만약 눈이 오거나 산행이 불가능할때 이 산장에서

세월아 네월아하면서 길이 뚫릴때까지 세상 시름 잊고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은 해요,

보이는 세상이 모두 눈으로 덮히고 하늘은 별들이 쏟아지는 이미지로다가 편안한 여유의 시간을 만든다면,

물론 그 흘러가는 시간동안 날 즐겁게해줄 몇몇 대중소설이 함께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지도 모르죠,

 

 

생각만으로는 그렇습니다.. 갇힌 공간이긴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내가 있는 곳을 알고 언젠가는 다시 돌

아갈 곳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그 시간만큼은 편안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긴한데, 실상 우리가 접하는

불길한 예상은 늘 이런 곳에서 발생하곤 하죠, 자연재해도 마찬가지거니와 이런저런 뭔가 비현실적 공포를

만들어내는 공간으로 이런 자연적 폐쇄공간이 활용되는 예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말씀드린 그런 이미

지의 편안함이 어느순간 돌변하는 상황적 긴박감이 주는 자극적 재미가 만만찮기 때문에 이런 배경의 설정

이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누군가가 바로 달려올 수없는 극단적 폐쇄의 공간이라고

한다면 더욱 그 긴박적 서스펜스를 다루기에 수월한 공간이 되겠죠, 이번에 읽은 이 작품의 배경과 설정 역

시 이런 폐쇄적 극단성을 염두에 두고 진행이 됩니다.. 속절없이 내리는 눈속에 파묻혀버린 산의 능선 어느

곳에 홀로 버티고 있는 산장의 외로운 산장지기의 이야기입죠,

 

 

청년백수의 생활을 힘겹게 벗어나 구한 일자리가 명색이 관리소장이라는 직함을 가진 산장의 관리인이네요,

외로운 곳이죠, 누군가가 산장을 찾아주기 전에는, 그리고 생필품같은 물품을 가져다주기 전에는 늘 혼자

생활을 하는 곳이기에 더욱 허전한 느낌이 많은 상황이기도 하죠, 하지만 이런 것을 제외하고는 하는 일도

없고 일반적인 피난처나 산장의 응대만으로도 충분하기에 나름 적응을 하고 버텨나가고 있는데, 이렇게 눈

이 내려버립니다.. ‘나’는 전화가 연결된다는 안도감 하나로 며칠동안의 갇힌 공간을 버텨낼 수 있을 것 같

습니다.. 그런 곳에서 아무도 찾지 않을 것같은 폭설이 내리는 산의 산장에 누군가가 문을 두드립니다..

이런 별 미친, 눈내리는 날 산을 오르는 인간이 있다니,,라는 생각과 함께 언능 빗장을 풀어 문을 엽니다..

그리고 우두커니 선 키작은 남자를 산장내로 들이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도 이 남자는 가만히 선

체 움직이지 않습니다.. 근데 가만히 보니 자세가 영,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꼈을때 그 남자는 나를 덮칩

니다.. 비명을 지르고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데 밖에서 다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누군가의 문 열어라는 소리와 함께 빗장을 연 순간 닥쳐들어온 이는 나에게 달려든 사람에게 달려듭니다..

그리곤 그가 죽은 이라고 부른 그것에게 지팡이를 들어 내리치죠, 수박 깨지는 퍽소리와 함께 그것은 쓰러

집니다.. 지금 ‘나’는 순식간에 엄청난 사건을 접하게 된거죠, 과연 내가 겪어야할 지옥은 이것으로 끝일까요,

 

 

초반에 읽을때는 뭔가 싶었는데 좀비소설이군요, 하지만 여느 좀비물처럼 수많은 좀비들이 흐느적거리며

나의 주변에서 달려드는 흔한 좀비영화의 느낌이 아니라 위에서 주절거렸던 갇힌 공간속의 눈덮힌 산장에서

벌어지는 극단적 상황이 주는 폐쇄적 공포감이 이 소설이 주는 대단히 매력적인 장르적 감성이라고 볼 수 있

겠습니다.. 이야기가 단순히 물리고 물고 뜯어먹는 일반적인 좀비의 상상력이 아니라 조금은 존재적 상징성

에 대한 철학적 개념도 있어보이고 무엇보다 폐쇄된 공간속에 놓인 인간의 불안한 심리와 그것을 중심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의 극단적 전개에 대한 지옥도를 상당히 매력적인 시점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지요, 작가는

좀비이되 좀비스럽지 않은 상황적 연출을 만들어놓습니다.. 나는 누구이고 여기는 어디인가라는 존재적 판단

에 대한 혼란적 가치관을 폐쇄된 산장이라는 공간속에 몰아넣은 것이죠, 그래서 독자들은 이 작품을 읽어나

가면서 중반을 넘어서 그려지는 인물들의 연결도에 대해 매력적인 호기심으로 집중하게 됩니다..

 

 

작가님은 상황이 주는 극단적 공포와 함께 인물이 주는 혼란스러운 심리적 불안감을 적절하게 접목하여 독자

들이 원하는 대중적 자극을 잘 표출해내고 있습니다.. 좀비물이라는 상당히 혐오스러운 이미지적 자극을 중심

으로 독자들은 이 소설속의 등장인물들이 엮어내는 의구심을 혼란스럽게 판단하는 것이지요, 작가는 코멘트에

이 작품에 영향을 준 작품들을 몇몇 나열해 놓았습니다.. 그중에 가장 중심적인 작품으로 필립 딕 작가의 “두

번째 변종”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속에서도 등장시키는데 이 작품의 의도를 어느정도 엿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었구요, 또한 인물적 설정에 대해 상황적 시점의 방향성을 제시한 구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몽”에 대한 구성도

충분히 즐겁게 경험했습니다.. 무엇보다 중반부를 넘어서서 벌어지는 상황적 흐름과 라쇼몽적 시점의 변칙들이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대한 충분한 긴장감과 서스펜스를 만들어주었기 때문에 무척이나 흥미진진했습니다..

결말부에 이르러서는 대단한 폐쇄적 압박감이 몰아닥치더군요, 또한 엄청나게 몰아닥치는 심리적 불안등의 극

단적 공포로 인해 벌어지는 혼란스러운 상황의 판단적 결말은 상당히 심오하게 받아들여졌습니다..

뭔가 인간이라는 존재가 견뎌낼 수 있는 상황의 한계를 넘어서는 지옥같은 상황의 모습으로 옳고 그름의 판단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그래서 어떻해서든 스스로를 부여잡고 싶은 위태위태한 인간의 존재성에 대해 누군가에

게 물어보는 단 한마디, “아직, 살아있나요?”….. 물론 단순하고 즐거운 좀비소설의 대중적 느낌으로 읽어도

무방한 재미진 작품임에도 개인적으로 조금 더 오바스럽게 확장된 존재적 가치관의 거창함까지 생각해보았습니

다.. 그래서 더 좋았구요, 늘 그렇듯 작가님이 보여주시는 대단히 농밀한 인간의 극한적 심리와 불안성에 대해

감탄을 하곤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제 취향적 스릴러의 감성에 잘 부합하는 작품을 집필하시는 듯해서 애정하

는 편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많이 보여주시고 아직 못 읽은 작품들도 꾸준히 챙겨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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