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가 주는 지배적 공포감 비평

대상작품: 홍수 (작가: 배명은, 작품정보)
리뷰어: 영하, 17년 8월, 조회 80

자연재해가 주는 공포는 상상 이상이다. 몇 십 년이 지나도 자연재해에 대한 확실한 예방책이 없을 뿐더러, 대부분의 자연재해는 언제 일어날지 정확하게 예측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다가올 걸 알면서도 예견하기 어려운 공포 앞에서, 사람은 한없이 작아지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그저 큰 피해가 없길 기도하며 지나가길 바라야 한다. 자연의 강력함은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고 초라한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작품은 홍수라는 재해 앞에 지배당하는 인간의 모습이 드러난다. 더불어 실제인지 모호한 상황과 인물을 배치해 공포감을 배가시켰다. 마치 무인도에 홀로 떨어졌는데 누군가를 만난 것처럼, ‘낯선’이 주는 안도감과 새로운 공포가 자연재해의 절대적 공포와 맞물리는 것이다.

이 글의 또다른 장점은 시대를 알 수 없는 점이다. 구룡리, 외양간 등 공간을 나타내는 단어는 등장하지만 어디에서도 시대를 나타내는 장치는 없다. 기존 전래동화에서나 나올 듯한 홍수라는 소재가 어쩌면 이 시대에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공포라는걸 명시해준다. 또한 극한의 공포 속에서 마주하는 인물에 대한 공포가 얼마나 격하게 다가오는지도 보여준다. 인간의 관계망 속에서 드러난 공포가 아닌, 자연에서의 거대한 공포를 소재로 한 글을 찾아보고 싶을 만큼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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