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잠에서 깨어난 정주은은 자신이 하나의 가전으로 변한 것을 알아차렸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강렬한 첫인상을 뽑자면, 바로 이 문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두가 언급하 듯, 이 문장은 ‘프란츠 카프카’의 명작 ‘변신’의 첫 문장을 오마주했습니다. 소설을 배에 비유하고, 첫 문장은 바람을 타기 위해 돛을 펼치는 것에 비유한다면, 이 한 문장이 가리키는 방향은 명확할지도 모릅니다. 다만 작품의 화자는 ‘벌레’가 아니라 ‘로봇청소기(?)’로 변했다는 것이 차이점이겠지요.
여러분은 ‘로봇청소기’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이 소재에 대해 다음과 같은 특징을 떠올렸습니다.
1) 인간을 도와주기 위한 도구
2) 움직이는 로봇의 가장 기초적인 형태
3) 먼지 냠냠
4) 충전을 안 하면(밥을 안 먹으면) 무용지물
5) 그래도 충전하면 말은 잘 듣잖아?
6) 역시 집집마다 하나씩 갖고 있을 법한 머스트헤브아이템
정리하자면 인간 삶의 빠질 수 없는 ‘청소’라는 파트를 도맡아주는 것으로, 무엇보다 인간 삶에 가까이 접근해 있는 로봇이라는 의미도 됩니다. 이 작품의 섬뜩함(혹은 우스꽝스러운) 포인트는 이런 인간과의 거리감을 좁히다 못 해 밀착시키는 것으로 보이는 시선의 변화였습니다. 인간의 삶을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로 전락한 제 모습을 비추며, 곧 인간이 도구의 삶을 대체하는 듯한 아슬아슬함은 이 소설을 놓지 못 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문체와 어조는 담담하며, 때로는 발랄하다고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곧 이 소설의 분위기를 떨어뜨린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화자가 처한 상황이 통제에서 벗어나는 듯한 긴장감과 더불어, 웃음 한 점이라도 없으면 버티기 힘들 것 같은 분위기를 더하는 기분마저 들었죠.
결말도 만족스러웠습니다. 마치 모든 것이 꿈이 아니었겠냐는 물음을 던지는 듯하면서도, 결국 꿈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는 없다는 역설마저 느껴졌습니다. 이 소설을 하나의 통제가 불가능한 재난으로 규정하자면, 이 모든 것들 또한 벗어날 수 없는 재난이나 마찬가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상적인 작품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집필 활동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