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이 기대되는 단편 공모(감상)

대상작품: 경성의 이혼 변호사 – 독립운동가의 아내 (작가: 한켠, 작품정보)
리뷰어: 레즈, 2일전, 조회 7

‘단편으로 끝내는 건 아깝다’는 게 읽고나서 처음 든 생각이다. 그만큼 더 많은 가능성이 남아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느 하나만 그런 게 아니라 꽤 여러가지 면들이 다 그렇다.

소설이 배경으로 삼고있는 일제강점기의 경성부터가 생각보다 할 이야깃거리가 많은 시기와 장소다. 역사적인 측면에서도 그렇고, 역사의 큰 흐름 바깥의 드라마가 많이 남아있다는 점도 그러하며, 옛것과 새로운 것(더 정확하게는 전통적인 것과 서양에서 들여온 것)이 섞여있으면서 불협화음을 내는 한편 또한 공존하고 있는 상태인지라 스팀 펑크같은 것처럼 서로 다른 두가지의 속성이 하나에 담긴 설정이나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그렇기도 하다. 이것이 전통적인 시대극을 펼치면서도 뜻밖의 설정이나 이야기를 더하기 좋은 바탕이 돼준다.

이런 배경은 다양한 캐릭터가 나올 수 있는 바탕이기도 하다. 소위 ‘모던보이’, ‘모던걸’에서부터 ‘독립운동가’나 ‘부역자’, ‘신여성’ 등 이름만으로도 개성 강한 캐릭터들을 쉽게 나열할 수 있을 정도다.

소설은 그런 점을 꽤 잘 가져다 쓴 느낌이다. 시대극의 느낌을 기본으로 잘 살렸으며, 그렇다고 마냥 고전적이지만은 않고 현대적인 이야기로도 볼만하게 써 잘 읽힌다. 시대적인 배경이나 상황 등도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들어오도록 배치한 편이다. 그래서 짧은 분량안에서 이야기가 다소 좀 쉽게(빠르게) 진행되는 감은 있으나, 전체적인 전개가 딱히 마뜩잖지는 않다.

캐릭터도 잘 잡았다. 여러 등장인물이 나온만큼 누군가 하나가 마치 히어로같은 특출난 활약을 보여준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각각이 구분감있게 나뉘어져있기에 누군가 불필요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다만, 이 한편으로 충분하다 할만큼 뭔가를 충분히 보여준 것 같지는 않기도 하다. 그래서 최종 감상이 ‘단편으로 끝내는 건 아깝다’는 거다.

배경에도 캐릭터에도 아직 풀어놀 이야기가 많다. 그것들을 적어도 한권의 장편이 될 정도로는 충분히 보여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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