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틋하게 남는 여운 감상

대상작품: 제 오류는 아주 심각한 것 같아요 (작가: 연여름, 작품정보)
리뷰어: 레즈, 5시간전, 조회 4

단순한 이야기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이 소설엔 딱히 새로운 것은 없기 때문이다. 인간에 버금가는 인공지능, 마치 특이점의 순간을 마주하는 것처럼 생겨나는 의식과 마주하는 것, 그것을 기술상의 문제(버그나 오류) 따위로 치부해버리는 얄팍한 인간들의 행위 등이 모두 꽤나 오래된 소재이기 때문이다. 그런 존재를 주인공이 우연히 스쳐가게 된다는 것 역시 그렇다. 아이디어라는 측면에서만 본다면, 익숙하고 그래서 뻔하다고도 할만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소설엔 빠져들게 하는 점이 있다.

이야기 전개가 매끄러운 게 그 하나다. 주인공이 안드로이드와 만나게 되는 일, 그에게 관심을 갖게되고, 사정을 알게되는 것은 물론 소식을 듣게되는 것까지가 모두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주인공의 성향이나 생각, 행동에도 딱히 거슬리는 것이 없어서 주인공의 이야기에 쉽게 이입해서 볼 수 있다.

둘 사이를 적절하게 그린 것도 좋다. 서로의 입장이 있기 때문에 생길 수밖에 없는 간극도 느껴지고, 그럼에도 마치 썸을 타는 것처럼 묘하게 선 사이에서 넘을듯 말듯 하며 대화하고 하는 것 등이 너무 급작스럽지 않으면서도 서로가 서로에게서 특별한 뭔가를 느꼈다는 걸 잘 느끼게도 한다.

특히 감성적인 것을 잘 건드린다. 앞에서 얘기한 것도 그렇고, 이들에게 이미 정해져있는 결말 그 마지막 선택이 무엇이었고 무엇 때문이었는지를 절절하게 그려서, 애틋한 여운에 젖게 만든다. 충분히 그럴 수 있도록 마치 헤어진 전 여친의 소식을 지인을 통해 듣는 것처럼, 그러면서도 당사자의 표정을 보면서 그의 입으로 직접 듣는 것처럼 묘사한 것도 좋았다. 거기에 어떤 사족도 더하지 않은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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