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깨닫고 남은 것들이 무엇일까요? <0과 나> 공모(감상)

대상작품: 0과 나 (작가: 담장, 작품정보)
리뷰어: 하얀소나기, 3일전, 조회 18

오늘 날에는 진부한 주제일까요?

 

아직까지도 ‘가장 무서운 건 사람이다’라는 주제를 다루는 작품이 적지 않습니다. 좀비물, 재난물, 스릴러, 미스터리 등 다소 거대하고 심오한 배경을 다루는 작품에서조차, 그 안에서 망가지고 본성이 영락하는 ‘인간’의 모습을 조명하는 것이 눈에 띄곤 하죠. 즉, 우리가 가장 잘 이해한다고 믿고 있는 ‘인간’이야말로 가장 복잡하며 절대적인 존재라는 것을 표현하는 것은, 이미 하나의 흐름으로 잡아졌다고 정의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번에 읽은 <0과 나>라는 소설 또한 이런 인간에 대한 해석이 매력적인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주제적인 이야기뿐 아니라, 표면적인 이야기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일반적인 ‘데스게임’의 형식을 취하고 있음에도, 그 장르를 구성하는 요소가 빠짐없이 엿보이기 때문이죠.

 

예를 들자면,

 

첫째, 불특정 다수의 인물이 한 공간에 모여 있는데

둘째, 이곳에 끌려오게 된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며

셋째, 서로를 죽이라는 느닷없는 규칙에 당혹스러워하고

넷째, 결국 살아남아야한다는 인간적인 본능에 움직이며

다섯째, 동료와 갈등을 겪다가 결국 진실에 도달하는

 

소설 구성 요소를 보면 ‘어? 어디서 본 이야기인데?’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당연합니다. 당장 ‘데스게임’ ‘미스터리’ 요소를 첨가한 장르에서 흔히 보이는, 일종의 ‘클리셰’에 가까운 설정이기 때문이죠.

 

다만 낯선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 작품의 매력을 폄하할 이유는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만족스러운 면도 있습니다. ‘클리셰’라는 검증 된 이야기를 제시함으로서, 작가가 보여주고 싶은 주제면의 차이를 돋보이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죠. 심지어 <0과나>는 단편에 가까운 분량입니다. 많은 복선과 복잡한 사건보다는, 쉽게 쫓아갈 수 있는 전체적인 사건이 더 중요하다고 여겨집니다.

 

앞선 이야기만 보면, <0과나>가 장르적 재미만 갖춘 작품으로 오해받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이 작품은 영리합니다. 장르적 구성과 더불어, 주제적 구성면에서 어떻게 이 작품을 돋보이게 만들 것인가 고민한 흔적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작품의 찾아낸 매력을 두 가지로 분류해볼까 합니다. 다음 내용은 스포일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3) 그럼에도 아쉬운 점이 있다면…….

 

 

<0과 나>를 흥미롭게 읽었던 만큼, 아쉬운 점도 간간히 눈에 띄었습니다.

 

가령 이 소설이 <오징어게임>과 같은 데스게임의 형식을 취하고 있음에도, 그 게임의 방식이 원초적인 살인으로만 나타난다는 점이 그러했습니다. 세부적으로는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칼을 놓지 말아야하는 규칙들이 엿보이지만, 작가 본인 또한 피가 튀기고 칼로 찌르는 관습적인 묘사에 집중할 뿐, 그 이상에는 큰 관심이 없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위의 내용은 소설이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저 독자로서 느꼈던 주관적인 아쉬움에 불과하다고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만 부족한 지식으로 써내려간 <0과 나> 감평을 마치겠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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