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씹어보게하는 흥미로움 감상

대상작품: 성리학펑크 2077 (작가: 하늘느타리, 작품정보)
리뷰어: 레즈, 5시간전, 조회 4

이런 걸 SF라고 할 수 있나? 라는 생각이 아니 드는 것은 아니다. 소설의 기본적인 설정이 소위 과학적이라고 하기는 좀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판타지에 가깝지.

그렇다고 그렇기 때문에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느냐 하면, 그건 또 전혀 그렇지는 않다. 굳이 아서 클라크의 과학 3법칙 같은 걸 언급할 필요가 없기도 하다. 굳이 그렇게까지 논리성을 따지지 않더라도 충분할 정도로 이미 흥미롭기 때문이다.

관상이나 풍수같은 것들은 현대에는 거의 비과학에 가까운 것이라고 여긴다. 굳이 따지자면 유전적 요인이나 환경적인 요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그렇기에 일말의 가능성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나, 다분히 다수에게 해당하는 것들을 늘어놓는 점적인 측면이 있는데다, 무엇보다 유용하게 인용할 정도로 통계적인 축적과 성찰이 이뤄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건 반대로 충분한 데이터의 축적과 분석만 행해진다면 얼마든지 유의미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소설은 그게 극단에 달하다 못해 넘어서버린 듯한 상황을 꽤나 재미있게 그렸다. 조선이 그대로 계속된 가상의 미래인들이 사극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한편, 현대와는 전혀다른 의미와 뉘앙스로 비과학적이라 여겨지는 관상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자못 신선하다. 스팀펑크처럼 상반된 것이 뒤섞여 생겨나는 매력도 잘 보여주지 않나 싶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이야기는 꽤나 무겁고 어두운데도 자꾸만 피식 피식하고 웃게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이걸 이렇게? 야아. 이것도 괜찮네. 하면서 다르게 쓰인 용어나 설정이 그만 재밌다고 느껴버리는 까닭이다. 그게 딱히 나쁘지는 않았으나 다만 분위기에 함께 젖을 수는 없었다는 건 좀 아쉬울지도 모르겠다.

소설은 다소 고전적인 자성 예언적 측면을 갖고있어서,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간 관계라느니, 관상에 따라 개인의 성향 등이 그렇게 바뀐다는 것이 그 자체로 어떤 마법적인 힘이 있어 그렇다기보다 모두가 그렇다고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그렇게 작용하며 그런 결과가 나타나는 것처럼 보인다. 이건 현실에서도 꽤나 적용되고 있는 개념이라, 소설 속 세계와 현실과의 묘한 연결점도 느끼게 한다.

등장인물은 모두 그에 휘둘리는 자들인데, 그들이 서로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휘둘리며 맞물리는 게 꽤 재미있다.

이야기 내에서 비교적 그에 덜 심취해 있는 듯한 인물이, 심지어 그렇다고 얘기하면서도, 묘하게 그에 맞는 행동을 하는 것은 결국 이 세계의 희망없음 같은 것, 암울함 같은 것을 느끼게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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