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애틋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 만난 이야기였어요. 예전 방식을 선호하는 우주 여행자 테이와 폐기를 앞둔 예전 방식의 안드로이드 승무원 미레이. 테이가 편리하고 효율적인 삶의 방식에 비효율적이고 어쩌면 쓸모없는 일들로 나름의 저항을 한다면, 미레이도 폐기를 앞둔 자기의 방식을 되짚어 보며, 알 듯도 하지만 결국 (있다/없다의 세계로부터) 다다를 수 없는 (옛날) 인간의 삶의 방식을 궁금해 합니다. 대부분의 승객들이 동면에 들어간 우주선 안에서 오히려 자기와 말이 통할 것 같은 안드로이드 승무원의 근무 일정을 확인하며 기다리는 테이의 모습이 애틋하고, 굳이 볶은 원두를 포장해 가져와 갈고 뜨거운 물의 온도를 맞춰 천천히 커피를 내리는 경험을 함께하는, 하지만 거기에 어떤 즐거움이 있는지까지는 명확하게 정의하지 못하는 미레이의 모습이 또 애틋했어요.
함께 커피를 내린 이후로 테이는 미레이를 만나지 못하고, 지구로 돌아오는 우주선에서야 미레이의 후일담을 듣게 됩니다. 그 순간 미레이는 즐거웠다는 걸, 하지만 즐거운 걸 즐겁다고 하기는 두려웠다는 걸, 사람 마음의 모순까지 얼핏 알게 되었다는 걸 전해듣지요. 이렇다 저렇다 명확히 잴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을 짐작하게 된 미레이의 오류는 많이 심각한 것이었을까요? 사람이 하듯 일만 잘하고 쓸데없는 생각 안하는 게 안드로이드의 목적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테이와 스쳤던 만남에서 보인 가능성을 확인하기 어렵게 되었다는 점이 또 애틋합니다. 그나마, 미레이가 테이의 마음에 꽤 오래 남지 않을까, 어떻게 남아 어떤 이야기로 전해질까 하는 점이 생각할수록 좋았습니다. 약간의 편견이 더해진 바텐더의 이야기와는 분위기가 다르겠지요.
이번 리뷰 이벤트에서 함께 소개된 [시간의 물결속을, 당신과 함께]와 비슷하면서도 인물의 행동이 워낙 달라 다시 읽는 재미가 있었어요. 이 두 이야기는 함께 읽기 참 좋을 것 같아서 작가님들과 브릿g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