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닮은 로봇 ‘안드로이드’와 어울리는 사회는 아직 작품 안에서밖에 볼 수 없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의 실용화조차 다가오지 못 한 현대사회에 비해, 작가들의 상상력으로 이뤄지는 세상 속에서는 이미 그 한계와 가치를 뛰어넘는 발전을 보여주곤 합니다.
그렇기에 낯선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이미 수많은 작품 속에서 인간과 어울리는 안드로이드를 넘어, 인간과 안드로이드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를 보여줬습니다. 인간이 되고 싶은 로봇, 더 나아가 인간과 다를 바 없는 로봇을 제시하며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 수도 없이 많았죠.
이번에 읽은 <최애 아이돌이 내 적수라는데요?> 또한 그런 질문을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로봇이 모종의 조치로 인간이 될 수 있는 사회를 제시하며, 인간이 되고 싶은 로봇을 조명합니다. 아이돌 가수에 푹 빠져 더 가까이 다가가고픈 욕망으로 시작되었던 이야기는, 그 사이에 얽힌 더 커다란 음모를 발견하고, 마침내 그 욕망으로 비롯되었던 일 자체가 어긋나 있었다는 진실로 도달하게 됩니다.
첫인상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로봇이 진짜 사람 앞에서 ‘인간’이 되고 싶다고 고백하는 모든 과정과 더불어, 그 이유가 ‘아이돌에 대한 관심’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주인공의 인상이 달라 보이는 듯했습니다. 사람과 로봇을 가르는 경계를, 누군가의 대한 동경과 사랑으로 풀어냈다는 시도가 무척 매력적이었습니다.
다만 이야기가 음모를 쫓는 스릴러로 움직이기 시작하며 중심을 잃어버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이돌에 푹 빠진 소녀와 감정이 계산되는 안드로이드 사이서 흥미로운 전개를 연출하던 소설은, 동경하던 아이돌의 죽음으로 음모를 쫓게 되며 다소 왕도적인 전개를 보여줍니다. 어쩌면 작가가 설계한 장르의 반전으로 읽힐 수도 있겠지만, 그 반전을 기점으로 앞에서 기대하던 모든 것들을 버려가며 얻어낸 이야기가 다음과 같은 스릴러라는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느낀 문제점은 인간과 로봇 사이서 헤매는 주인공의 인물상에 있었습니다. 이 주인공의 매력은 인간이 아닌 존재가, 누구보다 인간다운 감정으로 목표를 설정하는 데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인물을 조형하는 방식 또한, 인간과 로봇 사이서 서성거리는 무언가처럼 다가왔습니다. 그녀에게 감정이란 입력된 코드에 가까우며, 그것을 ‘기쁨’ ‘슬픔’과 같은 키워드로 제시하며 이것이 로봇이라는 것을 주입시키고 있습니다. 반면에 그녀의 행동은 무척 인간적이며, 때로는 더욱 인간다운 목소리로 사고를 표현합니다. 그럼에도 그녀가 감정을 표현할 때만큼은 문체가 담담해지고, 표현도 단조롭게 변합니다. 그것이 이 소설에서 ‘로봇’을 표현하는 방식이라는 것은 인지하지만, 그 방식이 가장 섬세하게 표현해야하는 감정적인 영역에서만 편리하게 응용된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런 인물조형은 결말에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끝보다는 무언가의 시작처럼 다가오는 결말은, 앞서 주인공의 욕망과 목표에 커다란 충격을 주는 장치입니다. 다만 그 장치가 충격을 주는 것에 그친다는 것은, 밑그림을 그려놓고 색을 입히지 않는 어중간함만 가득했습니다. 오히려 감정과 충격을 묘사해야할 장면에서, 여운이라는 변명으로 말을 뭉뚱그리는 셈입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어찌되었든 <최애 아이돌이 내 적수라는데요?>는 누군가에게는 인생 소설로 다가올 수 있을 만큼 원석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 소설에서 엿보이던 세계관은 두고두고 기억될 만큼 뿌리가 좋다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작품 활동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