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읽고 펑펑 울 뻔 했던 일개 독자의 주관적인 감상에 불과합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우리 ‘인간’만이 갖고 있는 특징이라면, 그 누구보다 ‘인간’에게 관심이 많다는 점일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단순한 관심과 눈길에 그치지 않습니다. ‘인간’이 갖고 있는 독보적인 특징은, 세상 모든 것에서 ‘인간’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죠. 우리 시선에 말 못 하는 동물들을 평가하는 기준만 봐도 그렇습니다. 사람처럼 눈코입이 제자리에 붙어 있는 개과나 고양이과에는 호감을 표하면서도, 팔다리가 많거나 이목구비가 뒤틀린 생물에 한해서는 절대적인 불호를 표하곤 하니까요. 당장 평면에 점 세 개만 찍어놔도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이 우리 인간들입니다. 이렇게 주변으로부터 ‘인간’과 닮은 것들을 찾는 것이 우리들의 본능인 셈입니다.
이번에 읽은 작품 <제 오류는 아주 심각한 것 같아요> 또한 이런 ‘인간’이 만든 기준에 희생당하는 누군가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화자 ‘테이’ 또한 평범한 인간입니다. 하지만 그는 다른 인간들과 조금 다른 선택을 하며 기준에서 벗어나 있는 상태라는 걸 알 수 있죠. 동면을 취하는 여느 승객들과 다르게,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커피를 타는 여유마저 보입니다. 그런 화자는 ‘미레이’를 만나 관계를 맺습니다.
‘미레이’는 안드로이드입니다. 안드로이드는 기본적으로 인간과 닮는 것을 상정합니다. 화자 또한 미레이가 기계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 할 정도로 ‘인간’과 닮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과 누구보다 닮아야하는 전제와 다르게, 그녀는 ‘인간’과 닮으려는 행위와 마음을 ‘오류’로 취급하는 모순을 보여줍니다.
문득 떠올려보면, 안드로이드가 ‘오류’라고 칭하는 행위들은 ‘그들이 인간과 닮을 수 없다’는 기준을 두고 만들어진 진단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기 위해, 인간과 가장 닮은 존재를 창조했지만, 막상 그들에게 ‘인간’과 닮으면 오류라며 재단하는 현실에 가둬놓은 셈입니다.
작품은 결국 그런 ‘인간이 만든 기준’을 극복하지 못 하고 물러나는 미레이를 조명하며 소설을 마무리합니다. 해결책에 가까운 답을 듣지 못 한 것이 아쉬운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사회를 인간이라는 종이 다스리는 날이 지속될 수록, 몇 번이나 던져질 질문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인간을 닮는 것이 오류인가요? 그들을 인간으로 만들 건 바로 당신들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