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릴 수 없기에 더욱 애잔한 감상

대상작품: 제 오류는 아주 심각한 것 같아요 (작가: 연여름, 작품정보)
리뷰어: 소금달, 4시간전, 조회 4

아주 힘든 시간을 보내던 때가 있었습니다. 아마 누구나 그러한 때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루 하루 눈 뜨는 게 고통이고 매일 눈물 없이는 보낼 수 없던 시간들. 그러나 어쨌든 시간은 흘렀고 저는 그 시기를 벗어났으며 이제는 감사하게도 다시 평온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조금은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 시간들을 되돌아볼 수 있는. 그리고 느꼈지요. 과거는 항상, 조금은 미화되는가보다, 라고요. 분명 힘들었지만, 그 시간을 버텼기에 그래도 조금은 더 성장할 수 있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거든요.

이 글을 읽으면서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SF로서 이 글의 장점이나 특징에 대해서는 다른 분들이 많이 언급해주셨으므로 저는 그런 부분에 대해선 말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해당 장르에 너무 문외한이기도 하고요.)

제겐 이 글이 애잔한 로맨스 소설로 읽혔습니다. 신분의 차이로, 또는 상황의 한계로, 기타 어떠한 이유들로, 서로에게 호감은 있되 그걸 드러내 놓을 수 없는 남녀는 무언의 어떤 것들로 서로의 마음을 내 보이죠. 이 글에서는 커피를 내리는 것이 되려나요?

상황의 바깥에 있는 우리로서는 읽고, 보며 느끼지만 그 당사자들은 확신할 수 없는 어떠한 미묘함이 오고 갑니다. 그리고 대부분 그들은 이루어지지 않죠. 안드로이드가 나오고, 우주 여행이 나오지만, 제겐 이 글이 뿜어내는 감성은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나 ‘소나기’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시간이 지나고 주인공이 미레이에 대해 듣는 장면이 나왔을 때, 한편으론 안타깝지만 한편으로는 만족스러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렇죠, 이 둘은 이어지면 안됩니다. 그래서는 특유의 애잔함을 느낄 수가 없는걸요. 둘은 처음부터 이루어질 수 없는 것 입니다. 그리고 그런 면에서, 바텐더가 전해주는 미레이의 말로 끝을 맺은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뒤 주인공이 어떤 마음이었을지, 우리는 마음껏 상상할 수 있으니까요.

미레이는 자신의 감정을 ‘오류’라고 얘기합니다. 마치 사극에서 천한 신분의 여주인공이 높은 신분의 남주인공을 연모하는 것을 ‘죄’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그리고 오류의 댓가로 소멸하고, 이제 주인공은 어떻게 해도 다시는 미레이를 만날 수 없습니다. 그녀와 커피를 내릴 수도, 하늘을 볼 수도 없죠.

그리고 결코 돌이킬 수 없는 과거는 미화됩니다.

좀 냉정하게 말하자면, 미레이가 피노키오의 파란머리 천사 같은 어떤 놀라운 존재 또는 신 기술을 접해 사람이 되고, 그리하여 주인공과 이어지고, 둘이 결혼을 해 살았다면 이 이야기는 이렇게 아름답게 끝나지 않았을 겁니다. 낡고 뻔한 현실이 둘 사이를 얼룩 지우고 로맨스는 현실이 되겠지요. 그러나 이렇게 끝났기에, 미레이는 주인공에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어떤 한 존재가 될 겁니다. 그로서는 다시는 가 닿을 수 없는 하나의 별이 되겠지요. 되새길수록 더욱 아름다워지는.

SF라는 외피를 쓰고 있지만, 제게는 만족스러울만큼 애달픈 사랑이야기였습니다. 좋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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