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보그, #인공지능을 주제로 한 글들을 읽고 리뷰를 남기는 중인데요, 이 작품은 그 중에서도 참 신기한 작품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제게는 여러모로 참신한 느낌이었어요.
첫째로, 제목과 글의 분위기가 주는 무게감이 상반되는 게 참 신기했습니다. 읽기 전에는 ‘아이돌’ 이야기가 나와서 완벽한 사이보그 아이돌이 나왔거나 혹은 팬이 어마어마한 능력의 사이보그라 아이돌을 위해 무엇이든 해 주거나.. 하는 식의 글을 예상했습니다. 밝고 명랑하고 가벼운 톤일줄 알았고요. 그런데 웬걸요- 글은 그런 기대를 기분좋게 배반합니다. 깜짝 상자를 열었을 때의 놀라움과 기쁨처럼, 읽는 내내 그런 맛이 있었어요.
둘째로, 문체의 분위기가 인상적이었어요. 사실은 1인칭 시점이 아닌데도, 정말 사이보그가 서술하는 것처럼 어딘지 모르게 건조하고 무미한 어투가 독특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런 인상은 특히 인명이 살상되는 묘사에서 더욱 두드러졌는데요, 당연히 극의 굉장히 중요 인물일 줄 알았던 지유가 전혀 예상치 못하게 살해 당했을 때 – 지금이 바로 ‘놀람’과 ‘당황함’과 ‘공포’와 ‘슬픔’을 복합적으로 내보내야 할 때라는 점을 인식했다-의 묘사는 독자가 놀라기도 전에 객관성을 회복하게 해 주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방문객 3인이 살해되었을 때도 ‘유기질 덩어리가 되고 말았다’는 표현이 무척 새로웠고요.
셋째로, 결말부가 기대와 전혀 달라 놀라웠는데요.
저는 주인공이 단체를 찾아내 적과 싸우던 다투던 뭔가 일이 일어나고 어느 한쪽의 승리로 끝날거라는 예상을 했습니다. 쓰고보니 지극히 할리우드 액션영화스러운 전개가 아닌가 싶긴 하네요. 아마 그런 서술에 익숙해져서인지 당연히 그렇게 끝나리라 생각했는데, 마지막이 그래서 저도 모르게 “어?”하고 말았습니다. “더 없어?”이런 상태가 된 것이지요. 처음에는 아쉽다고 생각했는데, 리뷰를 위해 찬찬히 다시 읽어보니 그 지점에서 끊는 것도 주인공이 받을 충격과 놀라움을 배가 시키기 위해서는 멋지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넷째로, 진지한 주제 의식을 느꼈다고 할까요. 주인공의 이름-란마-부터가 많은 걸 뜻한다고 생각하는데요. 환경 조건에 따라 남자가 되기도 하고 여자가 되기도 하는 이 만화 캐릭터를 굳이 갖다 붙인 이유는 주인공의 정체성과 관계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 그가 나중에 ‘루미’와 나누는 대화는 상당히 진지하고 깊이있죠. 인간의 의식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 자아는 무엇인가 하는 것들은 고대 철학자들부터 현대 신경뇌과학자들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끝없이 묻고 탐구하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무거울려면 엄청 무겁고 지루할 수 있는 주제를, 극적인 상황과 연결지어 흡입력있게 풀어 내시지 않았는가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안드로이드가 인간화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머지 다섯 작품들과도 좀 결이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같은 주제를 다루는 SF라도 이렇게 다양하게 가지를 뻗어낼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어쩐지 이 음모론(?)이 론으로 끝나지 않고 근미래에 실현될 것도 같다는 생각에 살짝 무섭기도 한, 재미있는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