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을 움직이는 SF 공모(감상)

대상작품: 휘지 (작가: 적사각, 작품정보)
리뷰어: 레즈, 17시간전, 조회 8

SF라고 하면 으레 과학적인 상상력을 얼마나 그럴듯하게 펼쳐내는가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많이 쓰기도 한다. 그러니까, 과학과 기술 발전, 그리고 그것이 이뤄낼 성과가 가져올 미래사회 또는 인간상의 변화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를 주로 다룬다는 얘기다.

당연히 결국엔 인간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인만큼 군상극적인 면모나 소위 드라마같은 것이 빠지는 것은 없다. 그러나 논리보다 감성적인 것에 좀 더 기울어 있는 것은 의외로 드문편인 것도 사실이다.

이 소설도 좀 그렇다. 어쩌면 먼 미래일지도 모르는 고도발전 사회에서 문화를 신경쓰고 그를 위한 여러 뻘짓들을 벌인다는 것 자체는 그렇게 특이할 것까지는 아니나, 그걸 다루는 방식이 굉장히 서정적이어서 나름 드문 부류라고 느끼게 한다.

소설에서 그리는 사회는 대부분 간접적으로 그려진다. 엄청나게 발전해서 인간들이 (어문 짓들에 몰두할 수 있을 정도로) 꽤나 잉여로운 것 같은가 하면, 전혀 부의 재분배따윈 없이 몰려있어 큰 빈부격차가 있는 것도 같고, 그것은 기술의 혜택 역시 마찬가지라 정작 필요한 일에는 제대로 쓰이지 않는 등 부패한 뉘앙스를 풍기기도 한다. 그런 주제에 만능감에 쩔어 오만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으니, 저러다 망하겠구나 싶기도 하고.

소설은 그런 사회에서 조금 물러나, 한가롭게 서예에 몰두하는 안드로이드와 그를 감시하는 감독관, 그리고 그들에게 불연듯 들이닥친 한 소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녀에겐 사연이 있고, 안드로이드에겐 제약이 있기에 이들의 이야기는 어느정도 뻔한 측면이 있다. 결국 어떻게 되리라는 예감이 틀리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그를 통해 얘기하는 관계와 인간성, 그리고 그에 대한 추구같은 것도 그렇다.

하지만, 그걸 미래 사회에서의 문화 산업, 그것도 서예라는 걸 통해서 그려낸 게 (개인적으로는) 좀 신선했고, 등장인물들의 서사나 감정도 잘 전달되는 편이라, 소설이 전해주는 감성적인 것에 꽤 빠져서 볼 수 있었다.

다만, 마지막에 이르게 하는 갈등 요소가 너무 오차없이 물려있다는 점, 그래서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은 좀 아쉽게 느껴진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