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Comédie humaine
인간 희극
목차
1. 법률혼에서 이혼
2. 신여성의 신가정
3. 독립운동가의 아내
4. 조선인 사회주의자
5. 작품 분석 및 평가
1. 법률혼에서 이혼
남녀가 부부가 되는 행위를 결혼(結婚, Marriage)이라고 합니다. 법학적 측면에서는 남녀가 부부가 되는 혼인의 법적 성질은 배우자 계약과 인척 계약 그리고 부양 계약이 포함되는 법정(法定)1의 계속적 신분 계약이라고 할 수 있고,2 그 유효기간은 일생 동안입니다.3 이혼(離婚, divorce)은 부부의 생존 중에 유효한 혼인관계를 당사자의 협의 또는 재판에 의하여 장래에 향하여 해소시키는 신분행위를 뜻하며, 혼인으로 인한 인척관계 역시 이혼으로 종료되고, 이혼은 혼인관계를 해소하는 방법에 따라 재판상 이혼4과 협의상 이혼5이 있습니다.6 우리나라의 대법원은 재판상 이혼원인을 정한 민법 제840조 제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는 파탄주의로 해석할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유책주의로 해석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권을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7
유책배우자라 하더라도 인간의 존엄성을 가지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운데, 부부 공동생활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된 경우라도 그 파탄에 책임이 없는 상대방 배우자가 이혼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혼인관계 유지를 강요하면서 혼인해소의 자유를 가로막는 것이 진정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방법인지, 혹은 이미 파탄된 혼인관계 유지를 강요하는 것이 진정으로 상대방 배우자와 자녀의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길이라 할 수 있는지, 혼인관계 창설(결혼)이 인격권·행복추구권에 근거한 자기 운명결정권의 행사이므로 국가나 제3자가 강요할 수 없는 것이라면, 혼인관계 해소(이혼) 역시같은 관점에서 개인의 의사와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해야 할 것입니다.8 즉, 혼인관계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지 법제도를 통하여 타율적으로 이를 강제할 성질의 것일 수 없습니다.9
2. 신여성의 신가정
신여성은 “사회운동자-부인운동자, 직업부인, 무직자- 미쓰, 신가정 부인, 여학생”을 의미하였으며 구여성보다 “훨신 우월한 처지에 잇슬 뿐 안이라 스사로 우월감을 파지하고 잇서 외관도 흡사히 뿌르조아 대 푸로레타리의 대립적 계급을 형성”한 계층으로 소개되었습니다.10 한편 신여성은 “근대의식을 가지고 시대에 선행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근대녀”로 호명되었습니다.11 신여성은 여성해방의 의미를 강하게 내포하고 있던 가장 상위의 기표였지만, 이는 새로운 여성 주체의 근대적 등장이면서 동시에 남성 권력에 의해 관찰되는 대상의 출현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양가적인 대상이었습니다.12 또한, 신여성은 구질서와의 단절을 추동하는 시대정신의 아이콘이자 도덕과 윤리의 이름으로 비난과 조롱을 받는 대상이었습니다.13
신가정은 ‘리상적 가정’ ‘완전한 가정’ ‘모던 가정’ ‘스위트 홈(sweet home)’ ‘문화가정’ 등의 용어로 불렸는데, ① 부부 중심의 소가족, ② 이분화된 성역할(外事는 남편, 內庭은 부인), ③ ‘쉼터’ 로서의 가정, ④ 자녀 중심성을 띄고 있으며, 신가정 담론은 ‘가족은 이러해야 한다’는 개념이 먼저 있었고, 조선의 가정을 이러한 틀에 맞도록 바꾸고자 하였고, 신가정의 아내 역시 그 틀에 맞추어 상상되었습니다.14 전통적 가족관인 구가정이 물러나고 신가정이라는 근대적 가족제도가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여성은 아내, 어머니, 그리고 며느리라는 삼중고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습니다.15 그러나, 외적으로는 근대식 가정 생활을 권장함과 동시에 내적으로는 전통적인 여인상을 독려하며 남녀의 성역할 구분짓기를 더욱 뚜렷하게 내면화했습니다.16
3. 독립운동가의 아내
독립운동과 같은 정치적인 격변은 어떠한 식으로든 여성의 삶과 젠더 규범에 커다란 흔적을 남겼는데, 1889년 출생부터 1926년 출생까지 다양한 여성 중에선 최은희, 최선화 등과 같은 엘리트 신여성, 이은숙, 허은, 정정화, 이해동과 같은 전통사회의 지배층인 양반가 출신으로 근대교육을 받지 못한 여성, 한도신, 이화림, 천연희처럼 평민 출신으로 여러 경로를 통해 근대교육에 접근하게 된 여성, 독립운동가 2세로 독립운동가 공동체에서 성장한 지복영, 오희옥, 3.1운동과 민족운동에 참여하고 ‘정치적 주체’로 여성의 입지를 다졌으나 이후 다른 길을 걷게 된 최은희, 임영신, 박인덕 등 엘리트 신여성들이 있었지만, 여성 활동가에게는 조직 활동과 함께 가사, 육아를 병행할 것이 요구되었고, 남성중심적인 독립운동 속에서 필연적인 젠더 갈등을 겪고 있었습니다.17
여성들이 직간접적으로 독립운동에 뛰어들면서 민족과 자신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또 강고한 가부장제의 틀 속에서 여성규범과 독립운동을 어떻게 관계 지웠는지 살펴보는 것은 중요한데, 예를 들면 한국광복군의 여성대원에게는 훈련과 과업 이외에도 세탁, 재봉, 구호대원으로의 의무가 부여되어 틈만 있으면 남자 대원의 해진 군복을 꿰매고 세탁했다고 합니다. 여성 대원들은 광복군에 입대하는 길이 여성해방으로 가는 지름길이라 선전하였지만 군대는 남성과 다른 성역할을 여성에게 부여한 것이었습니다.18 이들이 부여된 성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 때 남성 동료들은 ‘여자다운 맛’19 을 운운하면서 이들을 비난했습니다. 젠더 규범을 둘러싸고 갈등은 임시정부에서도 있었으며 이는 신/구여성 간의 갈등으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20
4. 조선인 사회주의자
1920년대 조선인의 사회주의 운동을 논할 때 정치운동은 빼놓을 수 없는 검토 대상이며, 사회주의자들은 일제의 독립운동 탄압과 워싱턴회의에서 식민지 독립 문제가 외면된 암울한 현실 아래, 새로운 운동 기반으로서 대중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이들은 대중을 일깨워 강력한 조직체를 구성하여 일제에 대항하고자 했습니다.21 노동자·농민·청년 단체를 비롯한 합법단체는 ‘공산주의 그룹’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했고, 그 활동은 곧 정치적 성격을 띠게 되었습니다.22 한 조선인은 일본의 동지에게 “우리에게는 선거권도 없고 피선거권도 없”다고, 합법적인 운동은 “청년운동, 경제적 투쟁에 한정돼 있”다고23 말했습니다. 일본 거주 조선인들은 일제의 ‘선택적 속지주의’ 법 적용으로 언론·출판·집회 활동이 상대적으로 수월했으며, 1925년이 되면 제한적이 나마 공민권이 부여되어 선거운동도 가능했습니다.24
1920년대 일본지역 조선인 사회주의자들의 활동에 대해서는 그간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북성회(北星會)→일월회(一月會)→조선공산당 일본부(이하 조공 일본부 혹은 일본총국)25로 이어지는 각 시기별 사회주의 조직연구가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특히 당대 최대 규모의 좌익 노동단체이자, 조공 일본부 회원들이 다수 간부로 포진해 있었던 재일본조선노동총동맹(在日本朝鮮勞動總同盟, 이하 노총)의 활동이 집중 조명되었고, 노총이 창립된 1925년부터 해소국면에 접어든 1930년경까지의 시간 범위 속 사회주의자들의 노총 내 활동과26 산하 지방 노조의 투쟁 양상이27 밝혀집니다. 1925년 1월 3일에는 조선 내 “사회운동 분립에 절대 중립을 지키”고, 일본지역 “조선인 노동운동 및 청년운동”을 지도할 목적으로 북성회를 해산한 뒤 일월회를 조직, 잡지 『사상운동(思想運動)』을 발행했습니다.28
5. 작품 분석 및 평가
(p. 134) “신여성들은 자유롭게 연애라는 걸 하고,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여 부모 안모시고 부부끼리 ‘스위트홈’이라는 걸 꾸리고 오손도손 재미나게 산다면서요? 변호사님도 남편되시는 분 사랑하세요?”
(p. 153) “소박을 맞으시겠다? 그럼 안 돼요. 민적에 혼인 사실이 남아 있으면 재혼할 수 없어요. 정식으로 이혼해야지요. 남편이 합의해주면 소송까지 안 가고 간단하게 끝낼 수 있어요.”
(p. 172) 의뢰인은 조금만 더 왼쪽으로 가면 단주 동지와 동지가 될 수도 있겠다. 하긴 이 시대 젊은이 치고 사회주의에 곁눈질 해 보지 않으면 청춘이 아니었다.
(p. 182) 독립투사는 갑자기 말이 없어졌다. 해방이 되면, 어떤 세상이 올까? 노동자와 농민이 주인이 되고 여자와 남자가 평등해질까?
(p. 203) “검사가 구형한대로 6년형을 받게 해 주시오. 이새라 씨가 소학교 졸업하려면 6년이 걸리니까. 혹시 우리 부모님이 이혼을 방해해도 변호사님 남편이 징역 3년 이상이니 이혼소송을 해도 이새라 씨가 승소한다고 알려주시오.”
<경성의 이혼 변호사 – 독립운동가의 아내>는 ‘신여성과 신가정’, ‘법률혼에서 이혼’, ‘조선인 사회주의자’, ‘독립운동가의 아내’라는 주제어들이 102매의 분량 속에 녹아져 있습니다. 주인공 김새라는 일제강점기에 활동하던 신여성 변호사로, 독립운동가의 아내가 남편과 이혼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독립운동가의 아내는 변호사의 이름인 새라를 자신의 이름으로 삼고 구시대적인 습속(구여성으로서 이름은 이끝순)에서 벗어난 독립적인 주체인 이새라로 살아가길 바라고 있습니다. 치안유지법으로 구속당할 위기에 처한 사회주의자인 단주 동지, 독립운동가를 변호하던 주인공의 아버지, 이새라의 시댁식구들이 등장합니다.
<경성의 이혼 변호사 – 독립운동가의 아내>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는 총서인 《인간 희극》(La Comédie humaine, 1830~1856)을 떠오르게 만듭니다. 오노레 드 발자크(Honoré de Balzac, 프랑스 제1공화국 투르 1799~1850 프랑스 구 파리 제1구)가 집필한 장편, 단편, 에세이를 묶은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소설들이 당시 프랑스 사회전체를 이해하는 수단이 되게 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으며, 한 소설의 등장 인물을 다른 소설에서 재등장시키는 기법을 통해 통일된 하나의 소우주를 형성하였고, 작품 속의 세계는 그 깊이와 폭에서 더욱 현실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100여 편의 이야기가 수록된 『인간희극』은 미완의 전집으로 그쳤으나, 세계문학사상 유래를 찾기 힘든 거대한 업적으로 남았습니다.
한켠 작가님께선 2017년 2월부터 2025년 1월까지 71편의 장편, 중단편, 엽편을 집필하셨습니다. 한켠 작가님의 왕성한 작품 창작은 프랑스의 소설가 오노레 드 발자크에 비견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한켠 작가님의 작품 세계가 풍성한 이야기로 충만하길 바랍니다. 좋은 소설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난네코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