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리뷰 치고는 드물게 스포일러 없는 리뷰가 될 것 같다. 이 리뷰는 골든 레코드의 본문과는 크게 상관 없다. 글자 그대로의 감상만을 담고 있다.
나는 우주에 아주 관심이 많다. 친구들이 공룡 이름 외울 때도 나는 별자리와 별 이름을 외웠고, 초등학생 때부터는 별자리 캠프(그 당시는 별의 별 캠프가 성행하던 시절이다) 따위를 다니며 천체관측에 매진했다. 눈 보이는 곳에 무한한 공간이 펼쳐져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사실은 무한하지 않다는 걸 알고 나서도 신기함은 변함없었다.
인간에 대한 질문은 그 질문이 무엇이 되었던 철학적인 답변을 요구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인간의 존재 이유를 나는 ‘정복’에서 찾는다. 부족을 점령하고 국가를 정복하는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넓은 범위의 정복을 말하고자 한다. 미지의 영역에 대한 끝없는 정복심. 인간은 무지를 견디지 못해 지식을 축적해나간다. 보이저 1호는 그러한 정복심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존재이다. 지식의 지평을 넓히고, 그 누구도 가본 적 없는 공간을 항해한다. 이러한 점에서 보이저 1호는 인간의 정복에 대한 욕구 그 자체를 가장 잘 나타내는 녀석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앞으로 수많은 인공물이 태양계 바깥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러나 지구로부터 가장 멀리에 존재하는 인공물은 언제나 보이저 1호일 것이다. 과학자들은 보이저 1호의 기대 수명을 2030년 정도로 보고 있다. 그 이후가 되면 보이저 1호는 어떤 데이터도 지구로 보낼 수 없게 된다. 그러나 탐사할 수 없다 하여 그의 항해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외계의 지적 생명체와 조우하여 지구의 소리를 들려주는 것 역시 그의 몫이다. 그 미션을 달성할 때까지 보이저 1호의 항해는 계속될 것이다.
이 밤의 건배사를 대신해서, 아래와 같은 표어(?)로 감상을 끝내고자 한다.
보이저 1호의 영원한 항해를 위하여, 지식에 대한 인류의 영원한 갈망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