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白蛇)> 리뷰
작가의 말대로 <백사(白蛇)>는 짧은 글입니다. 줄거리도 단순해 네 글자로도 줄일 수 있지요. 토사구팽 아니겠습니까. 기본적인 서사 구조는 갖추고 있지만 그저 그뿐, 그것이 어떤 매력으로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이는 캐릭터도 마찬가지인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백사의 등장인물들은 친숙하긴 해도 매력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줄거리도, 인물도 매력이 없다면 그냥 매력없는 글이어야 할 텐데, 흥미롭게도 백사에는 분명한 매력이 있습니다. 아마 작품 전체에 씌워져 있는 홍콩 느와르의 스킨 때문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장르 특성에 맞는 소재, 의도적으로 짧게 끊는 문장, 그 와중에도 장르의 냄새를 풍길 수 있는 장면에서는 아낌없이 쏟아붇는 묘사들은 독자가 하드보일드 느와르의 분위기를 한껏 즐길 수 있게 해 줍니다. 이는 백사가 가지고 있는 분명한 장점입니다.
분량이 짧다는 것 자체만으로 글에는 여러가지 제약이 생길 것입니다. 복잡하고 치밀한 플롯을 풀어놓을 기회도, 인물에 대한 상세한 묘사나 설정을 드러낼 기회도 얻기 힘들겠지요. 하지만 원하는 분위기를 충분히 잘 살릴 수 있다면, 그것 만으로도 장르 글쓰기에 있어서는 큰 매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