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탈출위원회> 리뷰
최근 황교익씨가 혼자 밥 먹는 사람들에 대해 무례한 말을 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사실 황씨는 평범한 개인일 뿐이고 그의 발언에 별다른 신뢰성이나 영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니 그가 어떤 생각을 하든 별로 중요한 문제는 아닙니다. 그보다는 ‘혼밥’이라는 단어의 탄생 자체가 가지는 의미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이전에는 혼자 밥을 먹는 것은 말 그대로의 의미 뿐이고 그 밖의 의미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혼밥’은 단순히 혼자 밥을 먹는다는 뜻만이 아닌, 그 안에 여러 사회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굳이 풀어보자면 ‘고립’ ‘바쁨’ ‘단절’ ‘편함’ 등을 적당히 섞어 놓은 것이겠죠.
그래서 오늘날 사람들이 혼밥에 대해 가지는 감정은 복잡미묘합니다. 같이 식사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혼자 먹는 것이 편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지요. 혼밥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어쩐지 민망해하기도 하고요. 이렇듯 최근에 발생해 주목받고 있는 사회적 현상이기에 혼밥은 좋은 글감이라고 생각합니다.
<혼밥탈출위원회>에서도 ‘혼밥’이라는 행위의 미묘한 정체성을 파고들려는 시도가 보입니다. 외로움 때문에 혼밥을 피하고 싶던 주인공은 K와 함께 밥을 먹게 되어 만족하지만, 사실 K의 정체가 혼밥족을 위로하기 위해 만들어진 안드로이드라는 것을 알게 되자 분개합니다. 아마 타인과 교감을 통해 고독에서 벗어났다는 믿음이 무너졌기 때문이겠지요. 그동안 만족스러운 식사를 해왔음에도 상대가 사람이 아닌 것을 알자 분노하는 그의 모습에서 독자는 혼밥의 정체성에 대한 여러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AI 안드로이드와의 식사는 혼밥일까요, 아닐까요? 먹방 BJ를 보며 밥을 먹는 것은 혼밥일까요? 영상통화를 하며 먹는 것은? 왜 요즘 사람들은 혼밥에 예민해 하는 걸까요?
이러한 의문들을 떠올리고 있으면 어느새 작품은 이미 종반입니다. 옳든 그르든, 작품을 여기까지 끌고 온 ‘혼밥의 정체성’에 대해 작가 나름의 답을 내놓아야 할 시점이지요. 아마도 그것이 이 작품의 핵일 것이며, 작품의 깊이를 정하는 척도가 될 터입니다.
그런데 ㅡ 이 이야기는 여기서 갑자기 날아가버립니다. 혼밥하는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던 안드로이드는 어느새 학생식당의 수익개선을 위한 아이템이 되어버리고, 안드로이드 개발할 돈으로 식단을 개선해서 밥이 맛있어지면 모두 해결이라는 엉뚱한 결말로 넘어가 버립니다. 대체 왜 이렇게 결말이 나버린 걸까요?
저는 이것을 작가의 도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주제가 복잡해지고, 그에 대해 내놓을 적당한 답을 찾을 수 없자 앞부분에서 내내 다루고자 한 이야기를 던져버리고 다른 방향으로 틀어버린 것이 아닌가 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앞서 리뷰한 ‘도룡(屠龍)’과도 유사한 문제라 생각합니다.
복잡하고 깊이있는 주제일수록 작가는 집요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용도로는 사용할 수 있겠지만, 작가가 해당 주제에 대해 어렴풋한 인상만 가지고 있을 뿐 명료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결국 주제는 끝에 가서 산산히 흩어져 버릴 것입니다. 뭐라더라, ‘주제에 대한 깊이있는 천착이 필요하다’ 라던가요. 다음 글 기대하겠습니다. 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