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커 2를 못 본 상태로 영화 조커에 대한 기억도 흐릿한 상태이며, 보르헤스의 글도 읽지 않았음을 먼저 밝힙니다. 무척 어렵게 읽은 것은 그래서였을까요? 그렇지만 이해할 수 없는 끌림과 재미도 있어서 마지막 단락까지 읽은 후 만난 작가 코멘트에서는 웃음이 나왔습니다. 돈키호테를 똑같이 썼지만 완전히 새롭게 썼다는 피에르 메나르에 대한 보르헤스의 이야기를 빌어, 영화 조커에 대해 다양한 생각들이 이어집니다. 킬링 조크나 팀 버튼의 배트맨 등 조커를 다룬 작품들이 참고 자료로 등장하고, 어느 부분이 달라지고 비틀어졌는지, 그럼에도 여전히 똑같은지를 짚어주고요. 작품을 대하는 여러 시선들이 핸드폰에서 확인하는 코멘트, 목소리의 형식으로 나오는 것도 신기했어요. Echo 씨의 목소리라든가… 영화 조커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코미디에 대한 이야기이고, 조커와 배트맨에 대한 이야기이고, 창작자의 생각에 대한 이야기이고, 영화평 같으면서도 소설이고 과제이고… 어디서부터가 상상과 평가인지도 흐릿해서 오히려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영화 조커 2에 대해 들은 이야기들을 떠올리면 비슷하게 생각하며 즐겁게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이렇다면 적어도 저한테는 조커 2 개봉 기념 홍보 차원에서 할 일을 한 셈인데 요 몇 줄의 글이 편안하고 자유로운 비평이 되었을지는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