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문장이 간결하고 가독성이 좋다. 최근 공모전 수상작들에서 많이 보이는 스타일이란 인상을 느꼈다. 어지간한 벽돌 애호가가 아닌 이상 호불호 없이 좋아할 것 같다.
스토리
이 작품은 주인공 연재가 이모에게 ‘바통’이라는 물건을 받는 것으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한다. 바통은 (많이 축약된 설명이지만)현실을 살아가며 세이브 포인트를 만든 후 나중에 그 세이브 포인트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장치이다.
연재는 그것으로 파이어족이 되는 꿈을 꾸지만 실패하고 술김에 몇달 간 해외로 떠나는 친구에게 바통을 빌려줘버린다.
그 후 과거의 연재인 견재가 연재 앞에 등장한다. 이후 연재의 몸이 분열해서 면재까지 생긴 후 세 명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다는 이야기이다.
내가 처음 아쉬움을 느꼈던 부분은 견재가 등장했을 때였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작품의 아쉬운 점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능동적이어야 할 소재가 주어졌지만 수동적으로 행동한다.’일 것이다.
그 이전까진 바통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었지만 견재가 등장한 후로 바통의 비중은 급격히 줄어든다. 좋게 말하면 맥거핀화 됐고, 정직하게 말하면 소재와 이야기가 어울리지 못하면서 이야기에 위화감이 들기 시작한다. 소재의 재미를 살리지 못하게 됐고, 재미에 시동을 걸어야 할 소설 중반부는 주인공의 나태함을 강조하는 데에 할애된다.
주제 의식
어떤 이야기가 떠올랐을 때, 그 이야기의 주인공은 ‘이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삼으면 이야기가 더 재밌을 만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아야 하는데, 이건 그게 안 됐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한편으로 작품의 주제 의식은 일관적이다. 그러니 이는 양날의 검 같은 것이다. 사실 주인공은 잘못이 없다. 연재는 처음부터 우유부단한 사람이었고 작중에서도 특별히 그 일관성이 깨지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끝까지 개연적이다. 이야기 내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정말로 ‘주인공 같은 주인공’이 주인공이었다면, 이 이야기는 다른 시간축의 자신과 맞서 이기고 정신적인 성장을 이루는 (스포 때문에 제목을 말하지 못하는 어느 작품과 비슷한)액션or스릴러 장르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전혀 다른 방향성이지만 내적으로 두 이야기는 동등하다. 호오가 생긴 것은 이야기 외적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