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자 기훈은 고등학교 친구 주혁 어머니의 연락을 받고 괴짜 수학 신동인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러 가지요. 주혁은 수학과 대학원생으로서 끔찍한 사건을 겪고 마음 문도 닫고 방문도 닫은 것이었습니다. 걱정하는 어머니는 다른 친구가 없는 아들을 위해 오랜만에 어릴 적 친구 기훈에게 도움을 청했고요. 누구에게도 아무 말 않던 주혁은 기훈을 방에 들여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기계 학습, 인공 지능이 워낙 화두인 날들이다 보니 비슷한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본 기억이 납니다. 이미지를 해석하는 기계/모델을 속이는 이미지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사람도 어떤 점에서 기계라면 비슷한 장치가 있겠느냐 하는 궁금함이 작가님의 출발점이었을까 싶었어요. 제목도 조금 귀여운데 ‘후유증’이란 뜻의 영단어이면서도 수학 너머에 뭐가 있을까 싶게끔 언어 유희를 쓰신 듯합니다. 따지자면 에이 설마 싶지만 덜컥 등장하는 마지막 문단의 효과는 제법 무서워서 아 띄엄띄엄 봐야지 이 중에 들키면 어떡하지 생각이 들게 합니다… 복사해서 리뷰 작성에 활용해 볼까 하는 생각에 수학 웹페이지를 찾았다가 더 무서운 마음도 들었고요. 뜻도 배경도 모르겠는 숫자들의 나열이 이런 느낌을 주다니… 주혁이 참 안됐지만 무척 인상적인 단편이었습니다.
농담처럼 댓글도 달았었지만 대학원생들의 마음 건강을 위해서라도 적당한 몰입/이완과 취미 생활, 그리고 교수님과의 거리두기가 중요하지 않을까 덧붙여 봅니다. 원주율의 참 뜻이라면 둥글게 둥글게 살아라…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요? (아님) 그 숫자들의 더미가 너무나 무서웠을 때 어디선가 고소한 기름 냄새라도 났더라면… 아름다운 선율이나 하다못해 골목길 경적 소리, 싸우는 소리라도 들렸더라면 주혁이도 탈출할 수 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