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필은 영화를 (많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세상이 사라지는 마지막 날까지도 사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좋아하는 영화 이야기를 하며, 마지막으로 어떤 영화를 어떻게 봐야 할지 고민하고, 어쩌면 가족도 친구도 연인도 아닌 영화와 시간을 보내려는 것 자체가… 진정 사랑이 아닌지요. 제대로 보지 못해서 아쉬운 영화를 한참 힘을 모아 찾아다녔는데, 어이 없을 정도로 쉽게 볼 수 있었던 점도 재미있어요. 페이스북에서 이름 검색하니 첫 페이지에 나타난 첫사랑 같은 걸까요. 정말 사랑처럼, 흠잡을 데 없이 잘 만들어진 아름다운 작품도 오래 좋아할 수 있지만, 모자라고 거칠고 서툰 작품도 가끔은 마음에 남아 그리워하게 되더라고요. 이건 너무 좋아서 다시 봐야겠다, 한정판 DVD며 블루레이도 사두었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아직 다시 보지 못한 작품들을 떠올리며, 마지막 시간에 나는 무엇을 그리워하게 될까 궁금해 하며 읽었습니다.
또 트위터 이야기가 많은 점도 재미있어요. 인터넷에서 영화 이야기를 하며 영화 퀴즈를 하며 놀던 사람들이 가장 편하게 즐기는 SNS라면 역시 트위터 아닐까 싶습니다. (절대로 X라고 부르지 않게 되는…) 시네필의 정의에 영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라고 더해놔도 될까요? 유독 뭔가에 대한 사랑을 다 주체 못하고 주저리주저리 풀어놓게 되는 사람들이 트위터에 모여 있지 싶습니다. 전 같지는 않아도 주말이면 평소보다 조용해지는 트위터 분위기가 아주 조금은 세상 종말과 닮지 않았을까 생각도 들고요.
뭔가 영화의 힘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힘으로 세상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건 아닐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같은 세상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마지막을 맞을 수 있다면 그것도 참 영화 같고 좋다 생각했습니다. 시네필은 아니지만 ㅎㅎ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