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 : 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
네이버 국어사전에 등재된 덕질의 정의다. 예전엔 흔히들 덕질하면 아이돌이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걸 떠올렸겠지만, 요새는 덕질의 범위도 꽤나 넓어졌다. 문덕, 만덕, 자덕, 잉덕, 코덕 등등,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는 행동’자체가 곧 덕질인 것이다.
여러분들은 소위 말하는 ‘덕질’을 해본 경험이 있는가? 나는 있다. 중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덕질을 하지 않고 살아왔던 적은 없었다. 아, 수능치는 고 3때는 잠시 ‘휴덕’의 시간을 가지긴 했다. 그 시간을 제외하고는 난 끊임없이 무언가를 덕질하며 살아왔다. 배우, 가수, 아이돌, 만화, 그 외의 각종 취미활동들. 덕질을 하다보면 시간은 물론이고 돈과 정성, 노력까지 끊임없이 쏟아붓게 된다. 그야말로 나의 모든 걸 다해 좋아하는 셈.
예주도 끊임없이 덕질을 하며 살아왔다. 여기저기 발 담근 곳이 많은 나와의 차이점이라곤 오로지 단 한 사람만을 덕질해왔다는 것. 예주의 오빠가 중소돌이어도, 실력이 없어도, 인성논란이 있어도 예주는 오빠만을 바라봤다. 덕질이란 바로 그런 것. 내 ‘최애’가 병크를 터뜨려도 흐린눈하고 넘어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예주는 일편단심 오빠만을 바라봤다. 청소년기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미우나 고우나 그렇게 애정을 쏟아부은 상대였는데, 예주는 그 사랑을 배신당했다. 예주의 오빠는 예주의 애정을 이용해 사기를 쳤다. 굿을 해야 한다느니, 부적을 써야한다느니 등의 사탕발림으로 거액의 금전을 갈취당한 예주는 결국은 오빠한테 돌아선다. ‘빠’가 ‘까’가 되면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는데 예주의 오빠는 참으로 간도 크다. 애초에 그런 걸 고려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방송판에서 계속 활동할 수 있었겠지.
수십년 간 쏟아부은 사랑이 배신으로 돌아왔을 때, 예주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올 게 왔다고 느꼈을까? 이럴 리는 없다고 현실부정을 했을까? 작품 내 서술을 보면 아무래도 예주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듯 하다. 단지 자각하기 싫어 무의식 한 켠에 밀어넣고 잊어버리려 했을 뿐.
친구 덕택(?)에 참담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 예주는 앞으로도 새로운 덕질을 이어갈 수 있을까? 덕질을 한다는 것 자체는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그건 확실하다. 그러나 그렇게 쏟은 애정과 시간,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바뀌었을 때 느낄 허탈감은 그만큼 사람을 피폐하게 만든다.
아는 정보를 모두 털어놓으면, 그는 두 번 다시 오빠와 둘이서 나무에 기도를 드리지 못할 것이고 새벽에 우물물을 뜨지도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오빠는 오래 전에 절박하게 사랑을 노래하는 방법을 잊었으므로.
이 한 문단에서 예주가 느꼈을 배신감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간다. 오빠가 한번이라도 사랑을 노래했더라면 예주는 절대로 주현에게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을 텐데.
예주가 잠시만 아프고 다른 대상-그것이 사람이든 취미든 무엇이 되었든 간에-을 찾아 새로이 덕질을 시작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