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ve Mi Trovo 감상

대상작품: 골목 저편 (작가: 일월명, 작품정보)
리뷰어: 난네코, 5일전, 조회 24

Dove Mi Trovo

Whereabouts

내가 있는 곳

 

 

 

 

 

 

목차

1. 골목 : 노인 실종

2. 저편 : 내가 있는 곳

 

 

 

 

 

 

 

 

 

 

1. 골목 : 노인 실종

 

[그림 1] 울산 동구 CCTV 통합관제센터는 지난 7월31일 밤 11시 42분 방어동 한 근린공원에서 맨발로 배회하는 80대 치매 노인을 발견해 안전하게 귀가시켰다. /사진=울산 동구 CCTV 통합관제센터

 

 

 

 

 

 

 

 

[그림 2] 배회가능 어르신을 위한 인식표. 스티커에 고유번호가 적혀있으며 다리미를 이용해 옷에 부착하면 된다. 2~3일이 지나면 쉽게 마모되는 경우도 있다. /사진제공=부산경찰청

 

 

 

 

 

요양원에 계시던 노인 분들이 실종되는 일은, 서글프게도 하루에도 몇 건씩 발생하는 흔한 일입니다. 실종되는 노인 분들은 대체로, 치매를 앓고 계시지요. 일월명 작가님의 <골목 저편>의 시작은 요양원에서 사라진지 나흘이 지난 어머니(주인공이 중년 여성이므로, 작중에서 어머니는 노년 여성)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노년 여성을 경찰이 발견했다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경기남부경찰청] 경찰은 화성시에서 실종된 이맏자(여, 89세)을 찾습니다 – 144cm, 등이 많이 굽었음, 보행기, 고운사랑요양보호소 환자복, 분홍색 목걸이용 선풍기’

치매에 걸린 뒤부터 온갖 역정은 내기 시작하자 주인공 부부는 치매 노인인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기로 결정합니다. <골목 저편>이 업로드 된 2023년 8월인데 2023년 8월 16일 수요일에 보건복지부 장관 조규홍은 60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2023년 고령자 인지건강(치매) 실태조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치매관리법 제14조(역학조사) 및 제14조의2(치매실태조사의 실시)라는 법령에 근거하여 ① 보건복지부장관은 치매의 현황, 비용부담 등을 파악하기 위하여 실태조사를 5년마다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표하여야 한다.

② 보건복지부장관은 제1항에 따른 실태조사를 위하여 관계 기관·법인·단체·시설의 장에게 필요한 자료의 제출 또는 의견의 진술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관계 기관·법인·단체·시설의 장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그 요청에 따라야 한다. ③ 제1항에 따른 실태조사의 방법과 내용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본조신설 2020. 12. 29.]고 치매관리법[시행 2024. 7. 3.] [법률 제19904호, 2024. 1. 2., 일부개정]에 따라서 국가에서 치매를 앓고 있는 60세 이상 국민들의 치매를 예방, 관리, 보호, 지원,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치매관리법 제2조(정의)에 따르면 치매란 퇴행성 뇌질환 또는 뇌혈관계 질환 등으로 인하여 기억력, 언어능력, 지남력(指南力), 판단력 및 수행능력 등의 기능이 저하됨으로써 일상생활에서 지장을 초래하는 후천적인 다발성 장애를 말한다고 정의합니다. 서울대학교병원>N의학정보에 따르면, 정상적으로 생활해오던 사람이 65세 이후 뇌기능이 손상되면서 인지 기능이 지속적이고 전반적으로 저하되어 일상생활에 상당한 지장이 나타나고 있는 상태를 가리켜 노인성 치매(senile dementia)라고 하고, 만 65세 이전에 발병하면 초로기 치매(pre-senile dementia)라고 부릅니다.

텅 빈 골목 저 멀리, 보행기를 짚으며 빠르게 걸어가는 노인의 뒷모습과 골목의 양 벽을 이루는 건물들이 끝도 없이 다닥다닥 붙어 이어진 장면에서 치매 노인과 치매 노인을 보살피는 간병인 가족이 사는 세상이 어떤 느낌인지 간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치매 노인에게 있어서 세상은 골목 처럼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어디가 어디인지를 분간할 수가 없고, 사람을 쪄죽일 듯 내리쬐는 햇볕 아래 빽빽하게 쌓여진 건물들 사이로 숨 쉴 구멍조차 찾지 못해서 지쳐가는 간병인 가족의 공감각적 심상을 표현한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2. 저편 : 내가 있는 곳

 

특정 문학 범주로 분류되기 쉬운 작품을 하나의 방식으로 해석한 뒤 다시 그 이야기를 마주하게 되었을 때 같은 읽기 방법에 감겨있는 대신 서사 속의 순간순간을 새롭게 마주함으로써 더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게 한다고 합니다. 이런 점에서 일월명 작가님의 <골목 저편>은 골목 저편의 우연적 가능성을 담은 저편으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젖혔다고 생각합니다. 비교문학 적인 관점에서 저는 줌파 라히리(Jhumpa Lahiri, 1967년~현재)의  『내가 있는 곳』이라는 작품이 생각났습니다.

인도 캘커타(Calcutta) 출신의 벵골인(Bengali) 이민자 부모를 둔 줌파 라히리(Jhumpa Lahiri)는 1967년 런던에서 태어났고 그녀가 세 살이 되던 해 그녀의 부모는 라히리를 데리고 미국으로 건너와 보스턴 대학교(Boston University)에서 영문학, 문예 창작, 비교 문학 르네상스(Renaissance) 문화를 연구하며 틈틈이 글을 썼고, 2018년에 줌파 라히리는 이탈리아어로 쓴 소설 『내가 있는 곳』(Dove Mi Trovo)을 발간한 뒤 2021년에는 이 작품을 자신이 직접 영어로 번역하여 『내가 있는 곳』(Whereabouts)을 출간했습니다.

줌파 라히리의 작품은 작가의 인종적/민족적/문화적 배경과 직결하여 이를 소수민족문학과 같은 특정한 문학 범주 내에서 이해하고, 이야기에 정체성 서사를 반영할 것을 기대하는 흐름을 담고 있습니다. 『내가 있는 곳』은 공간적, 시간적, 그리고 내면적 배경을 기반으로 하는 마흔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은 매우 느슨하게 이어져 있는데 작품에서 유일하게 서사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화자에 대한 정보는 충분히 제공되지 않고 화자는 주로 여러 장소에서 타인들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작가의 정체성은 작품을 생성하는 원료가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가 있는 곳’이 어디인가에 따라서 글의 느낌도 달라집니다. 저도 그렇고, 일월명 작가님도 그렇고,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창작자들입니다. 우리가 미국으로 건너간다면 한국인으로서 소수 인종이 될 것입니다. 저도, 일월명 작가님도 미국에서 영어로 작품을 쓰게 된다면 미국 문학과 간명하게 맞아 떨어지지 않는, 소수민족문학으로 분류될 것입니다.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에 따라서, 작가의 정체성이 무엇인지에 따라서, 작품의 성격은 완전히 변하게 됩니다.

일월명 작가님의 작품을 2021년 3월에 업로드한 <블랙 레몬 소르베>부터 2024년 6월 9일에 업로드한 <야!>까지 총 20편의 작품을 모두 읽어본 저로선, 일월명 작가님의 작품 세계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한 개인의 삶을 비추고 있다고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삶의 자취를 담는 요체가 바로 문학입니다. 이것은 일월명 작가님의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다고 판단이 되는데, 일월명 작가님은 비주류의 인간 군상을 명징한 눈으로 관찰하여 한국적인 소재로 글을 직조하신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표현들은 리뷰어 난네코의 자의적인 해석이라서 실제 일월명 작가님과 다를 수 있습니다. 그저 제가 판단하기에 일월명 작가님의 작품 세계와 작가로서 정체성이 위와 같다는 것입니다. <골목 저편>이라는 소설을 반복해서 읽으면서, 골목/저편으로 단어를 쪼개어 보았습니다. 골목에서는 치매 노인의 실종이라는 동시대적 사회문제를, 저편에서는 작가가 있는 곳에 대해서 고찰을 하게 되었습니다. 브릿G 정기리뷰단 31기의 임기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리뷰글로서 멋지게 리뷰글을 써드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현실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서, 원래 어제 작성해서 업로드해야 할 리뷰글을 오늘에서야 작성해서 드리게 되었습니다. 스트레스를 훌훌 털고 일어나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골목 저편>을 편집증적으로 읽고, 또 읽으면서 언어를 조형한 결과 26매의 비교적 짧은 리뷰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46매는 써드릴려고 했는데, 마음처럼 쉽게 되지가 않는군요. 하지만, 일월명 작가님의 작품을 읽는 것은 즐거웠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작품을 창작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난네코 배상(拜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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