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지 않은 미래, 현실의 가족을 그려낸 소설, “하나 둘 셋”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하나 둘 셋 (작가: 사피엔스, 작품정보)
리뷰어: 쥰노, 10월 13일, 조회 9

Q. 소설을 읽기 전 예상했던 내용과 실제 내용의 차이?

A. ‘하나 둘 셋’이라는 제목은 주인공(들)의 이름이자, 또 과거 TV 유치원으로 유명했던 유아 프로그램의 제목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 제목만큼 이 작품을 잘 드러낸 제목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작품은 한 여자 혹은 가족의 육아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부모로서의 책임과 권리, 나아가 인간의 실존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Q.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점

A. 이 소설은 SF소설이지만, 정말 머지않아 도래할 우리 미래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인간의 기억과 형태를 가지고 복제되는 휴머노이드, 그리고 그들에게 맡기는 나의 힘들고 지치는 일상들, 실제 이러한 것들이 현실에서 나타난다면 비단 이 작품에서 표현된 것처럼 육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평소 인간 각자가 귀찮고 힘들게 느껴졌던 업무 전반에 나타나게 되겠지요. 예전에는 일상이 너무 힘들면, 나의 손톱을 갉아먹고 태어난 분신들이 내 일을 대신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저 또한 하기도 했었는데요. 누가 그러더라고요. 그러면 그냥 일 하기 싫어하는 제가 여러명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요. 그렇지요. 우리가 어떤 일을 하기 싫어 하거나 하고 싶은 것은 단순히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의 기억들과 생각들, 나의 가치관들까지도 함께 작용하여 나타나는 것일 겁니다. 그렇기에 나의 기억을 가진 휴머노이드들 또한 나의 과거 생각들에 따라 그리고 그것이 현재의 생각에까지 영향을 미쳐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어지는 것이겠지요. 이 작품에서의 두나와 세나 또한 하나처럼 육아가 아닌 자유와 꿈을 좇고 싶어하지만, 그들에게 그런 것은 금지될 뿐이었습니다. 감정과 생각을 가진 휴머노이드들을 억압하고, 가족을 돌보지 않으며, 문제가 생기자 그들을 제거하려는 하나의 모습과 자유와 꿈이라는 욕구를 스스로 억누르면서도 가족을 지키려는 두나와 세나의 모습 중 그 누가 더 인간적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또한 아무리 힘들고 지치는 일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면,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고 지켜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자신이 권리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나가 휴머노이드들에게 육아와 가족일을 맡겨버린 그 순간부터 한 사람의 아내로서 그리고 엄마로서 하나 자신의 권리 또한 그들에게 이양해버린 것이 아닐까요. 결국 좋은 엄마와 평화로운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 스스로가 책임감있게 그 무게를 짊어지고 가야한다는 것이겠지요. 역시, 시대가 지나도 아무리 기술이 발전한다 하더라도 육아란 힘든 것이구나, 하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Q. 소설의 미래 독자에게

A. 이제 곧 닥칠 미래, AI와 휴머노이드의 시대. 그리고 그 시대에서 우리가 느끼게 될 갖은 딜레마 중 하나를 이 소설에서 다루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과연 내가 하나였다면 어떻게 했을지 주인공 혹은 주인공 남편의 시점에서 생각해보며 인간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진짜 인생인가 하는 철학적인 물음도 계속 되뇌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곧 닥칠 미래라는 생각을 하니 조금 소름이 돋기도 했고요. 재밌게 잘 읽은, 아주 현실적으로 느껴졌던 SF소설이었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