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민진 님. 잘 읽고 있었는데 리뷰 공모를 올리셨습니다. 다른 분들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제 리뷰를 올릴까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올립니다. ^^; 리뷰에 앞서, 좋은 글 올려주심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타인 작품의 리뷰는 항상 조심스럽습니다. 특히나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집필 중 자기가 중시하거나 심지어는 자기도 모르게 강조하는 요소가 있는데, 자기도 모르게 그 부분을 남에게 강요하게 될까봐요.
따라서 이것은 제 의견에 불과하며, 절대로 민진 님께 ‘이렇게 해라!’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님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1화, 시작이 좋았습니다. 그러나 2화로 들어간 순간 어? 하면서 무언가 붕 뜨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집중력이 흐트러진 것입니다.
계속 읽었습니다. 읽다 보니 몰입해서, 완전히 빠져들어서 본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 부분은 아마 시각적인 연출 같은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나기s님께서도 언급하신 scene이요.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인물에게 몰입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이야기의 흐름에도 집중이 덜 되었고요.
왜? 이유가 뭘까. 분명히 스토리는 흥미진진하고 ‘무언가 일어날 것 같은’ 긴장된 분위기인데, 왜 몰입이 잘 되지 않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 극초반 카메라 포커싱에 문제가 있었구나. 카메라가 조명해야 할 인물이 불명확했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조명하지 못했다. 인물, 즉 이야기를 끌고나가는 스토리텔러 자체에 몰입이 잘 되지 않으니 이야기 자체에도 집중이 잘 되지 않았던 것이다.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화자가 누구인지요? 1인칭, 3인칭의 문제가 아닙니다. 3인칭이어도 스토리텔러는 존재합니다. 어쨌거나 사건은 한 인물의 시점에서 진행되어야 하니까요. 설령 군상극이어도 한 에피소드가 끝날 때까지는 이야기를 끌고, 주도해나가는 인물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1화에서 2화로 넘어가면서 갑자기 극을 끌고 나가는 인물이 바뀌어버립니다.
초반부, 즉 1화까지는 주승 시점의 3인칭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겨버립니다. 2화로 넘어가자마자 인물의 시점이 바뀝니다. 카메라가 다른 사람으로 옮겨가버린 것입니다. 시간대도 배경도 달라집니다.
그리고 2, 3, 4, 5화… 저 개인적으로는, 계속 화자가 바뀌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6화 중반부까지 여러 인물들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6화 중반즈음에 들어서서야 다시 주승의 눈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이렇게 되면 독자의 시점이 분산이 되어버립니다.
독자들은 당연히 처음 등장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생각하고, 그에 감정이입하여, 그의 입장에 몰입하여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그런데 갑자기 극초반부터 또 다른 인물의 눈으로 이야기를 보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무언가 붕 뜨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 저도 그래서 집중력이 흐트러졌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1. 초반 4-5화까지는 주승의 시점을 유지하시면 됩니다. 경찰서에 찾아가는 것도 주승이 중심이 되고, 이후 사건을 해결하려는 계기도 주승이 제안하게끔요. 아니면 최소한 이 인물의 비중이라도 늘리면 됩니다.
2. 1화 주승의 시점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아예 프롤로그로 만드시면 됩니다. 그리고 1화 첫부분에 카메라가 주승도 제3의 인물도 아닌 다른 것을 비추면 됩니다. 시신 발견 뉴스, 어수선한 경찰서의 모습, 이런 묘사요. 그렇다고 묘사가 너무 길어지면 그건 또 안 되겠죠. 한마디로 한 인물에서 다른 인물로 시점이 옮겨갈 때, 한 템포 쉬도록 여유를 불어넣어주는 작업이라 하면 될까요.
아래는 <손(損) 오는 날>에 대한 감상만이 아니라… 간만에 인터넷에 소설을 연재하며 최근 들어 느낀 점이기도 합니다. 정말로 제 주관적인 의견이며, 다른 분들은 당연히 나름의 생각이 있을 것이기에 양해의 말씀을 드립니다.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 연재되는 소설은, 극초반부에 주인공을 명확하게 포커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종이책이면 괜찮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손(損) 오는 날> 역시 온라인에 연재되고 있지요. 브릿g 작품들이 통상적인 웹소설의 정의에 부응하는지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저도 웹소설을 연재해봐서 느꼈지만, 같은 글이라도 종이로 보는 것과 웹(스마트폰)으로 보는 건 천지차이입니다. 스마트폰으로 볼수록 글에 몰입하기가 어렵습니다. 스마트폰은 pc와는 또 다르더군요. 이유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그렇기 때문에 종이책보다 독자를 글에 훨씬 더 더 더 붙들어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얘가 주인공이에요!’를 더욱 명확하게 명시해줘야 하고, 배경묘사나 설정 설명, 내러티브 형식이 아니라 곧장 사건과 장면에 빠져들도록 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종이책 추리소설조차 초반부의 배경 설명은 생략해버립니다. 외국 소설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간대가 현대, 장소가 국내(혹은 저자의 나라)일수록 더더욱 그렇더군요. ‘너 다 알지? 생략한다.’ 이런 느낌입니다.
극초반부의 시선끌기, 통칭 어그로는 굳이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건 해도해도 너무 어려워요. ㅠㅠ
집필 작업, 정말 고되고 힘들지요. 하지만 민진 님 역시 글쓰기의 즐거움을 아시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괴롭지만 재미있는, 그래서 끊을 수 없는 이 과정을 즐기시기를 바라며 ^^; 민진 님의 건필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