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길 스릴러 감상

대상작품: 이화령 (작가: 이시우, 작품정보)
리뷰어: 뇌빌, 10월 7일, 조회 15

아무리 소설이어도 도로에서 자전거와 무쏘의 대결이 성립 가능한가? 생각했는데 엔진 예열 같은 거였어요… 화자/주인공의 성향도 알려주고, 독자에게 상당한 긴장감을 팍 주었다가 살짝 풀어주면서 (라면을 먹으며) 쉬어갈 시간도 주고, 그러면 본 사건은 무엇일지 궁금하게 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GPS 사용에 따른 배터리 급감에 관한 정보도 주니 여러모로 유익합니다.) 진작 지나간 무쏘가 다시 나타나 해코지를 할 것인가? 밤길 자전거를 타다가 귀신이라도 만나게 되려나? 궁금한 사이 위협이 뒤로부터, 소리를 통해 눈치 채게 되는 연출이 매우 좋았습니다. 소리도 차례로 자르륵, 부시럭, 숨소리를 거쳐 콧노래가 들리는 등 종류를 이야기하더니 점점 커진다고 음량까지 묘사해 주어서 차례차례 섬짓한 느낌이 들지요. 아닌 밤 중에 이상한 사람은 피하는 게 상책일 텐데, 좀 미쳐 있지만 그래도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주인공은 비켜가라며 대화를 시도하지만 상대는 너무 악하고 너무 미친 사람이었습니다. 어떻게 사냥감이 된 것인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일깨우며 큰 부상을 입은 주인공이 어떻게 될지 매우 궁금해집니다.

소재가 달랐다면 적용하기 힘들었을 재밌는 점은 심장 박동 수와 속도 등으로 위기를 정량적으로 나타낸다는 것이었는데 짧은 글에서 무척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아 이렇게 위기가 커지고 있구나, 여기가 바로 절정이구나 하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게 되니까요. 그리고 이런 점에서 주인공은 위기 탈출의 실마리를 찾습니다. (제 경우 레이싱 게임에서나 겪어 본) 과거 나와의 경쟁을 하는 것인데 과거의/최고의 나를 못 이기면 나는 (악당에 의해) 죽을 것이라는 단순하고 강렬한 명제가 만들어집니다. (심지어 과거의 나를 너무 크게 이기면, 그것도 나를 죽게 할 수 있습니다.) 위기 속에서 나를 가까스로 극복하고 적에게 치명타를 입힌 후, 남은 위험을 따져보고 사라지(려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무척 시원합니다. 다양한 속도감과 재미가 가득 느껴지는 꽉 찬 단편 고개길 스릴러 [이화령]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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