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Bāb al-Maftūḥ 감상

대상작품: 선의와 악의 (작가: JIMOO, 작품정보)
리뷰어: 난네코, 9월 2일, 조회 19

al-Bāb al-Maftūḥ

열린 문

 

 

 

1. 작품요약

2. 작품비교

3. 작품해석

4. 마치면서

 

 

 

 

 

 

1. 작품요약

 

(p. 1). 경원이 돌아왔을 때 문은 활짝 열려있었다. 닫으면서 화가 났다. 문단속 잘하고 살라고 그렇게 잔소리를 해도 가족들은 말을 안 듣는다.

(p. 2).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는데 왜 지금은 마음이 불편할까? 해마다 강력 범죄 소식이 늘어가고 있어서? 그 이유가 없진 않다.

(pp. 15~18). “그래요? 근데 왜 열고 살아요. 좀 닫고 살자니까요?” “안 돼.” “무섭지도 않아요?” “더워서 그 전에 사람이 먼저 죽겠다. 다 그렇게 살아왔어. 유난 떨지 말어.”

(p. 22). 사람 죽인 흉악범이 공개 수배 중이었다.

(p. 25). 경원은 나라에다 가로등 좀 달아달라고 호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변 주민에게 물어보고 다닌 적이 있다.

(p. 34). “우리 집에도 한번 왔다 갔어.”

(p. 38). “마을에 수배 전단지 붙인 경찰한테 말했어. 어? 이 사람 봤다고. 한 두 시간 정도 앉아 있다 갔다고.”

(p. 42). “별 일 없었어. 괜찮아.”

 

경원의 부모님은 여름의 더위를 식히기 위해서 온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의 문을 열어놓습니다. 하지만, 주인공 경원은 문을 열어놓는 행위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매년 흉악한 소식이 뉴스에 나오고, 공개수배범의 얼굴이 뉴스에 나옵니다. 경원은 집의 문을 열어놓는 것은 위험한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골에서 살았던 부모님은 이웃 간의 정을 중요시 하는 분들이고, 여름이라 너무 더워서 문을 열어놓습니다. 자식인 경원이 문을 닫아놓자고 말해도, 듣지를 않습니다. 심지어, 경원의 부모님은 수배 전단이 붙은 흉악범이 집에 왔는데도 별일이 아니라고 괜찮다고 합니다.

부모님의 안전불감증은 선의(善意)를 넘어서 경원에겐 지독한 악의(惡意)로 보일 법한 행위입니다. 세상에 나쁜 사람이 없다고 해서, 타인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할 수는 없습니다. 생존과 안전에 직결된 문제를 직접적으로 표출하는 자식의 의견을 완전히 묵살하는 경원의 부모님은 선의를 가진 사람이 아닙니다. 사람들 사이의 착한 마음만 가지고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현실은, 몹시 잔혹하고 무서운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나와 가족의 안전, 나와 가족의 생명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작중에 등장하는 경원의 부모님을 몹시 싫어합니다.

 

 

 

 

 

 

2. 작품비교

 

‘열린 문’ 소일장에 관련된 작품이라, 비슷한 작품과 비교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집트 여성 작가인 라티파 알-자이야트의 본명은 라티파 압두 알-살람 알-자이야트(Laṭīfah ʻAbd al-Salm al-Zayyāt)로 1923년 8월8일 나일 강과 지중해에 둘러싸인 이집트 다미에타(Damiyt)의 중상층 가정에서 태어났고, 그녀는 아버지의 직업 때문에 다미에타에서 만수라(al-Manṣūrah)로 그리고 다시 아시우트(ʼAsiyūt)로 많은 이사를 다녀야 했으며, 그녀가 12살 때 아버지가 죽고, 카이로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단편 소설가 겸 비평가 겸 교수 겸 정치 활동가로 살며 많은 활동을 했습니다.

라티파 알-자이야트는 1942년 카이로 대학교에 입학하여, 1957년에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이후 1971년 교수가 되고 나서, 1976~1983년에 이집트에서 손꼽히는 명문대인 아인 샴스 대학교(Ain Shams University, جامعة عين شمس)의 영어과장으로 재직하였습니다. 그녀의 소설 『열린 문』 (al-Bāb al-Maftūḥ)은 제2차 세계대전(1939-1945) 종식 후 제1차 중동전쟁(1948-1949)발발과 이집트 혁명(1952)을 거쳐 1956년 제2차 중동전쟁인 수에즈 전쟁 당시의 상황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는데, 소설 『열린 문』은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작중 인물의 심리 상태를 분석하고, 작가의 사상을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로, 이야기의 시작은 1946년 2월 21일 저녁 7시부터 시작하며, 평범하던 날씨에 비해 카이로의 거리는 사람들로 붐비지 않았고 총을 찬 군인들을 실은 경찰차가 거리를 활보하고 있습니다. 삼삼오오 무리를 이룬 사람들이 그날 아침 이스마일 광장에서 있었던 반(反)영국 시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시위는 끝이 났지만, 재정부 직원 무함마드 아판디 술레이만(Muḥammad Afandī Sulaymn)의 가족들에겐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술레이만과 그의 부인은 초초한 마음으로 아들 마흐무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둥근 테이블 앞에는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활발한 11살의 여자 아이 라일라가 서 있었습니다. 한참이 지나고 술레이만 머리 위에 있던 시계가 7번 울리고 나서야 마흐무드는 사촌 이삼의 어깨 부축을 받으며 집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시위에 참여한 마흐무드의 행동 때문에 라일라에게 있어 오빠 마흐무드는 영웅이 되었고 라일라도 학교에서 유명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17살의 라일라는 학교에서의 활발한 모습과 달리 집에선 간섭과 억압에 의해 자유롭지 못합니다.

엄마와 라일라는 밥을 먹을 때조차 함부로 말을 꺼낼 수 없었던 반면, 오빠 마흐무드는 사촌 이삼과 정치 이야기를 자유롭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얘기를 몰래 엿듣던 라일라는 자신도 모르게 온몸에 전율을 느낍니다. 어느 날, 학교에 조금 늦게 온 라일라는 이상한 광경에 놀랍니다. 종이 울렸지만 여전히 여학생들은 줄을 서지 않고 삼삼오오 모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어디선가 이집트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위에 여자들도 참여해야 한다는 소리가 들립니다. 흥분한 라일라는 시위의 리더인 사미야 자키(Sāmiyah Zakī)를 선두로 많은 여학생들을 따라 나섭니다.

멀리서 화가 잔뜩 난 얼굴을 하고 있는 아빠에게 걸리고 맙니다. 집으로 돌아 온 라일라는 자신을 꾸중하는 식구들에게 자신이 왜 시위에 가담했는지 소리칩니다. 무엇보다 늘 자신에게 다정하고, 반영 시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던 오빠만큼은 자신을 잘 이해 할 거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라일라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질책하는 오빠에게 더욱 크게 소리칩니다. 한참을 소리치고 혼자 방에 남은 라일라를 달래주기 위해 사촌 오빠인 이삼이 몰래 찾아왔다 갑니다. 매일 보는 사촌 오빠이지만 라일라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지고, 둘은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 했음에도 불구하고 둘의 관계는 어색함만 더해집니다. 이삼은 사촌 동생에게서 욕정을 느꼈다는 죄책감에 라일라를 사랑하는 것을 포기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이삼의 동생 가밀라(Gamīlah)의 결혼 소식이 들려옵니다. 그녀는 결혼 상대를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 채 집에서 정해준 대로 늙고 품위 없지만 돈 많은 남자에게 시집가는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어색해져 버린 이삼은 라일라와의 관계 극복을 위해 드디어 라일라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라일라는 기뻐 어쩔 줄 몰라 합니다.

하지만 마흐무드와 함께 군 입대를 하기로 했던 이삼은 고민을 계속합니다. 그렇게, 자신의 결정을 미루기로 결심하자, 라일라는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이삼을 차갑게 대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런 라일라의 태도에 이삼은 불안감을 느끼고, 라일라에게 강제적인 키스를 하거나 라일라가 다른 남자와 이야기를 하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등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계속되는 이삼의 이상한 행동과 집착은 라일라로 하여금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게 만들었으며, 결국 이삼에게 라일라와는 다른 또 한명의 여자 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이 둘의 관계는 끝납니다.

더불어 이 사건을 계기로 오빠의 군대 친구인 후세인(Ḥusayn)의 끝없는 구애와 라일라 자신도 후세인을 사랑하고 있음에도 끝까지 사랑의 문을 열지 않습니다. 시간이 흘러 후세인은 독일로 떠나고, 라일라와 친구 산나(Sannāʼ)와 아딜라(ʻAdīlah)는 카이로대학교 철학대학 문학부에 입학합니다. 하지만 라일라의 대학 생활은 그다지 즐겁지만은 않았습니다. 시시콜콜 모든 일에 간섭하는 람지 교수 때문입니다. 람지 교수는 라일라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는지 감시하며 라일라의 숨통을 조입니다.

라일라는 산나와 아딜라와 함께 람지 교수의 이상한 행동의 이유를 찾던 중 그가 라일라를 신붓감으로 점찍었음을 알게 됩니다. 친구들은 람지 교수와 결혼을 하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말하지만, 라일라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무엇보다 그가 하려는 결혼이 사랑이 아닌, 집에서 조용히 자신을 내조하고 복종할 여성을 찾는 것이라는 사실이 그녀를 더 힘들게 만듭니다. 람지 교수의 끝없는 간섭과 방해가 싫었음에도 결국 라일라는 자신과의 아무런 상의도 없이 람지 교수의 결혼상대가 되었고, 모두 부러운 듯이 쳐다보지만 라일라는 전혀 행복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시작된 라일라와 람지 교수의 약혼식 날, 많은 친척과 친구들이 라일라의 약혼을 축하하러 왔습니다. 그녀는 천사 같이 예쁜 신부의 모습이었지만 기분은 썩 좋지 않습니다. 약혼식 날까지도 람지 교수는 그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는커녕 고분고분하고 시키는 대로 하는 라일라의 성격 때문에 결혼을 했지 다른 이유는 없다는 그의 말이 라일라를 비참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람지 교수는 나라의 독립 문제에는 관심 없다는 듯이 라일라를 카이로중학교 교사로 일하게 하기 위해 손을 쓰지만, 라일라는 원하는 근무지에 몰래 포트사이드를 적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포트사이드로 간 라일라는 그곳에서 1956년 10월 29일 이스라엘의 시나이 공격과 10월31일 영국과 프랑스의 이집트 공격을 겪게 됩니다. 전쟁이 시작되고 여자들은 대부분 포트사이드를 떠나고 남자들만이 남았습니다. 라일라도 마찬가지로 떠나야 했습니다. 오빠 마흐무드는 여자들은 안전한 곳으로 피하고 남자들만이 전쟁에 참여해야 한다고 라일라를 설득시키지만, 라일라는 떠나지 않고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전쟁에서 실려 온 사람들을 치료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전쟁에 참여하게 된 라일라는 모든 것이 불안합니다.

하지만 적들이 오기 전에 숨어서 포진하고 있던 그녀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힘을 얻어 전쟁에 참여하게 됩니다. 마침내 전쟁은 이집트의 승리로 끝이 나고, 이집트는 영국의 식민지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독립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춤을 추었습니다. 운하와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 있는 노예와 식민지의 상징이었던 레셉스 동상에 군복을 입은 한 남자가 드릴을 들고 올라갑니다. 저 동상은 부셔야만 한다. 흥분한 라일라는“머리! 머리를 날려버려!”라고 소리칩니다.

라일라는 자신을 억압하던 아버지와 람지 교수가 생각이 납니다. 하지만 조각상이 부서지고, 그 파편들이 사방으로 흩어지자 라일라는 자신을 억압하고 있던 모든 것들이 함께 흩어져 버린 것처럼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있던 후세인은 군중들 사이에서 그녀를 잃지 않기 위해 손을 잡았습니다. 그러자 라일라는 후세인에게 “당신에게 보여줄게 있어요.”라고 하더니 그의 손을 놓고, 람지 교수와의 약혼반지를 버렸다. 후세인은 그녀의 어깨를 잡고 소리쳤다. “당신은 자유에요! 자유!” 이상으로 소설이 끝납니다.

라티파 알-자이야트 작가님의 <열린 문>은 여주인공 라일라가 가부장적이고 억압적인 환경을 이집트 독립과 함께 활짝 여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반대로 지무 작가님의 <선의와 악의>에서 열린 문은 주인공 경원의 불편함과 불안함을 강화하는 장치로 사용됩니다. 같은 열린 문이라도 작가에 따라서, 작품 내에서 전혀 다른 의미의 상징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라티파 알-자이야트 작가와 지무 작가는 각자 다른 언어로 소설을 창작하고, 각자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으며, 각자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살고 있습니다. 따라서, 두 작가님의 작품 비교는 몹시 의미가 있습니다.

다른 나라 혹은 다른 언어권의 작품을 비교하는 문학연구를 ‘비교문학’이라고 합니다. 비교문학은 본래 각국 문학의 교섭사를 연구함으로써 특정 언어문화권의 문학을 심층적이고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학문으로 시작했는데, 프랑스에서 시작된 비교문학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더욱 발전하였고, 최근까지 페미니즘과 정신분석, 탈식민주의 이론을 위시한 다양한 문학, 사회학, 철학 이론들과 풍부한 대화를 거치면서 학문적 가능성을 나날이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3. 작품해석

 

작품에 대한, 리뷰어 난네코의 자의적인 해석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선의와 악의>는 억압당하는 경원과 선의를 가장한 부모를 묘사합니다. 아버지는 전통적-보수적-가부장적이고, 어머니는 그런 남편에게 물들어버린 상태입니다. 이웃의 선의를 중시하는 부모님의 문을 열어놓는 행위는 경원이 불편함과 불안함을 느끼게 만듭니다. 부모님과 경원은 같은 언어로 대화하고 있지만, 소통이 이루어지진 않아요. 경원과 부모님 사이엔 커다란 벽이 존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작품에선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고, 자식은 부모의 뜻에 복종해야 한다는 위계적인 가족질서가 존재합니다.

원래부터 시골 인심은 이웃들과 신뢰를 형성해야 하므로 집의 대문을 활짝 열어놓아야 한다.  부모님의 이런 가치관은 동시대에서 발생하는 여러 흉악범죄 뉴스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모순적인 태도입니다. 경원은 자유의지가 없는, 부모에게 정신적으로 예속된 상태에 놓여있습니다. 안전하게 집의 문을 닫아버리고 싶지만, 그런 행위는 부모님의 눈에 악의적인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흉악 범죄자 수배지를 발견하자 몹시 불안해합니다. 부모님의 뜻에 순종하며 살아가고, 억압받으며 공포에 떱니다. 경원은 가정에서 부모에게 억압당하는 자녀를 표상합니다.

 

 

 

4. 마치면서

 

저는 JIMOO 작가님의 작품들을 모두 읽고 댓글과 별점을 달았습니다. <선의와 악의>도 즐겁게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JIMOO 작가님께서 보여주실 다양한 이야기들을 기대하겠습니다. 이로서, 40매의 리뷰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난네코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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