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주인공 홍수찬은 온통 후회할 일 투성이인 젊은 날을 보냈습니다. 호랑이도 산적도 많다는 강원도 산길에 혼자 나선 수찬의 사연이 궁금할 지경인데, 주막 주인도 말리는 그 길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떠나려는 수찬의 사연이 궁금하게 만드는 도입부였어요. 이래도 되나 싶을 때 자칭 심마니 총각이 나서 주막 장삿속에 속지 말라며 길동무가 됩니다. 오랜만에 사람과 함께한 탓인지 이 얘기 저 얘기 하게 되는데 잘 모르는 초면에 대고 가진 게 많다는 이야기도 꺼내고요. 여기서 수찬이 어수룩한 사람인가 생각도 들었지만, 그보단 뭔가 많이 내려놓은? 포기한? 듯한 느낌도 있었습니다.
뭔가 큰일이 나겠구나 싶던 건 호식총을 건드렸을 때이죠. 호랑이만 해도 정말 무서운데, 그에 희생된 사람들이 호랑이 산군을 따르는 창귀가 되어 또 사람들을 꾀어낸다니요. ㅠㅠ 아마도 사람 맛을 본 호랑이가 계속 사람을 해치는 걸 사람들이 문학적으로(?) 표현했던 걸까요. 참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여튼, 직후에 아뿔싸 강도였구나, 얻어 맞고 빈털터리가 되었구나 싶었는데 환상인 듯 아닌 듯 한 소녀-젊은 날 큰 후회와 관련된 아이, 제 자식인지 뉘 자식인지도 모르지만 순간의 어리석음에 돌이킬 수 없는 일을 했던 난아를 떠오르게 하는 아이-를 보고요. 이어 심마니 청년이 눙을 치며 머리에 붕대를 감아주고… 다시 길을 나서지요. 정신도 어지러이 옛 일을 회상하는 사이 아이를 다시 만나고, 심마니 청년은 그저 돕는 청년이 아닌 강도에다 창귀였음을 알게 되는 그 순간, 아이의 원망 섞인 한 마디는 마치 왜 아직도 그리 어리석냐고 다그치는 것 같았어요. 그럼 너는, 하고 묻는 그 마지막 말마저도요. 그리고 모습을 드러내는 늙은 산군과 수찬의 마음 ㅠㅠ 그 사연들을 듣고 나서는 그저 죄책감으로 스스로를 바친 것일까 싶고, 덧붙은 실화 이야기도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생각하면 아주 오래 전 이야기도 아닌 거죠. 잘못한 어른들로 인해 힘들어진, 위험해진 아이들이 더는 없기를 바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