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전 세계적인 추세이긴 한데 우리나라는 특히나 심각한 상황이라서 해외의 전문가들도 거듭해서 지적하며 우려하는 부분이라고 한다. 인구감소를 넘어 인구소멸이라는 표현 역시 우리의 일상에 침투해 점점 확산되고 있다. “2020국가존속비상조치법”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이런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듯한 소설이다.
“국가존속비상조치법”은 줄여서 “국존법”이라고도 불리는데, 성인남녀가 의무적으로 정자와 난자를 납부하고 국가에서 이를 수정시켜 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법으로, 2020년에 제정되었다(물론 소설 속 설정이다). 이야기는 2018년 여름에 대통령이 국존법 시행에 대한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시작된다. 단, 제정은 2020년이지만 시행되는 것은 그로부터 30년 후인 2050년이다. 그러니까 2020년에 태어난 아이가 서른 살이 되는 2050년부터 생식세포를 국가에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이런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일단 나는 이 소설을 통해 처음으로 접한 발상이라 매우 참신하고 흥미롭게 들렸다.
소설 속 상상력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인공 자궁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모준우 대통령은 이렇게 개발된 인공 자궁 기술력을 바탕으로, 여성들에게 임신과 출산의 위험을 국가가 책임질 것이니 생식세포를 국가에 헌납만 하면 된다고 설득한다. 솔직히 읽으면서 매우 솔깃했다. 수많은 미혼이나 비혼들이 결혼을 하지 않고 아기를 낳지 않는 것은, 여러 가지 현실적인 제약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특히나 대한민국의 여성들에게는, 출산이라는 것이, 그러니까 내가 나의 아기를 낳는 것이 나의 생존권을 위협하는(그것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혹은 신체적이든 사회적이든) 행위나 진배없어진 지 오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시행되기에는 너무나도 과격하고 급진적인 발상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작가분도 소설을 통해 만약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떨까? 라는 상상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그 역효과나 위험성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의도하신 것 같다. 총 15화로 완결까지 올라와 있는데, 개인적으로 설정이 매우 참신하고 디테일해서 기대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결말이 너무 빨리 진행된 듯해 살짝 아쉬운 감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작가분이 전달하고 있는 메시지나 주제는 매우 확실하며 직접적이다.
매우 현실적인 소재와 참신한 설정으로 인해 읽는 동안 내내 흥미진진했다. 동시에 저출산 문제가 실제로 그만큼 심각하다는 반증 같기도 해서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전 세계가 안고 있는 인류 생존과 직결된 문제에 대해 곱씹어 보게 만드는 소설을 만나보기란 결코 쉽지 않다. 작가님의 상상력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