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눈의 셀키]를 보고 어떤 이야기일지 감을 잡지 못했습니다. ‘셀피’나 ‘셀카’를 먼저 떠올리기도 했네요… (나중에야 밝혀지지만) 바다의 생물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힘을 지녔지만 사람들에게 소외되어 지내는 마녀가 아름다운 셀키에게 홀려 남은 생을 바꾸는/바치는 이야기로 읽었어요. 인어공주나 세이렌처럼 바다 사람들을 홀리는 이야기 비슷하다 생각해 셀키를 검색하니 정말 많은 판본의 설화에서 여성으로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어쩌다 사람들에게 들켜서는 위협받지만 특유의 아름다움으로 여러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니, 잘은 몰라도 옛날에 “마녀”를 취급하는 것과 조금 비슷한 것 같기도 합니다. 주인공 마녀도 왜인지 자기 마음도 이유도 모른 채 셀키를 데려다 보살피며 대화를 나누는데, 그 바닷가 마을에서 서로 당한 처지가 비슷한 것도 이유였을 것 같아요.
불안한 상황은 왜인지 셀키를 욕망하고 그 욕망을 실현할 권력도 지닌 귀족 여자가 나타나며 점점 위태로워집니다. 마녀는 셀키를 그의 집 넓은 바다로 돌려주고자 방법을 찾고 있었는데 귀족 여자는 그의 물개 가죽까지 가지더니 마녀의 숨통을 조여 오고, 끝내 셀키를 갖게 됩니다. 하지만 며칠 함께 지낸 탓일지 셀키도 마녀를 잊지 않고 있었던 것 같아요. 마녀는 온갖 힘을 다해, 마을 노인들의 도움을 받아 다시 셀키를 만나고, 나를 홀리게 한 존재 역시 나를 기억하고 신경쓰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될 때의 벅찬 마음이 잘 느껴졌어요. 하지만 귀족 여자도 셀키를 홀린 정도를 넘어 미친 수준이라 순순히 보낼 생각이 없고요. 결국 셀키에게 마음을 뺏긴 두 여자 마녀와 귀족이 나누는 대화도 의미심장하고, 그저 때와 처지가 달랐을 뿐 둘은 별 차이 없지 않나 싶었습니다.
결말부도 좀 재미있는데, 셀키의 마지막 행적에 대한 언급을 제외하면 귀족 여자의 후일담이 글 초반 마녀에 대한 묘사와 다르지 않거든요. 어쩌면 이 마녀도 언젠가 젊던 시절에 셀키를 만나 평생을 그리워하다 인생 막바지에야 흐릿한 기억에 그를 다시 만난 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홀릴 만한 이를 만나는 것도 행운이라지만, 제 때 만나는 것도 참 중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