狐妻 & 壬辰倭亂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꼬리가 없는 하얀 요호(妖狐) 설화 (작가: 경희, 작품정보)
리뷰어: 난네코, 7월 30일, 조회 32

狐妻 & 壬辰倭亂

여우아내 & 임진왜란

 

 

 

 

 

 

목차

1. 작품요약

2. 여우아내

3. 임진왜란

4. 작품해석

 

 

 

 

 

1. 작품요약

 

(p. 1). ‘내 천년을 살며 아홉꼬리를 얻고, 재물이 산천 가득 흘러넘쳐 살아감에 조금도 아쉬움이 없었거늘. 아, 한탄하도다. 안개 자욱한 산자락을 거닐다 그대와 마주치지 않았더라면 내 꼴이 이 지경으로 우스워지게 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p. 67). ‘그런 그대를 보는 것이 편치 않았다. 그대와 같이 올곧은 자가 고통받고, 너구리처럼 약삭빠른 자들이 금은보화를 꿰차는 것이 이 나라의 실상이라면, 태조를 도와 나라를 세운 내게도 그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대가 겪은 고통 하나하나가 모두 내 탓으로 생각되기 시작하니 도저히 그대를 돕지 않을 수가 없더구나.’

(p. 111). ‘우리의 혼례일이 돌아올 때마다 그대가 선물해주는 가락지를 받아 들고 면밀히 살펴보며 쓰다듬는 일도 내게는 크나 큰 기쁨이었다. 그대는 잘 감추었다고 생각했겠지만, 그대가 죽은 누이를 생각하며 내게 가락지를 주었다는 것을 안다. 나를 보는 표정 또한 마치 죽은 누이를 바라보듯 하였다는 것도. 허나 나는 그것이 싫지 않았다. 낭군의 빈 마음을 메꾸는 것 또한 부인의 몫이 아니겠는가. 그대 또한 내 천년의 공허함을 채워주었으니.’

(p. 125). “내 동쪽에서 날아온 새들에게 전해듣기로 왜놈들은 사람을 창칼로 찔러 죽이고 아녀자 겁간하기를 세끼 밥 먹듯이 하는 자들로 전쟁에 이골이 난 미친 망령이라 하더구나. 반면에 낭군은 어디 칼이나 한번 휘둘러본 적 있는가? 붓밖에 잡아본 적 없는 자가 어찌 전장에 나선다는 것인가.”

(p. 158). ‘낭군아. 나는 꼬리를 하나 바칠 수밖에 없었느니라.’

(p. 171). ‘끝난 줄 알았던 전쟁은 지리하게 계속되고 있더구나. 이미 명(明)에 패하여 그 끝이 보이는 전쟁인데도, 반심을 품은 왜군이 한갓 자존심을 보전하려 진주성 앞에 모여들고 있었다. 높은 산위에서 굽어살피니 모여든 왜놈의 수가 십만을 훌쩍 넘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다.’

(p. 216). ‘그대가 보고 싶었다. 이번엔 그대의 팔다리를 꽁꽁 싸매서라도 데려 나올 작정이었다. 그대가 거부한다면 그대의 뒷덜미를 물어서라도 성 밖으로 끌고 나오려 했다. 다시는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다. 다시는 후회를 남기지 않을 것이다.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깊디깊은 산속에 그대와 단둘이 숨어, 그대의 살결과 내 살결을 합치고 입술로 입술을 맛보며 하염없이 서로의 두 눈만을 바라보며 살아가리다. 그리 다짐하며 나는 온갖 산천을 내달려댔다.’

(p. 230). ‘나는 네 발과 배를 모두 바닥에 대고 간절히 절을 올렸다. 내가 남은 꼬리를 모조리 입으로 물어 뜯어 바치니, 그는 새하얀 털 뭉치를 뱃속으로 집어넣으며 흡족한 웃음을 지었다.’

(p. 233). ‘아아, 너를 구하기 위해 되돌린 시간은 너구리의 덧없는 환술에 지나지 않았더구나. 이제 인간의 몸이 되어버린 나는 너구리를 쫓을 힘도 없이, 그저 그대를 떠올리며 서러운 눈물을 자아낼 뿐이니. 그저 통곡할 뿐이도다.’

(p. 235). 이름 모를 산자락에 파묻혀있을 나의 낭군아. 이제 너를 떠나보내련다. 마지막으로 그대 얼굴 떠올려 어루만지고 나면, 이제는 정녕 강 아래 다 묻어버리고 떠나려 한다. 너는 썩은 흙으로 돌아가 뿌리가 되고 나무가 되거라. 억만겁이 지나 환생을 이루더라도 다시는 인간의 삶 따위 꿈꾸지 말고 자연에 머물다 가거라. 그것이 그대와 어울리는 삶일지니.’

 

<꼬리가 없는 하얀 요호 설화>를 반복해서 읽으며, 핵심적인 구절들을 나열해보았습니다. 작품의 내용을 요약하면, 조선시대에 천년 넘게 살아온 구미호가 주인공인 1인칭 시점의 이야기입니다. 구미호는 인간보다 훨씬 오래 살아서 모아놓은 재물이 많았고 조선 건국에도 이바지한 역사적인 생물입니다. 그런 구미호가 인간 남성을 사랑하게 되어 혼인하게 됩니다. 여우는 아내가, 인간은 남편이 되어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임진왜란이 발발하여 조선이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인간 남편은 김성일의 초유문을 읽고 의병이 되어 나라를 지키고, 진주성에 머물고 있는 조선인들을 지키고자 합니다.

하지만, 인간 남편은 안타깝게도 죽음을 맞이합니다. 이에, 여우 아내는 3천년 넘게 살아온 검은 여우에게 자신의 꼬리를 제물로 바쳐서 시간을 되돌립니다. 시간을 되돌린 때마다 살아생전의 인간 남편을 만나게 됩니다. 그러나, 인간 남편이 거병하는 것을 말리지 못합니다. 여우 아내는 자신이 가진 9개의 꼬리를 모두 제물로 검은 여우에게 바쳤는데, 알고보니 검은 여우는 사악한 너구리가 둔갑한 것이었습니다. 시간을 되돌려서 만난 인간 남편은 전부 너구리가 만들어낸 환상일 뿐이었지요. 이에, 여우 아내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괴로워하고 죽은 인간 남편을 그리워합니다. 작품의 최후반부는 사랑하는 인간 남편을 여우 아내가 그리워하는 시 텍스트로 끝이 납니다.

 

 

 

 

 

 

2. 여우아내

 

여우는 호랑이와 더불어 한국의 구비설화 속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대표적인 동물로, 여우와 관련된 이야기는 그 전승만큼이나 이야기의 유형도 다양하며, 그 속에 내포된  그 속에 내포된 속신(俗信)의 형태 또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어 민간의 의식을 들여다보는 데 있어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여우가 여자로 둔갑을 해서 인간을 홀리거나, 무덤을 파헤치고 시신을 먹거나, 영력을 지닌 동물이며, 도깨비와 마찬가지로 부(富)의 상징이기도 하며, 여성의 부정적 측면을 강하게 부각시키고 있기도 합니다.

고대 중국문학 속 여우의 성적인 이미지는, 상고시대에 경우 중성적 또는 남성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후기 명·청문학작품으로 내려오면서 여성적인 이미지에 가깝게 그려지다가 현재는 거의 여성화로 고착된 상태를 보이며, 한국과 일본에서도 여우는 초기엔 남성 혹은 중성적 이미지로 인식되다가 후기로 올수록 ‘구미호’의 이미지와 중첩되면서 여성에 가깝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중국에 경우, 禹왕이 배우자 도산씨(塗山氏)를 만나는 장면이 묘사된 동한의 『오월춘추·월왕무여외전(吳越春秋·越王無余外傳)에서 처음으로 여성화된 이미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禹三十未娶,行到塗山,恐時之暮,失其度製,乃辭雲:[吾娶也,必有應矣.] 乃有白狐九尾造於禹。

禹는 나이가 서른이 되도록 아내를 맞지 않고 있었는데 塗山에 가게 되었을 때 결혼을 할 때가 늦어져 후사를 잇지 못하게 될 것을 걱정하였다. 이에 “내가 아내를 얻을 때에는 반드시 어떤 징조가 나타날 것이다.”라고 말하였더니 이내 아홉 개의 꼬리가 달린 흰 여우가 禹에게 다가왔다.

 

한국에서는 삼국유사(三國遺事)에서 여우의 모습이 몇 차례 등장하는데, 원광법사 이야기에서는 여우가 승려의 불력을 증진시키는 영물(靈物)로 등장하지만, 거타지(居陀知)설화에서는 여우가 사악한 사미승으로 변해 용왕 가족의 간을 빼먹고 용왕의 간까지 빼먹으려 하자 거타지가 활로 쏘아 죽이는 내용이 있습니다. 또한, 『삼국사기(三國史記) 권 제28 「백제본기(百濟本紀)」에선 의자왕 때 여우떼들이 궁중에 들어와서 상좌평의 책상에 올라앉음으로 백제의 멸망을 예고하는 여전히 불길하고 사악한 이미지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여우의 이미지는 구미호로 각인되어 요염하고 아리따운 용모를 가진 요부(妖婦)로 상징화됩니다.

일본에선 무수히 많은 여우불(狐火)이 일렬로 정렬되어 있는 모습을 보고서 여우가 혼례를 위해서 등을 들고 가고 있다는 말로 실제로 여우가 시집가는 모습을 보았다는 전해지는 이야기는 에도시대의 『고금요담집(古今妖談集)』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일본서기(日本書紀)』 제26에서 여우의 출현을 천자의 붕어(崩御)의 징조로 봄으로 왕조의 몰락, 왕의 죽음 등 흉조로 보고 있으며, 일본의 근세 시대의  『회본삼국요부전(繪本三國妖婦傳)』에는 왕을 유혹하여 나라를 멸망의 길로 이끄는 요부(妖婦)의 모습으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동아시아에서 여우는 후대로 갈 수록 여성화되고 부정적인 이미지로 묘사됩니다.

물론, 여우가 긍정적이거나 이중적으로 묘사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 경우, “지금도 신라(新羅)에서는 유성신(劉成神)이 있는데 그 나라 사람들은 그를 경건히 모신다.” 따라서, 여우는 신라의 내셔낼러티(nationality)를 대표하는 토착신격으로 나타나 있으며, 여우는 <신라신화>의 내셔낼러티(nationality)를 상징하는 신수(神獸)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일본에 경우, 아이누의 여우 설화는 일본의 타 지역과 비교함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부여된 동물의 이미지 면에서는 교착되는 점이 존재하고, 여우가 인간과 관계 맺음에 있어서 상벌을 내리는 신적 존재 혹은 액난(厄難)을 초래하는 퇴치 대상으로서 묘사되어, 오히려 인간을 홀리는 유해한 존재인 요호(妖狐)의 이미지가 더 부각됩니다.

 

 

 

 

3. 임진왜란

 

임진왜란은 조선시대에 일어난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로서, 조선의 모든 체제를 흔들었으며, 임진왜란은 조선을 전기와 후기로 구분하는 시간적 기준으로 사용되었고, ‘사건사’임에도 주요한 연구 분야 중 하나로 인식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선조 25년(1592년) 4월 13일 오후 5시경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 1555년~1600년)의 1군을 18,700명을 태운 700여 척의 일본군 선박이 부산진 앞 바다에 상륙함으로써 임진왜란이 시작했습니다. 1592년 4월 14일에 왜군은 상륙하여 수군첨절제사(水軍僉節制使) 정발 장군이 담당하고 있는 부산진성을 함락했습니다. 그리고, 1592년 4월 15일 부사(府使) 송상현이 지키던 동래성까지 확보한 다음 김해에 전진보급기지를 구축하였습니다.

따라서, 왜는 조선의 내륙뿐만 아니라 명나라까지 공략하기 위한 군량(軍糧)을 확보하기 위해선 조선의 곡창지대인 전라도 지역을 장악하기 위해 진주성 점령이 절실했으며, 조선도 군량을 확보함과 동시에 왜군의 병참선을 저지함은 물로 서해안을 이용해서 내륙으로의 진출을 차단할 수 있기에, 진주성은 조선과 왜에게 공히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임진왜란 초기엔 왜군의 주된 전장은 수도인 한양을 차지하기 위한 북상이었기 때문에 크게 공격을 받지 않았으나, 전장이 확장되면서 진주는 왜군의 주된 함락 목표가 되버립니다. 이에, 김성일은 초유사(招諭使)로서 진주의 중요성 대해서 강조했습니다.

 

진주는 호남의 보장(保障)이다. 진주가 없으면 호남이 없게 되고, 호남이 없게 되면 국가는 다시 회복할 도리가 없게 될 것이다. 왜적이 항상 노리고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니…(중략) 육십령이나 팔량치는 소백산맥 중에서 호남을 지키는 최고의 관문이다. 특히 진주는 두 재로 가는 길목이 될 뿐만 아니라 남해안 평야지대를 통과하여 전라도로 진입하는데도 요충인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진주는 호남의 보장이다.

 

진주성전투에서 학봉 김성일이 관찰사로서 전투를 지휘하고 승리로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의 초유사 시절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는데, 김성일은 혼란에 빠진 영남 우도에서 민심을 수습하고, 의병활동을 권유하고 지원함으로서 전투력을 확보했으며, 관찰사 이하 수령을 초유하거나 행정체제 갖추어가면서 관군을 복원하였고, 관군과 의병 간의 갈등과 대립을 조정 조화시킴으로써 왜군의 공격을 막아내고 싸우는데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조선이 임진왜란을 국난을 극복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조선 수군의 활약과 명의 파병과 더불어 의병의 활약이 거론되며, 특히 민(民)의 자발적 항쟁이란 측면에서 임진왜란 시기의 의병 봉기는 학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4. 작품해석

 

저는 문학을 해석하는데 있어서 정합적으로 합치된 정답은 없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또한, 저는 명성이 높은 문학 연구자도 아니고, 문학 비평가도 아닙니다. 그저, 80억이 넘는 현생인류 중에 한 명입니다. 따라서, 제가 생각하는 작품의 해석은 절대적인 정답이 아닙니다. 저는 <꼬리가 없는 하얀 요호 설화>을 읽으면서, 어째서 천년을 넘게 살아온 여우가 인간 남성 한명에게 절절히 빠져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신묘한 능력을 가진 구미호조차도 결혼이라는 제도에 편입됨으로써, 즉 인간 남성과 혼인하여 아내가 됨으로서 남편에게 정서적으로 종속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작중에서 여우 아내는 인간 남편에게 반말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초야를 함께 보낸 부부가 되면서 여우는 인간을 홀리지도 않고, 영력을 가진 신수로서 위엄을 보이지 않습니다. 꼬리를 희생해서 시간을 되돌렸음에도, 인간 남편의 의지를 꺾지도 못합니다. 여우는 순종적이고 헌신적며 정조를 지키는 열부(烈婦)가 됩니다. 물론, 여우를 기생으로 착각한 무뢰배의 목을 찌르는 공격성을 가지고 있긴 합니다. 물론, 여우 아내가 인간 남편을 너무나도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석하며 읽으면 어느정도는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여우 아내는 인간 남자와 결혼함으로서 영물로서 성격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인간 여성으로서 자아가 확립된 것 같아요. 그래도, 역사와 판타지가 결합된 소설이라서 저는 즐겁게 읽었습니다.

좋은 작품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만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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