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놀이공원이 한 회사의 본사가 됐다구요? 감상

대상작품: 만물상회 고객센터 (작가: Pinocchio, 작품정보)
리뷰어: 이유이, 3일전, 조회 5

취준생 마이라가 타로카드로 취업운을 보던 중 기이한 타로카드를 발견하고 고객센터에 교환을 요청하며 벌어지는 소동극을 그린 이 소설 <만물상회 고객센터>는 만물상회에서 판매하는 제품에 대한 불만 사항을 가진 고객들을 다루는 옴니버스 형태로 그려지다가 서서히 만물상회의 비밀, 그 핵에 가까워지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1화에서 타로카드의 이상징후를 발견해 낸 마이라는 고충을 해결하러 온 ‘포르쉐’를 탄 기사를 만난다. 기사는 정말 타로카드에 있는 그 ‘기사’인데 포르쉐를 타고 왔으면서 온 몸을 갑옷으로 두른 모습이 흥미진진하다. 1화 말미에 마이라는 바로 이 ‘기사’를 다시 만나기 위해 만물상회 고객센터로 연락하고 신기하게도 그 고객센터에 ‘취직’하게 된다.

그 다음으로는 마이라가 고객센터의 직원으로 일하며 겪는 에피소드와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하나 같이 특이한 물건, 재밌는 사연들인데 마이라와 함께 일하는 또 다른 직원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이 에피소들이 ‘나열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스토리로 이어지는 흐름도 흥미로웠는데, 바로 그 ‘시작점’이 마이라가 만물상회 본사로 향하게 되는 때부터였다.

만물상회의 본사가 운영을 멈춘 놀이공원이라는 건 재치 있다고 생각했는데, 스포를 막기 위해 여기에 자세히 쓰진 않겠지만 저마다 초능력을 하나쯤 가진 만물상회의 직원이나 만물상회가 판매하는 기이한 물건들과 잘 어우러지는 설정이라고 생각해서다. 마이라와 일행들은 본사가 갖춘 비밀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희생도 겪지만 결국에는 무언가를 ‘쟁취’한다.

다만 하나 아쉬웠던 건 후반부로 갈수록 말하고자 하는 바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점이다. 초반부에 제품들과 얽힌 각각의 에피소드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좋았지만, ‘사건 위주의 장’으로 접어든 이후에도 에피소드들이 너무 많이 등장한다고 해야 할까.

공대 도령이 보여주는 모습이나 그를 보여주는 방식이 특히 그러했다. 원통한 면이 있는 건 알겠지만 그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소화할 만한 시간을 주지 않고 그의 행동이나 벌이는 사건, 그의 백그라운드 사연을 너무 많이 보여준다는 느낌이었다. 공대 도령과 마이라의 부모님이 죽게 된 사건도 어찌 보면 얽혀 있었고, 만물상회의 숨겨진 ‘수장’ 역시 그들의 과거사와 연관이 상당히 많았다는 식으로 ‘연결고리’를 촘촘하게 짰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이 세 캐릭터의 이야기 외적으로 다른 캐릭터들의 사연도 너무 많이 나와서 뒤로 갈수록 좀 어지러웠다. 개인의 취향일 수도 있지만, 나는 언제나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소동극으로 시작했어도 뒤로 가면 사건이나 캐릭터나 ‘하나의 줄기’를 잡고 따라갈 수 있어야 소설에 더 집중할 수 있지 않나… 라고 생각하는 편이어서 아쉬웠다.

어디까지나 아쉬웠던 점에 대한 이야기로, 스포를 막느라 소소하게 써둔 내용 대비 실제의 내용은 더 흥미롭다. 이 리뷰를 읽고 ‘그래서 뭔데?’ 하고 궁금해졌다면 한번 스윽 읽어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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