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이 잘나가는 점술가가 됐다고요? 감상

대상작품: 무당인데 대선후보가 나에게 집착한다 (작가: 정태현, 작품정보)
리뷰어: 이유이, 3일전, 조회 4

Mystery of Love와 Visions of Gideon을 들으며 이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다소 지친 하루였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이 곡들이야말로, 들으며 멍하니 쉬기 좋아서. 무튼, 뭘 읽을까 브릿G를 둘러보던 중에 눈에 들어온 이 소설 <무당인데 대선후보가 나에게 집착한다>는 제목부터 끌렸다. 흡사 남성향 웹소설을 연상케하는 제목이지만 무언가, 다를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첫 화를 보는 순간 그러했다. 문장력이 통통 튀는 게 마음에 들었고, 내가 좋아하는 추리/스릴러 장르라는 게 좋았고, 취업의 문턱에서 고배만 마시던 취준생이 [익명190]이라는 점술가로 새로이 태어나게 되는 과정이 현실적이면서도 흥미로웠다. 그리고, 야당의 대선후보 김병철이 그에게 관심을 갖기까지 전개가 빨랐다. 아, 맘에 드는 속도다.

후루룩 읽으며 나는 곡을 바꾸기로 마음 먹는다. 여긴 ‘이완’, ‘진정’이 필요하지 않아. 내달리는, 빌런 테마의 곡이 오히려 잘 어울리겠다 그렇게 다음 곡은 stileto의 cravin’, 무언가 사건이 일어날 듯한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역시 난 극도로 지쳤을 때 빼고는 리드미컬한 곡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 이 소설 문장이 주는 리듬감에 빨려드는 것과 같이.

인터넷으로 돈벌이하는 대부분의 점술가들이 그러하듯 (불과 얼마전까지 취준생이었던 주인공) 하린은 점괘가 나온 대로 군사 도발이라던가 예언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기묘하게도 맞아 떨어졌다. 그 맞아떨어진 ‘것’들이 대선 후보의 ‘눈’에 들면서 야당 대선후보 측 사람들이 직접 모시러 온 (하지만 분위기가 납치 느낌) 상황까지 놓인 것이다.

이 소설은 아직 연재중으로 5회까지만 나와 있고 딱 5회에 대선후보가 하린의 앞에 나타나는 데까지 보여준다. 뒷 이야기를 어떻게 풀려갈지 기대하는 바이다. 지금은 이병우의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을 듣고 있는데 또 나름 어울린다. 연재 중인 소설이니 만큼 완결이 나면 한번 더 리뷰를 쓸 생각이다. (처음이다, 이런 예고성 리뷰)

하나 아쉬웠던 건 1화 말미, 새벽 4시에 하린을 찾아온 사람들(아마 김병철이 보낸 사람들이었을 것)과 그에 대한 하린의 반응이 좋았는데, 그들의 만남 에피소드가 2화에 바로 나오지 않는다는 데 있다.

내가 좋다고 느꼈던 1화 말미, 하린의 넋두리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대체 누구지? 내가 뭘 잘못한 걸까? 설마….아!

저들의 정체를 알 것 같았다. 결론은 명확했고 이게 맞는 것 같았다.

‘국세청에서 나 잡으러 왔구나!’

점사에 현금영수증 안 떼줘서!

이 대목에서 푸핫! 하고 현실로 웃어버렸는데 다음 화에는 마땅히 새벽 4시에 찾아온 무리에 대한 리액션이라던가, 그들의 만남이 그려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물론 2화부터 5화 내용도 다 재밌었다. 대사가 통통 튀고 문장이 잘 읽혔으니까. 하린이 어쩌다 이 점술을 제대로 하게 되었느냐에 대한 이야기나, 하린에 대해 알게끔 해주는 과거 전사도 좋은데 뚝, 뚝 끊기는 느낌이 들었다. 1화의 이야기가 2화로 이어져서 흥미를 더 키우고, 현실 이야기가 잘 전개되는 가운데 과거에 대한 설명이 틈틈이 끼어들어도 좋은데 지금은 너무 앞단에 와다다 몰아 넣은 기분이라고 할까.

거기다 4화에서는 야당의 대선후보 권준성이 하린을 찾아온다. 1화에 나온 김병철 무리와의 이야기도 제대로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나는 연거푸 몰아치는 설명과 사건의 여파 속에 휘말린 기분으로 5화로 넘어갔다. 내가 궁금했던 이야기가 바로 여기서 나왔다. 아, 그러니까… 1화 프롤로그에 나왔던 이야기가 현재고 2~4화까지는 그 사건 이전의 과거이며 5화에서 다시 현재 시점으로 만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시공간이 어지럽게 보여진다는 아쉬움에 글을 써 봤다. 뭔가 조금 더 효과적인 장치가 있을 수 있었을까.. 이 스토리가 통으로 나왔다면 괜찮았을 거 같은데 회차가 나뉘어져서 더 헷갈렸던 것 같다.

무튼, 아직 초입이고 5화에서 하린은 김병철 후보에게도 기 하나 눌리지 않고 앞서 나와서 ‘사건의 판’을 제 손에 움켜쥐려고 한다. 뒷 이야기를 좀 더 읽어봐야 하겠다. 여기까지 내 리뷰를 읽어준 분 중에도 대체 그래서 뭔데? 싶다면 5화까지 한번 달려보도록. 그러고는 다음의 연재를 기다려 보자.

P.S.

마지막으로 아쉬웠던 부분을 덧붙이자면, 타로를 보는 사람을 무당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점술가나 타로이스트라는 말이 따로 있으니까… 네이버 국어사전의 뜻풀이를 봐도 <귀신을 섬겨 길흉을 점치고 굿을 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 주로 여자를 이른다. 한자를 빌려 ‘巫堂’으로 적기도 한다>라고 나와 있다. 나 역시 당연히 그 무당을 말하는 줄 알고 읽기 시작했다. 뒷 부분에서 하린이 정말 ‘무당’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용어가 있다면 바꿔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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