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공모에 부쳐’에 대한 답변을 중점으로 한 단평 공모(감상) 브릿G추천 이달의리뷰

대상작품: 로프 텐트 나이프 (작가: 한켠, 작품정보)
리뷰어: Campfire, 4월 29일, 조회 149

좋아하는 타입의 제목이라 서둘러 읽어봤습니다.

최근에 ‘케빈에 대하여’라는 영화에 대해 말할 기회가 있었는데, 마침 이 작품도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라 공통점이 있어서 오버랩이 되었습니다. 그 탓인지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들면? 이라는 생각도 연이어 들었는데, 잠시 생각해보니 ‘이건 영화로는 작품의 20%도 못 담아내겠는데?’싶더군요. 뭐 요컨대, 소설만의 경지를 개척한 작품에 대한 반가움을 느꼈습니다.

 

1.인물들의 의도와 행동이 모호하게 느껴지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명확하게 수정해야 한다 vs 이대로도 좋다vs 그 외)

-우선 밝히자면 저는 그리 똑똑한 편이 아니라 이 작품의 후반부에 뭔가 숨겨진 메타포 같은 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깊게 생각할 시간에 다른 작품을 찾아읽는 타입이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저 같이 뭔가에 대해 별로 깊게 생각하지 않는 독자도 그럭저럭 여러 책들을 계속 읽어올 수 있었던 것은, 딱히 작품의 비밀에 대해 모른다고 해서 작품을 즐길 수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마치 제목만 읽어서는 ‘로프 텐트 나이프’가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으나, ‘왠지 모르게 느낌적으로’ 저 제목에 끌려서 이 작품을 읽은 것처럼요.

물론 알 수 없는 것을 알지 못 하는 채로 넘긴다면 작품을 100% 즐겼다고 할 수 없겠습니다만, 그렇다 해도 굳이 문학이란 것이 100% 이해해야만 하는 매체인가? 라는 질문에는 조용히 고개를 흔들게 됩니다. 100%의 이해가 가능하냐는 원론적인 얘기까지 갈 것도 없이, 게임에서 업적작 하는 것도 아니고 문학을 그렇게 읽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일단 읽는 행위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편이며, 이 작품은 그런 측면에서 물론 모호한 부분(저에게 있어서는 모호 이상으로 전혀 모르겠는 부분)도 있지만 그것이 작품으로서의 결격사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렇듯 저는 모호함을 부정하지는 않는 편입니다만,

독서 경험에서의 임팩트와 이것은 별개의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쭉 읽었을 때, 마지막 순간에 모든 퍼즐이 맞춰지며 폭죽 터지듯 작품의 모든 미스터리가 명백해지는 순간이 있으면 그건 장점이면 장점이지(특히 장르 소설에 있어서는) 단점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저에게 있어 이 작품을 읽고 나서도 여전히 머리를 떠나지 않는 의문은 두 가지입니다.

 

1.남편이 돈을 안 준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2.로프, 텐트, 캔, 나이프, 고양이 등의 소품은 무엇을 은유하고 있는가?

 

이 외에도 제가 눈치조차 채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쨌든 당장은 저 둘이 저에게는 끝까지 풀리지 않는 작품의 모호함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저 두 가지 의문에 한해서는, 당장은 모호하다 하더라도 아마도 만약 제가 이 작품을 공부하듯이 읽으면, 혹은 저 대신 공부하듯이 읽은 사람이 “완전 분석 리뷰” 류의 제목으로 올린 글을 읽으면, 그것이 100% 저자의 의도와 일치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제 나름의 답은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호함이 없어지는 거지요.

하지만 제가 아는 바로는 이쪽 시장에서는 그런 식으로 작품을 해석하는 흐름이 많이는 없어서, 작품에 모호한 부분이 있으면 재평가 받을 새도 없이 그냥 모호한 채로 끝나버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저를 비롯한 저와 비슷한 독자들에게도 작품을 이해할 기회가 돌아오지 않는 것이죠. 작품에 비밀이 없다는 건 사람에게 비상금이 없는 것처럼 허전한 일이긴 합니다만, 순전히 리스크 헷지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냥 다 떠먹여주는 게 ‘리스크’는 적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2.만약, 수정해야 한다면 어떤 식의 수정이 좋을까요?

-이 부분은 제가 이 작품의 모호한 점의 정답이 무엇인지 몰라서… 설령 이에 대해 예를 들어 고양이는 양자역학에 대한 메타포라서 이 작품은 고양이가 등장하기 전후로 세계선이 달라지며 로프는 초끈 이론을 의미하고… 라는 식으로 제 나름의 해석을 하더라도 또한 예를 들어 제 해석은 전혀 엉뚱한 것이었고 작가님은 사실 고양이와 로프를 통해 순수이성비판에서 칸트가 신에 대해 논한 부분에 대한 니체적 접근을 은유하고 싶었다, 라는 식의 결말이 된다면 저는 전혀 엉뚱한 방법 제시한 게 되는 터라, 좀 더 작가님의 작의에 걸맞는 수정방안을 골몰하는 것은 작가님이 작품의 비밀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후에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니까 이 이후의 수정 방안은 작가님의 의도에 대한 저의 몰이해를 바탕에 둔 순전히 저만의 수정 방법인데, 이것은 비유하자면 제가 이 소설의 내용을 꿈에서 읽었고, 이 소설의 텍스트를 한 글자 한 글자 그대로 기억한 채로 잠에서 깬 상태로 그걸 소설로 써보기로 했다고 가정했을 때의 제가 취할 방안입니다.

우선 제가 이해 못 하는 부분, 즉 ‘남편이 돈을 안 주는 이유’와 ‘로프, 나이프, 고양이 등등의 의미’는 제가 쳐낼 것입니다. 제가 그냥 평소처럼 자다가 꿈에서 재밌는 글을 읽었을 뿐인데, 그 꿈에 제 3의 인물이 심어놓은 의도가 있을 거라 의심할 수는 없으니까요. “내 무의식아, 조금만 더 열심히 하지.” 따위의 불평이나 속으로 투덜댄 후 의미부여는 뒷전으로 둘게 뻔합니다. 그냥 제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에 한해서 손질해서 쓸 궁리가 최선이죠.

저는 우선 남편이 돈을 안 주는 것은 그냥 카프카에스크적인 무언가라고 퉁칠 것입니다. 부조리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럴 수 있는 일이니까요. 소설에서 소설 내적으로는 전혀 설명이 안 되지만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작가에게는 가장 진실한 순간이라는 작가스런 사기수법으로 독자들을 현혹시키는 쪽에 도박을 걸겠습니다.

로프, 나이프, 캔 등등에 대한 언급 부분은 결말에서의 불필요한 반복을 다 빼버릴 것입니다. 이 소설에서 이것들이 의문인 이유는 그것들이 소설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중요한 오브제인 양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냥 자연스러운 소품에 불과합니다. 브레이크 밑에 캔이 두 번 떨어져 있으니 의도가 느껴지는 거지 한 번만 떨어져 있으면 그건 그냥 해프닝에 불과하니까요.

끝입니다. 수작이었던 작품이 저의 얕은 고민을 거치니 좀 급격하게 퇴색되는 감이 있습니다만;; 모호함의 제거 자체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초반부에 벌어둔 게 많다보니 결말이 좀 유야무야해도 재밌게 읽을 듯합니다.

사족입니다만 할리우드식 각색을 거친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봤더니, 유괴범과의 추격전 끝에 아이를 되찾고 주인공은 잃어버렸던 모성애를 깨달으며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그림이 그려지더군요. 끔찍한 각색인데다 장르물 중에서도 C급이긴 합니다만, 오직 장르성 자체만을 척도로 둔다면 이쪽이 가장 장르성이 짙은 각색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쨌든 이 부분은 궁리가 필요할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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