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élevage ambigu de la maman psychopathe 공모(감상) 브릿G추천 이달의리뷰 공모채택

대상작품: 로프 텐트 나이프 (작가: 한켠, 작품정보)
리뷰어: 난네코, 4월 29일, 조회 207

L’élevage ambigu de la maman psychopathe

사이코패스 엄마의 모호한 육아

 

 

 

 

 

 

 

 

1. 시작하는 말

2. 모성과 사이코패스

3. 육아의 어려움

4. 한켠 작가님께 드리는 조언 : 인물의 의도와 행동이 모호하다면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가?

 

 

 

 

 

 

 

 

1. 시작하는 말

안녕하세요. 추천리뷰어 난네코입니다. 학위논문 중간심사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가, 오늘 드디어 쉬는 날이 되어서 리뷰를 쓸 여유가 생겼습니다. 브릿G의 인기리뷰에 들어가서 여러 글들을 읽어보면, 다양한 리뷰어 분들의 다채로운 리뷰글을 읽을 수 있어서 기쁩니다. 직접 소설을 읽지 않고도, 타인의 경험에 비추어, 간접적으로 소설을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2024년 4월 26일에 한켠 작가님께 리뷰를 작성해도 된다고 허락을 받았습니다. 한켠 작가님께선 2017년 2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총 66편의 중단편 소설과 엽편 소설들을 작성하셨습니다.

그중 브릿G 계약작으로 선정된 작품은 31개 입니다. <서왕(鼠王)>, <아무것도 아닌 누군가의 언어>, <스파게티의 이름으로, 라멘.>, <헬로, 욜로(HELL-O-YOLO>, <나의 비혼식>, <출근은 했는데, 퇴근을 안했대.>, <용꿈이면 면천이라>, <퇴사 혹은 무단결근>, <누구든 실종시켜 드립니다>, <사람이 자랑하면 귀신이 질투한다>, <과자로 지은 사람>, <아이들은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 <아무 일도 아니야>, <우리들의 미래>, <어느 날, 잔멸치>, <전일도 사건집 – 하나 안 하나>, <내게 우주선을 찾아 줘요>,

<전일도 사건집 – 몽유(夢遊)>, <전일도 사건집 –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전일도 사건집 – 돌진, 앞으로!>, <전일도 사건집 – 귀신이 보여요>, <전일도 사건집 – 안녕, 아보카도>, <전일도 사건집 – 얼마나 일해야 할까>, <전일도 사건집 – 돈, 돈, 돈>, <전일도 사건집 – 하우스 블루스>, <전일도 사건집 – 어둠의 묻힌 밤>, <전일도 사건집 – 작고 어리고 귀여운>, <전일도 사건집 – 그때 그 한마디 말>, <전일도 사건집 – 영원히 행복하게>, <전일도 사건집 – 뱀파이어 웨딩>, <모란이 피기까지는>입니다.

거의 절반 가까운 작품이 브릿G의 계약작으로 선정된 대작가님입니다. 또한, 리뷰와 리뷰어 큐레이션도 상당히 많이 작성하셨습니다. 다독과 다작은 작가에게 필요한 역량입니다. 한켠 작가님께선 작가로서의 역량이 매우 출중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우수한 작가님께도 고민이 있습니다. 바로, 한켠 작가님께서 2024년 4월 25일에 업로드한 <로프 텐트 나이트>라는 중단편 소설에서 등장인물들의 의도와 행동이 모호하게 느껴지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를 묻고 있습니다.

명확하게 수정해야 하는지, 이대로 괜찮은지, 만약 수정을 한다면 어떤 식의 수정이 필요한지를 리뷰 공모로 여쭙고 계십니다. 저는 한켠 작가님이 고뇌하시는 고민을 해결해드리고자, 이 리뷰를 작성합니다. 제글은 비평리뷰가 아니라, 감상리뷰지만, 인간의 인지적 활동은 감성의 영역에서도 충분히 자기효능감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 리뷰의 목차 2~3은 <로프 텐트 나이프>를 읽으면서 난네코라는 인간이 느낀점을, 목차의 맨 마지막에선 한켠 작가님께 조언을 드리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2. 모성과 사이코패스

모성(Motherhood)과 사이코패스(Psychopath)는 통념적으로, 그리고 통상적으로 서로 조응할 수 없는 단어들입니다. 대체로, 사람들은 모성이라는 단어에서는 헌신적인 어머니의 사랑을 떠올립니다. 반면, 사이코패스는 반사회적 인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로 사악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부도덕한 인간상을 떠오르게 만드는 단어입니다. 사이코패스가 처음 대중 매체에 등장한 것은 1960년에 상영된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Joseph Hitchcock, 1899년 8월 13일~1980년 4월 29일) 감독의 영화 <사이코> (Psycho, 1960)입니다.

사이코패스는 15세 이후에도 타인의 권리와 이익을 해치거나 무시한다면 해당됩니다. 이들은 사회규범을 따르지 않으며, 책임감도 없으며, 과민하고 공격적이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도 않고, 교활하게 상대를 속이며, 계획성 없이 충동적이며, 타인의 안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 이 7가지 가운데 3개 이상의 성향을 갖고 있다면 사이코패스로 볼 수 있습니다.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들은 잘잘못을 분별할 줄 안다는 점에서 정신분열 환자와는 분명히 다릅니다. 대체로, 범죄수사극이나 추리소설 등에서 사악한 캐릭터는 사이코패스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나의 사회적 징후로서, 동시대라는 역사로부터 강력한 공포의 힘을 부여받으며, 탄생된 사이코패스는 오늘날 한국영화의 공포코드가 됩니다. 또한, 사이코패스 캐릭터는 사이코패스에 대한 정의를 발판으로, 관객의 편견이나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극한까지 갈 수 있기에, 인간의 본성과 악의 본질에 대해 더 진지하게 탐구할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정상과 비정상은 선과 악으로 치환될 수 있고, 같은 맥락에서 현대 장르물은 절대악으로 등장하는 안타고니스트에게 사이코패스와 같은 정신병증을 설정합니다.

사이코패스에 대해서 서술할수록, 사이코패스는 비정상의 범주에 들어가고, 모성은 정상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같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실 것입니다. 사이코패스와 모성은 아주 거리가 먼 개념같지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즉각적인 판단중지와 괄호치기를 하면서 현상의 본질을 직관하십시오! 선입견과 편견을 거름종이에 걸러내어 에이도스(είδος, 形相)를 추출하십시오! 사금 속에서 순금을 골라내세요!  ‘모성’은 불가침의 성역이 아닙니다! ‘모성’은 절대적인 선이 아닙니다! ‘모성’은 아름답지 않고, 숭고하지도 않습니다! 

예시를 들겠습니다. 일본의 여성 소설작가 기리노 나쓰오(桐野夏生, 1951~현재)는 1951년 일본 이시카와 현의 가나자와 시에서 태어났으며, 호적상 본명은 하시코 마리코(橋岡まり子)입니다. 그녀는 세이케이 대학교 법학부를 졸업하지만, 당시 몰아닥친 석유 파동 때문에 영화관, 광고대리점 등 일정치 않은 직업을 전전했습니다. 그러다 24세에 결혼했습니다. 1984년, 그녀는 로맨스 소설 『밤이 떠나간 자리』로 소설작가로 데뷔합니다. 그후 약 10년간 노바라 노에미, 기리노 나쓰코 등의 필명으로 로맨스 소설, 청소년 소설, 만화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합니다.

그녀는 하드보일드 추리소설 작가로서 일본 유수의 추리소설 문학상을 섭렵하였고, 그녀의 작품들은 외국어로 많이 번역되었습니다. 특히, 1997년 고단샤(講談社)에서 출판한 <OUT>은 2004년에 미국 에드거상 후보로 올랐습니다. 그녀는 국내외적으로 독자와 평론가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입니다. 기리노 나쓰오는 여성을 주요등장인물이나 화자로 한 작품을 많이 창작했습니다. 현대사회에서의 여성의 삶을 다루고 있어서, 기리노 나츠코의 작품을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고찰한 연구도 있습니다.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 중에서 『I’m sorry, mama』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이 소설은 생모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매춘굴에서 쓰레기 취급을 받으며 자란 47살의 중년여성인 아이코의 잔악무도한 범죄 행각을 그리고 있으며, 아이코는 생계를 위해 혹은 단지 자신을 화나게 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죄책감 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사이코패스입니다. 『I’m sorry, mama』에서 아이코의 엄마인 에미코는, 매춘굴에서 아이코랑 같이 지냈으면서 자신이 아이코의 생모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아이코에게 특히 더 모질게 대하고 그녀에게 매춘마저 사주합니다.

 

“너는 생물학적으로는 내 아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아냐.”

 

“그럼, 모성애는?”

아이코의 질문에 에미코는 웃어넘겼다.

“그따위 것, 당연히 환상이지. 모두 편해지려고 자기에게 암시를 걸고 있는 거야.”

 

桐野夏生(2004) 『I’m sorry, mama』 集英社 p.262.

 

이 소설에서 사이코패스 범죄자인 아이코의 엄마, 에미코는 여성에게 모성이라는 것이 본능적으로 혹은 당연히 부여된 성질이 아니며, 모성이란 환상에 불과한 것이며, 아이를 낳은 엄마라고 해도 모성애는 결핍될 수 도 있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 엄마 에미코는 성폭행 피해자이자, 동시에 성폭행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편견의 피해자이기도 합니다. 성폭행 피해의 결과물인 자식을 단지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여성에게 양육의 책임마저 가해지는 것에 대해서 이 작품은 비판적입니다.

모성이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만들어진 ‘신화’에 불과하다는 것은 1949년 페미니즘의 제2의 물결을 만든 『제2의 성』(Le Deuxième Sexe, 1949년)에서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 1908년 1월 9일~1986년 4월 14일)의 ‘여성의 신화’를 비롯해서, 이후 페미니즘 이론의 주요 쟁점이 됩니다. 엄마가 자녀를 사랑하고 보살피는 것이 당연하다는 틀에 박힌 사고에서 벗어나서, 여성들이 모성이라는 자기 정체성을 거부하였을 때, 즉 사이코패스 범죄자라는 악랄한 괴물을 탄생시키는 것에서, 독자들은 여러가지 생각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3.  육아의 어려움

앞에서 서술했듯이, 어머니가 자녀를 사랑하고 보살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것, 육아란 것은 몹시 고된 행위입니다. 통계청, 「인구동향조사」(최근 갱신일 : 2024년 2월 28일)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입니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970년 4.53명에서 급격하게 감소하여, 1983년에는 대체수준(2.10명) 아래인 2.06명으로 떨어졌습니다. 2000년대 들어 저출산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합계출산율은 2000년 1.48명, 2010년 1.23명, 2023년 0.72명로 계속 낮아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2000년대 진입 이후 홍콩 등을 제외하고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합계출산율의 감소 추세는 우리나라의 인구에만 국한되는 현상이 아닙니다. 유럽 동부지역과 지중해연안, 그리고 동아시아 국가들에서도 합계출산율의 급격한 감소 추세가 관찰됩니다. 우리나라는 급속도의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현대 사회에서 여성의 사회진출기회가 확대되었습니다. 따라서 전통적인 가정의 틀이 변화하였고, 여성은 고학력화 현상으로 직업적 능력을 갖추고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하고자 사회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육아나 가사에 참여하는 남편을 위한 가정 내지지 시스템의 확립이 되지 않아 여전히 자녀의 돌봄과 가사의 몫은 어머니에게만 부여되고 있습니다. 실제 양육에 참여하고 있는 어머니들은 자녀 양육에 있어서 심각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또한, 육아를 전담하여 수행하는 어머니의 경우 상대적으로 아버지보다 높은 책임감을 가져 스트레스 역시 더 높다고 보고됩니다. 어머니와 아버지와 자녀로 이루어진 정상가정에선 대체로 어머니에게 육아에 대한 책임이 높습니다. 

이와 반대로, 현대 사회에선 공동 양육자로서 아버지에게 자녀의 놀이 참여자로서 역할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핵가족화와 여성의 취업 및 맞벌이 부부증가 등으로 인하여, 일과 가정 양립이 보편화되면서, 가족 공동의 양육자로서 아빠 육아 참여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지고 있습니다. 남성의 자녀 양육 참여는 부모권 보장과 함께 출산율을 제고하고, 긍정적인 아동발달에 영향을 미치며, 부부관계의 만족도에도 효과적입니다. 또한 배우자의 적극적인 자녀 육아 참여는 취업모의 후속출산 계획에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이에, 한켠 작가님의 <로프 텐트 나이프>라는 중단편 소설로 시점을 옮기겠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과 남편 사이엔 어린 아들이 한 명 있습니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주인공은 남편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독박육아를 하며, 육아의 어려움을 겪습니다. “남편이 나보다 일찍 일어나 차를 타고 출근해 버리면 나와 아기만 집에 혼자 남았다. 차를 한 대 더 살까 했지만 이 집을 사느라 대출받은 돈을 갚으려면 차 한 대를 더 굴릴 여유가 없었다. 프랜차이즈 카페도 없는 동네에서 독박육아를 하려니 아기를 유아차에 태우고 아파트 주위를 돌아다니며 흙먼지를 마시는 게 유일한 기분전환이었다.

SNS에 보면 아기가 ‘작은 남친’ 같을 정도로 사랑스럽다는데 나에게 아기는 ‘작은 짐승’ 같았다. 먹고 싸고 울고 먹고 싸고. 나는 아기가 나를 조건 없이 온 힘을 다해 사랑해줄 거라고 기대했다. 아이의 세상에는 아직 나 밖에 없으니까. 그럼 나도 이 작은 인간을 사랑해주고. 나도 ‘사랑’이라는 인간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이 구절을 읽고 저는 주인공에게 푹 빠져들었습니다. 한켠 작가님은 108매짜리 중단편 소설인 <로프 텐트 나이프>를 “나는 사이코패스 엄마다. 나는 내 아이를 해치지 않을 수 있을까.”라고 소개합니다.

한켠 작가님께선 아마도, 주인공에게 정상성에 집착하는 사이코패스 엄마라는 속성을 부여하고 싶으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로프 텐트 나이프>를 반복해서 읽어봤지만, 주인공이 비정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그리고, 마지막의 서술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나에게 아이가 있다. 나에게 구원도 해방도 없다. 아무도 내 아이를 데려가지 못 했다. 한밤중에 일어나 주차장으로 갔다. 집에는 남편과 아이와 고양이가 있다. 차에 탔다. 조수석에 번개탄. 글로브박스에 로프. 나이프. 유괴되었던 아이들의 부모가 보낸 돈이면 차 한 대 살 수 있었다.

트렁크에 텐트 CCTV가 없는 곳으로 가면서 전화를 건다. 브레이크 페달 밑에 캔. 신호음이 간다. 별에 소원을 빈다.” 로프, 텐트, 나이프가 제목으로 정해진 이유를 제 나름대로 유추하자면,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사이코패스 주인공이 사람을 해치거나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도구들을 떠올리면서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취하려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별에 소원을 빈다는 마지막 구절에서, 주인공은 유괴범(유아교육학과 남학생을 사칭하는데 아이들을 기가막히게 잘 돌봄. 어린아이들을 유괴해서 부모들에게 돈을 요구함)같은 인물이 나타나 자기 아이의 목숨을 빼앗아주길 바라는 것 같습니다.

 

 

 

 

 

 

4. 한켠 작가님께 드리는 조언 : 인물의 의도와 행동이 모호하다면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가?

미미한 미물인 제가, 과연 한켠 작가님께 이런 저런 조언을 해도 될지 몹시 고민이 됩니다. 저는 리뷰의 제목을 ‘사이코패스 엄마의 모호한 육아’라고 작성했습니다. ‘사이코패스 엄마의 모호한 육아’라는 제목은 제가 해석한 <로프 텐트 나이프>의 주제와 방향성을 함축한 표현입니다. 제가 어떤 식으로 하면 좋겠다고 수정할 방향을 제시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로프 텐트 나이프>는 한켠 작가님의 머릿속에서 탄생한, 그리고 한켠 작가님이 창조한 창작물입니다. 제가 조언을 한다고 해서, 한켠 작가님께서 꼭 제 조언을 수용하여 수정하셔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인물의 의도와 행동을 모호하게 표현하는 것도 소설 특유의 독창적인 서술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인물의 의도와 행동이 모호하다고 해서, 그것을 반드시 명확하게 표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문학 작품에는 정합적으로 합치된 정답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저 말고도, <로프 텐트 나이프>를 읽고 단문응원과 리뷰를 남겨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로프 텐트 나이프>는 매력적인 중단편 소설입니다. 그렇지만, 한켠 작가님께서 “인물들의 의도와 행동이 모호하게 느껴지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명확하게 수정해야 한다 vs 이대로도 좋다vs 그 외) 만약, 수정해야 한다면 어떤 식의 수정이 좋을 까요? 그 외 편하게 의견 주세요. (채택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리뷰에 코인을 드립니다.)”라고 리뷰 공모글을 작성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제가 생각하는 수정방향을 서술하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주인공에게 ‘사이코패스’라는 속성을 빼셨으면 좋겠습니다. 주인공은 육아와 남편과의 관계에서 불만족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제 생각에, 주인공은 사이코패스의 의학적 분류 기준을 충족한 캐릭터가 아닙니다.

수도권, 중산층, 서울에 있는 대학이라는 정상성에 집착하는 모습도, 자신이 낳은 아이를 ‘내 젖을 빠는 파충류’에 비유하는 것도, 또라이 같은 진상에게 개또라이짓으로 응수하는 것도, 자기 아이를 죽이고 싶어하는 것도, 키즈카페 알바에게 SNS에 아이가 다치는 사고영상을 올리겠다고 협박하는 것도, 전부 평범한 유자녀 기혼 여성이 생각할 수 있고, 행동할 수 있습니다. 저는 주인공이 사이코패스 엄마란 생각이 들지 않아요. 정말로요. 그리고, 아이들의 유괴 사건은 빼셨으면 좋겠습니다. 유괴 사건이 오히려 소설의 중심적인 흐름을 방해하는 느낌이 들어요.

게다가, 실제로 유아 실종 사건이 일어나면 <로프 텐트 나이프>처럼 부모들이 유괴범에게 순순히 돈을 쥐어주고 돌려받는 상황이 벌어지진 않아요. 2020년 1월 경찰청 기준, 2019년 실종(유괴 포함) 신고 접수된 아동은 총 21,551명(발견아동 : 21,412명)으로 연령별 현황을 보면, 만13세가 3,975명으로 가장 많고, 만1세가 59명으로 가장 수가 적었으며, 신고 접수 원인으로는 보호자 이탈, 가정문제, 유기, 기타(특별한 이유 없이 연락두절) 등으로 귀가하지 않았습니다. 실종 및 가출 아동의 신속한 발견과 가정으로의 복귀를 위해 2005년 5월 31일에 실종아동법이 제정되었고, 2005년 12월 1일에 시행되었습니다.

2011년 8월 4일 신고 당시 14세 미만의 기준을 실종 당시 14세 미만으로 아동의 범위를 확대 개정하였고, 2013년 5월 7일 아동의 나이를 14세 미만에서 18세 미만으로 개정하는 등 더 나은 법률적·정책적 사회시스템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아동의 유괴 예방을 위한 아동안전지킴이(집) 사업(아동안전 지킴이집 운영 개선방안 연구), 아동청소년돌보미, 아동여성안심귀가 지원사업, 안심귀가 구현을 위한 범죄위험도 산출, IP 비상벨과 방범 CCTV설치(방범용 CCTV의 범죄유형별 범죄예방효과 연구)가 있습니다.

또한, 시민 친화적·공공안전에 대한 CPTED 추진(공동주택단지 어린이 놀이터의 범죄예방을 위한 환경설계 체크리스트에 관한 연구) 등 다양한 정책 제시와 공공사업을 진행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아래에 제가 첨부한 그림은 아동 실종 사건이 일어날 경우 경찰의 실종업무 처리 흐름도입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상당히 복잡한 과정을 거칩니다. 아동 유괴부터는 이 소설의 소개에서 밝힌 ‘나는 사이코패스 엄마다. 나는 내 아이를 해치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정체성이 흐려집니다. 주인공과 남편, 아이, 직장동료들 정도만 존재해도, 이 소설의 완성도면에선 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경찰의 실종 처리 수사 흐름도>

[출처 : 한정일, 박완규 (2021). 실종·유괴 예방을 위한 어린이의 전력 도주가 유괴범의 범행 의욕도에 미치는 영향 – 피해 아동의 내러티브를 중심으로 -. 한국범죄심리연구, 17(3), pp. 127-142.]

 

 

 

만약, 제가 한켠 작가님이라면, 이 소설을 주인공이 육아를 하면서 겪는 복합적인 감정에 초점을 맞춰서 작성할 것 같습니다. 주인공에게 사이코패스라는 속성을 부여하고 싶다면, <로프 텐트 나이프>에서 묘사한 것보다 훨씬 더 자극적이고 악랄한 캐릭터로 구현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글을 수정한다면 저는 사이코패스 엄마(주인공)의 이해할 수 없는(모호한) 육아를 표현하는 소설로 수정할 것 같아요. 물론, 이것은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한켠 작가님은 다르게 생각할 수 있고, 제 조언을 반영하지 않을 수 있어요. 다른 리뷰어 분들께 더 좋은 수정 방향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암튼, 글이 68매로 길어져버렸습니다. 저는 여기까지 작성하여 글을 마치겠습니다. 한켠 작가님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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