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없어지고 나서야 그게 소중했단 걸 깨닫는 때가 있죠. 주인공에겐 한 달 전에 이사 간 옆집 이웃이 그랬습니다. 대학병원 간호사인 이웃은 밤 근무를 서느라 주인공이 귀가했을 때는 집에 없어서, 주인공은 이 건물에 소음 문제가 없는 줄만 알았거든요.
그리고 그건 경력을 살려 만든 가짜 전단지 뒷면에, 유튜브 영상을 보며 그럴 듯하게 그린 부적도 그랬습니다.
보통 이런 글에서 전문가의 확인 없이 의식 흉내를 내거나 부적 같은 걸 그리면 꼭 나쁜 방향으로 일이 틀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조마조마했는데 이게 웬걸, 효과가 좋아도 너무 좋은 거예요. 혈기왕성한 것도 정도껏이지 꼴좋다고 생각할 틈도 없이 매일 오열하고요. 이것도 나름 나쁜 방향으로 틀어진 셈인가 안심하던 차에 복도에서 이별의 슬픔으로 제정신이 아닐 것 같은 이웃과 딱 마주치고, 빼도 박도 못하게 전단지까지 들켜서 이제 정말 호러 소설이 되겠구나 싶었죠. 잡귀 쫓는 부적이라면서요! 일반인이 쓰면 별 효과도 없다면서요!
그런데 어라? 이번에도 잘 넘어가는 겁니다. 뭐… 괜찮나?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고 꼬박 한 달을 시끄러워서 잠도 못 자며 출근했다는 것도 끔찍한 이야기니까요. 그래서 이렇게 끝나나 싶을 무렵에 주인공의 피로한 뇌가 ‘아니 근데’로 분노를 끌어오는 겁니다. 아이고! 커플한테 홀몸으로 덤비다니요!
머릿수에는 장사도 없는데 연약한 사무직이 와장창 깨지겠구나 미리 묵념했는데 진짜 무서운 일이 일어나서 이래서 호러 소설이었구나 실감했습니다. 도어락 안 열릴 땐 제 손이 다 떨렸어요…
그래도 무사하니 다행…이라고 세 번은 생각 못하겠더라고요. 진짜 올 게 온다… 피폐한 주인공을 보며 작별을 예감하던 제게 온 건 제 예상과 전혀 다른 결말이었습니다.
허어억! 모든 퍼즐이 딱 맞춰지는 순간이 어찌나 짜릿하던지요! 들었다 놨다 쥐락 펴락 완급 조절과, 쌓아 둔 찜찜함을 한 번에 해소하는 솜씨가 멋진 작품이었습니다. 즐겁게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