便りがない, ない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타요리가나이의 사람들 (작가: 김은애, 작품정보)
리뷰어: 0제야, 3월 26일, 조회 21

사람은 누구나 무수히 많은 만남과 이별을 반복한다. 약속을 잡고 잠깐 만날 때 경험하는 가벼운 헤어짐도 있지만, 재회를 기약할 수 없거나, 다시는 불가능한 헤어짐도 있다. 가장 친한 친구, 사랑하던 사람, 하나뿐인 자식처럼 귀한 사람과의 이별은 특별히 더욱 어렵다. 각별한 사이일수록, 이별의 시간이 길수록, 강제적일수록, 갑작스러울수록 헤어짐의 슬픔과 고통은 크다. 그리움은 인간 보편의 감정이다.

그리움은 고통을 동반한다. 고통의 정도는 그리움에 비례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그리움은 역시 사별에서부터 온다. 사별은 헤어지는 두 사람의 사이를 죽음이 가로막기에 돌이킬 수 없다. 준비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는, 노인성 변화로 인한 사별도 고통스럽다. 하물며 갑작스러운 병환이나 사고로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이를 향한 그리움은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다. 한 사람의 기억을 인생에서 완전히 도려내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잊지 못하고 그저 참는 것. 그것이 사별한 사람을 기리는 하나의 방법이다.

죽음으로 인한 이별을 겪은 이들은 ‘그 사람이 한 번만 내 앞에 나타났으면’하고 바라게 된다. 떠난 사람에게 못다 한 말, 그에게 해주지 못한 것, 그와 가지 못한 곳, 그와 보내지 못한 시간이 계속 떠오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그림과 사진으로 그 사람을 추억하곤 했다. 사진 앞에 대고 무어라 말하면 감정이 해소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가상 현실 기술의 개발로 이미 사망한 사람의 형태와 목소리를 그래픽으로 복원해 짧은 시간 경험케 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든 추억은 진짜가 아니다. 얼마나 사실적이든, 일시적인 감정의 해소는 될 수 있지만, 그리움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는 없다. 오히려 실제를 완벽히 복원하려는 과정에서 더 큰 상실과 공허를 만날 수도 있다.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된 사람을 실제로 만날 수 있는 곳. 생전의 형태와 모습으로 그 사람을 대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별의 경험이 있는 모두는 매일 이런 생각을 하며 산다.

 

자전거를 타고 일본을 종주하다가 우연히 들른 작은 마을. 사람들과 술잔을 기울이다 보니 입에서 입으로 이상한 소문이 들린다. 그 마을 근처에 있는 작은 동네 ‘타요리가나이’에 가면 ‘간절히 소망한 이’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몽롱해지던 정신이 선명해진다. 그곳에 찾아가 가만히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그리워하던 사람이 자연스럽게 찾아온다고 한다. 머릿속으로 보고 싶은 이름들을 곱씹을 필요도 없이 ‘나’에게 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아니, 평생 잊을 수 없는 사람이다.

그는 그길로 타요리가나이를 찾는다. 낯선 지명의 낯선 방. 누구나 한 번 들어가면 소식이 없어진다는 마을, 타요리가나이에서 오지 않는 잠을 청하던 그의 방으로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늦은 밤, 자정이 가까운 시각에 대문을 지나온 사람의 얼굴은 3년 전 떠나보내고 한 번도 잊은 적 없는 그 사람, 보고 싶어 마지않던 그녀였다.

 

 

처음에는 다들 그런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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