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에서 기대감이 갖는 중요성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내 유튜브 알고리즘 좀 이상해 (작가: 일월명, 작품정보)
리뷰어: 뿡아, 3월 25일, 조회 41

언젠가부터 유튜브에서 알고리즘이라는 단어가 ‘추천 시스템’을 일컫는 용어로 사용되었습니다. 알고리즘이 원래 그런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았다’라고 하면 묻혀있던 좋은 영상이 발굴되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경우를 가리키게 되었죠. 그런데 이때 생각해 보면 좀 무서운 게, 그 실체 없는 알고리즘의 선택이란 것이 마치 ‘신의 은총을 입었다’는 표현처럼 느껴지는 겁니다. 말하자면 어떤 알 수 없는 신비하고도 막대한 힘을 가진, 손가락에 의해 지목이 당한 거죠.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았다’는 표현이 등장하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한 것을 보면, 우리는 ‘알고리즘’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을 때부터 이미 유튜브의 추천 시스템이 행하는 권능에 대해 다들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구글’신’이라고 하는 것도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고 보니 유튜브도 구글 꺼네요. 저는 정말 구글이 무섭습니다. 예전에 구글의 회사 모토가 ‘악해지지 말자’였다고 한 것을 어느 신문 기사에서 본 적이 있는데, 그게 그냥 ‘후훗, 닝겐들아, 나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라는 중2병 캐릭터의 읊조림과는 차원이 다르단 느낌을 받았습니다. 구글이 진짜 마음먹고 악해지려고 하면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니까요.) 아무튼 알고리즘이라는 건, 실체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뭔가 어마어마한 것이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여겨지는 그런 대상인 거죠.

네. 아무튼 작품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먼저 이 소설의 제목을 보자면, 그 문제의 ‘알고리즘’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내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상해’라는 제목은 많은 사람이 공감할 만한 제목일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유튜브에서 어떤 영상 클릭해서 한번 보고 나면 나중에 다른 관련 영상이 추천되는 시스템이기도 할 거고, 의외로 내가 딱 필요했던 걸 어찌 알고 추천을 해주는가 싶어 소름이 돋은 적도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 저는 오히려 이러한 점 때문에, ‘내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상해’라는 제목에 크게 기대감을 갖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알고리즘이란 게 원래 안그래도 좀 이상하게 보이긴 했거든요. 진짜 알고리즘엔 사람의 예상을 초월하는 정도의 힘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정도로요. 그래서 뭐 알고리즘이 이상하다고 한들 얼마나 이상하겠냐, 찰떡궁합처럼 내가 원하는 걸 추천해주든가, 아니면 뭔가 엉뚱하지만 막상 보고나니 취향을 저격하는 것이었다든가 뭐 그런 거 아닐까 하는 예상을 혼자서 했습니다. 그런데 한편, 정말로 그런 이야기가 전부겠느냐, 뭐 다른 게 있지 않겠느냐는 호기심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별 기대 하지 않는 마음도 있는 한편, 내심 호기심도 어느 정도 갖고 이야기를 클릭했습니다.

이야기는 아주 무난하게 흘러갑니다. 친근한 어조로, 마치 아는 친구가 해주는 말 내지는 인터넷 게시판에 누가 올린 얘기처럼 자연스럽습니다. 자기가 유튜브에서 무서운 걸 봤는데 나중에 그런 관련영상이 많이 뜨더라, 이런 내용입니다. 저는 ‘그럴 줄 알았다’라고 생각하면서 점점 이야기에 말려들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으스스한 결말에 도달하고 말죠.

근데 가만히 살펴보면, 이 이야기의 구조가 기대감을 잘 조절하고 있습니다. 왜 처음부터 ‘진짜 무서운 얘기 해줄게’라고 하면 사람들이 ‘나는 안 놀랠거야’ 라고 경계하면서 듣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기대감을 촥 낮추고 시작합니다. 무서운 이야기 한 번, 무슨 학교 지각한 이야기 한번, 이런 식으로 번갈아가면서 또 무서울만 하면 뭐 고깃집 알바 하는데 더워서 혼났다 이런 이야기 한번. 그렇게 독자들은 ‘뭐 별로 무서운 이야기는 아닌데. 그렇지, 나도 그런 적 있지.’라면서 파리지옥에 유인됩니다. 힘을 뺀 듯 하지만, 한편 생각해보면 고도의 설계로 보입니다. 읽는 사람들은 별 경계심 없이 이 이야기에 몸을 맡깁니다. 말하자면 방심을 해버리는 거죠. 그리고 정신차려 보면 결말에는 어느 순간 낭떠러지입니다. 그래서 결말에서 느껴지는 감상은, 리뷰에서 좀 이런 말 쓰긴 좀 그렇긴 한데… 작품의 표현을 빌리자면, ‘존나’ 소름 돋습니다.

자. 그렇게 다 읽고 나서 다시 제목을 보면, 왠지 이 힘을 뺀 듯한 제목도 어쩐지 독자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려 높은 곳으로 끌고 올라 가서 한방에 보내버리기 위해 고도로 계획된 제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가령 ‘텍사스 전기톱 연쇄 살인사건’같은 제목에 비하면 ‘내 알고리즘이 이상해’라는 제목은 얼마나 착하고 말랑말랑합니까.

말하자면, 이 이야기는 기대감을 낮추어 경계심을 제거하는 대신, ‘공감’이라는 무기로 독자를 유인해서, 막판에 한방으로 무서운 결말에 이르게 하는 이야기로 보입니다.

이 이야기는 성격상 괴담 내지는 음모론에 가깝습니다. 유튜브에서 갑자기 사다코가 튀어나왔다든가 하면 확실히 픽션인 줄 알겠는데 이건 진짜 도시전설처럼 그럴싸하거든요? 더 현실감이 있고 뭔가 오싹한 면도 있지요. 그래서 말인데요. 이 글을 유튜브에서 영상으로 만들어진 내용으로 볼 수 있으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예전에 그… 아빠가 딸 찾는 영화 제목이 뭐였죠? 음… 써치 였나. 아, 맞을 겁니다. 그 영화가 애플 맥 화면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인데, 그때 아는 사람한테 맥북이 있어서 그걸로 그 영화를 봤더니 그 맥북 화면의 인터페이스와 영화의 내용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게 되게 소름 돋는 겁니다. 이런 점에서, 아마 ‘내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상해’ 이 이야기도 유튜브에서 영상으로 만들어진다면 꽤 볼만할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며 소설의 단문응원을 조금씩 보고 있는데 어떤 사용자분이 이 소설을 유튜브 작품 낭독으로 업로드 해두었다고 하시는 거에요. 그래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클릭을 해봤더니 이런… ‘이 동영상을 더 이상 재생할 수 없습니다’ 라고 나오네요. ㄷㄷ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괜히 오싹하네요.

다 좋았긴 했는데요. 개인적으로 한가지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글 중간중간에 있는 링크인데요. 링크가 물론 이야기의 주제와 잘 어울리긴 합니다. 하지만 독자들이 읽다가 다른 쪽으로 집중력이 분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드는군요. (저 같은 산만한 인간들은 글을 읽다가도 꼭 그걸 눌러봅니다.) 오 이런 게 있었다니, 나중에 봐야지, 라고 하면 다행이지만 다른 쪽으로 샐 염려도 있지요. 링크 대신 주석(또는 새창)으로 처리하는 방법도 있겠네요. 아무튼 이런 링크도 재미있는 요소이긴 하지만, 굳이 링크 없이도 독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이야기로서는 충분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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