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간 소음 상호 결별부”. 제목부터 매우 독특한 느낌의 작품이었습니다. 벽간 소음과 관련하여 옆 집에 사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였지요. 사실 이야기가 진행되는 전개는 다소 평이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목에도 들어가있는 벽간 소음이라는 소재. 층간 소음, 벽간 소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반복적이고 큰 스트레스를 주는지는 다른 미디어에서나 직접 경험으로나 충분히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장르는 호러. 제가 상상하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하지만 저의 이런 예상과는 달리 이 소설의 재미는 주인공이 문제를 해결해가는 방식에 있었습니다. 주인공 조차도 본인이 왜 이런 해결방안을 떠올리게 되었는지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지만, 아무튼 주인공은 굉장히 일반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게다가 그 과정이 엉성한듯 치밀하기도 하고, 독자로서는 이게 과연 통하는 방식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이런 평범한 현실을 반영한 소설은 다 읽고나면 현실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무서운 경우도 많은데, 이 작품은 해결 방법이 워낙 독특하다보니 그런데서 오는 공포는 조금 덜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주인공이 취한 방식이 제대로 통한 것인지 아니면 우연이었던 것인지조차 모호했습니다. 심지어 그 방법을 제시한 사람조차도 우연이라고 생각하라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서 오히려 주인공의 그 방법 때문에 자신에게 나쁜 일이 생긴 것은 아닌가 하고 주인공에게 따지고 드는 옆집 청년의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독자로서의 저는 주인공이 어떤 의도로 그 행동을 했는지 알지만, 옆집 청년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이걸 이렇게 연결해서 생각한다고?’ 정도였달까요. 옆집 청년의 사고가 그렇게까지 이어지는 것이 의아했지만, 결말을 보고서는 옆집 청년 또한 뭔가 세한 느낌이 들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소름돋았던 결말.
짧은 호러 소설인데다, 예상 가능한 이야기라 생각했지만 이 작품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서 독자를 소름돋게, 무섭게 만들더라고요. 물론 그런 공포는 현실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 오히려 호러 장르가 무서워서 도전을 하기 힘든 독자들에게도 충분히 권할 수 있을만한 작품이라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주인공의 해결 방식을 묘사하는 과정이 재치있어 재밌기도 했고요. 무서운 것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도, 혹은 무서울까봐 호러 장르를 쉽게 도전하기 힘들어하는 독자에게도, 크게 거부감없이 다가갈 수 있는, 그런 추천할만한 호러소설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