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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작품: 벽간 소음 상호 결별부 (작가: 이사구, 작품정보)
리뷰어: Dacapo, 3월 5일, 조회 65

수도권 인구 과밀 현상이 나날이 심해지는 가운데, 거주지 문제는 도통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전세사기같은 묵직한 문제부터 주차난이라던가 이웃간 소음 문제같은 다소 가벼운 문제들까지, 집과 관련한 문제가 차고 넘치는 세상입니다. 

 

사실 이런 문제들 중 어느정도는 직접 피해갈 수 있습니다. 전세사기가 걱정된다면 일단 등기부등본을 꼼꼼히 떼보고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피하는게 상책입니다. 주차난이 걱정된다면 계약 전 주차가 가능한지, 주차 대수는 얼마인지 등을 판단하여 계약을 진행하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이웃간 소음 문제는!! 절대로 혼자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직접 살아보기 전까지 소음 여부를 모르거니와, 빨리 다음 세입자가 구해지길 바라는 현 임차인의 ‘여기 소음 별로 없어요 ㅎㅎ’ 하는 말은 그다지 신뢰하기 어려운 정보일 뿐입니다. 그리고 잘 살다가도 소음 빌런이 이사올 수도 있는 상황이니 방음이 잘 되는 건물이기를 빌어야 합니다. 그야말로 소음 문제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살아보기 전까진 모른다의 정석입니다.

 

저도 얼마 전 새로 이사를 왔는데요, 집 잘구했다 히히~ 하고있었는데 윗집에 남자 초등학생 두 명이 거주하는것을 알고 이사 초기에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 두 명의 침실이 제 방 바로 윗공간인 모양이더군요^^ 이런 사정으로 저는 정말 몰입하면서 읽었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이런저런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하기도 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저는 자정에도 활기찬 그들과 대화를 나눈 이후로 조금은 소음이 줄었단 느낌을 받았고.. ‘벽간 소음 상호 결별부’의 ‘나’와는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었습니다. 

 

소음 주체와 위치가 다르다 뿐이지, 소음에 고통받는 나날들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얼마전까지의 저와 오버랩되며 참으로 눈물겨웠습니다. 작가님도 어느정도 이웃간 소음에 시달린적이 있지 않고서야 이런 글이 나올 수 없었을 것입니다. (맞나요?) 

 

제 경우와 달리, 소설 속 ‘나’는 많은 시도를 해도 벽간 소음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 글의 묘미는 문제 해결 과정에서 도드라집니다. 주인공이 유튜브에 검색하기 전까지가 누구나 겪을법한 현실이었다면, ‘무당언니’를 접하고 부적을 그린 이후부터는 작가님의 상상력에 기반한 내용이 전개되므로 흥미진진해집니다.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전개되려나? 하는 물음표가 생기는 시점이죠.

 

이후에는 철저하게 상상력에 기반한 상황들이 연출됩니다. 실은 그 여자가.. 실은 그 부적이..하는 오컬트, 공포 요소도 가미되니 재미있었습니다. 시시하게 끝나지 않고 마지막까지 분위기를 지켜나가는 모습에 작가님의 다른 글을 읽고싶단 마음도 생겼고요. 결과적으로 ‘나’에겐 해피 엔딩, 옆집 청년에겐 배드 엔딩이 되었는데요, 제가 만약 주인공이었다면 그저 옳은 말을 한 무당언니 유튜브를 찾아가 ‘이집 용하네!’를 가슴에 새기며 구독, 좋아요, 알람을 설정하고 한동안 열렬한 구독자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했습니다.

 

작가님의 상상력과 깔끔한 문체에 반한 소설이었니다. 재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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