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을 견뎌내는 사랑의 힘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단풍나무 저택의 유산 (작가: 책도둑, 작품정보)
리뷰어: 0제야, 2월 29일, 조회 14

* 본 리뷰는 홍기연(책도둑) 작가의 장편 연재 《단풍나무 저택의 유산》의 전자책 출간본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이후 언급하는 내용 및 인용 중 연재분과 상이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로맨스와 스릴러, 언뜻 보기에는 크게 연관이 없는 장르 같지만, 우리의 생각보다 둘은 매우 비슷한 장르다. 모든 사랑의 처음과 끝이 행복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그런 사랑은 매우 드물다. 공포를 느낄 정도로 고조된 긴장감 가운데 뜻하지 않게 이어지는 관계가 있는가 하면, ‘사랑과 전쟁’이라는 옛 TV 프로그램의 이름처럼 때로 시작부터 살벌한 로맨스도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까지 가지 않더라도 각종 막장 드라마가 증명하는 것처럼 남의 사랑은 극한에 몰렸을 때 더욱 재미있는 법이다.

현실에서 가문의 반대와 치정, 불륜처럼 극단적인 어려움으로 위기를 맞은 사랑이 끝까지 이어지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어떤 상상이든 가능한 이야기 속에서는 위태한 사랑 끝에 더욱 큰 연대감이 남는다. 허구의 사랑에는 무엇도 극복하는 힘이 있다. 사랑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황홀한 긴장감이다.

로맨스 속 인물이 위기를 만나는 과정은 다양하다. 처음부터 상대에게 한눈에 반하지만, 알고 보니 가문이 원수지간이다. 이 구조에서 ‘가문’이라는 낡은 요소는 지금의 창작물에서 잘 쓰이지 않지만, ‘원수지간’이라는 설정은 여전히 유효하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가족에게 금전, 정신적인 해를 가한 적이 있다면, 설령 대가 바뀌었다고 한들 그 잘못이 용서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종류의 관계는 처음부터 매우 극적인 갈등이 예고되어 있다.

사랑에 긴장감을 심는 고전적인 장치로 신분 차이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물론 지금은 ‘신분’이라는 구시대적 관습이 사라졌지만, 역시나 ‘사회적 지위 차이’는 존재한다. 사람이 사는 한, 사회의 형태는 크게 바뀌지 않는다. 가문이 사라져도 원수는 있고, 신분이 사라져도 차이는 남는다. 연인 간에 사회적 지위의 차이, 특히 경제적으로 큰 차이가 있을 때 역시 사랑이 흔들릴 수 있다.

최근에는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성별이 지속적인 사랑을 가로막는 경우가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합법화되지 않은 동성 결혼은 출생 시 강제 지정되는 성별이 같은 두 사람에게 안정적인 동거 환경을 제공하지 못한다. 그런 이유로 연인의 성별 역시 작가의 설정에 따라 로맨스에서 굉장히 현실적이고도 극적인 장애물일 수 있다.

이외에도 셀 수 없이 다양한 사랑과 갈등의 종류 사이에서 작가들은 오늘도 몇몇 개를 조합해 그 안에서 나름의 배경을 만들고 인물을 거닐게 한다. 만나고 뜨겁게 사랑하다 위기를 맞는 로맨스와 스릴러의 사이 어디쯤에서 독자들은 사랑이 줄 수 있는 기쁨을 맛보거나 한순간의 긴장감에 머리를 감싸 쥔다. 그래도 결국은 다가올 해피엔딩을 기대하면서.

 

여기 사랑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유산 상속으로 인한 투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바이올렛 골드라는 이름의 하녀가 있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 어머니와 동생들을 돌보는 소녀가장 바이올렛은 이전에 일하던 곳에서 받은 퇴직금이 똑 떨어져 갈 즈음, 메리요트 저택의 하녀로 지원해 뽑힌다. 저택에서 일하게 된 설렘과 한편의 긴장감을 안고 집을 떠난 그녀에게 막상 그곳 사람들의 대우는 수상스럽기만 하다.

하녀장은 사람을 급하게 구하느라 바이올렛의 하녀복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면서 전임자인 케이트의 옷을 임시로 입으라고 한다. 알고 보니 저택에서 주최하기로 유명한 지역 축제를 고작 한 달 남기고 하녀 케이트가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다. 그녀 대신 뽑힌 바이올렛은 미심쩍은 하녀 케이트의 실종에 관심이 생긴다. 하지만 그것을 파헤칠수록 더욱 깊은 의문만 생길 뿐이다. 이 수상한 저택에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자신을 무수히 둘러쌀 시선과 눈치를 뒤로하고 케이트는 사라진 것일까.

아니, 그녀는 제거됐을지도 모른다.

 

 

케이트가 사라졌다.

새로운 하녀를 뽑아야 함은 자명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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