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 두 사람의 서글프고도 먹먹한 삶이 담긴 이야기 ‘어느 이름 없는 무당의 죽음’ 공모(감상)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어느 이름 없는 무당의 죽음 (작가: 박윤윤, 작품정보)
리뷰어: youngeun, 23년 8월, 조회 35

삶을 살아가다 보면 한번쯤 들어보았던 말이 있다.

‘딸은 엄마 팔자 닮는다.’

어느 누군가에게는 희망적이지만 또 다른 어느 누군가에게는 부정하고 싶은 말일지도 모른다.

가장 사랑하는 딸을 둔 무당이었던 엄마와 이 세상에 가족은 무당인 엄마뿐이었던 딸,

두 사람이 딸은 엄마 팔자 닮는다는 말을 듣게 된다면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평범한 직장인인 딸은 무당인 엄마의 모습을 애써 외면한 채 살아간다.

큰 돈을 벌지도 못하고 부정적인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면서도

사람들의 염원을 이뤄주기 위해 무시무시한 작두 위에 올라타 굿을 하고

매일 정성스럽게 신을 위한 절을 하는 엄마가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러운 엄마의 사망으로 함께 살았던 집을 정리하며 엄마를 다시 떠올려본다.

딸이 가장 좋아하는 소불고기, 학창시절 졸업식마다 찍은 딸의 사진, 어린 시절 딸이 써준 편지

낡은 옷가지와 지갑, 샘플 화장품, 엄마의 흔적은 이것뿐이다. 엄마의 공간, 엄마의 삶은 온통 딸이다.

나를 향한 엄마의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된 딸은 전 재산을 바치고 오직 엄마를 위한 굿을 한다.

다음 생에서는 누구를 대신한 삶이 아닌 자유롭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딸의 염원으로 끝이 난다.

 

엄마는 아빠 없이 혼자 아이를 키웠다는 미안함, 무당이라는 직업이 딸에게 대물림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자책감을 느낀다.

딸은 무당인 엄마의 힘듦과 슬픔을 은연중으로 알았지만 선뜻 먼저 다가가지 못한 채

엄마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한 미안함, 뒤늦게나마 엄마의 사랑을 깨닫고 어렸던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며 후회한다.

어느 누구의 잘못도 없지만 문장마다 서로에 대한 미안함이 곳곳에 묻어나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낀다.

 

작가님의 필력은 신을 위해 절을 하는 엄마의 모습과 문 밖에서 그 모습을 애써 외면하는 집,

엄마를 떠나보낸 장례식장, 엄마를 위한 굿판에 내가 함께 있는 것처럼 생생하고도 아련한 느낌을 들게 한다.

아름답고도 서글프다.

 

노래 가사인 ‘마지막 선물, 잊어 주리라. 별이 지고 이 밤도 가고 나면 내 정녕 당신을 잊어 주리라.’

하지만 엄마와 딸, 두 사람은 서로를 절대 잊지 못할 것임을 확신할 수 있다.

내 목숨보다도 사랑한 딸을 위한 엄마의 마음, 엄마가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았으면 하는 딸의 마음.

한동안 두 사람의 모습과 마음이 문득문득 떠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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