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았다. 영민아.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나 홀로 숨바꼭질 (작가: 지현상, 작품정보)
리뷰어: 0제야, 23년 8월, 조회 17

여고괴담, 분신사바 등 학교에서 일어나는 괴이한 일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를 흔히 ‘학교 괴담’이라 한다. 특정 몇몇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의 주제로 시작했을 이 소재는 이제 하나의 장르를 형성했고 독자에게 익숙한 내러티브가 되었다.

‘학교’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공간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학교의 교실, 복도, 화장실을 떠올려보라. 아마 크게 독특한 이미지가 생각나지는 않을 것이다. 정형화된 사각형과 열을 지어 정돈된 책상, 같은 교복을 입고 앉아 있는 2, 30명의 학생. 왠지 코끝을 스치는 듯한 냄새마저 익숙하다. 이처럼 학교는 개성도 특이성도 없는 장소다. 심지어 매일 학습이 이루어지는 정숙하고 조용한 공간이기도 하다. 그런 곳이 어쩌다 무시무시한 괴담의 소굴이 되었을까.

학교는 몰개성한 곳이지만, 동시에 대부분 사람에게 친숙하다. ‘이야기’가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 익숙해야 한다. ‘익숙’하다는 것은 ‘평범’하다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우리는 ‘편한 옷’을 ‘평범한 옷’이라고 하지 않는다. 이야기에도 ‘편한’ 소재가 있다. 물론 먼 미래나 닿을 수 없는 우주 등 완전한 새로움을 시도하는 콘텐츠도 있다. 이런 시도는 ‘창작’이라는 이름으로 언제나 이루어져야 한다. (장르로서의 SF에서 대체로 그러하다) 그들은 ‘개성’으로 차별화를 꾀한다. 그러나 늘 새로울 때 주목받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익숙할 때 환대받는 장르도 있다. 공포는 익숙해야 한다. 우주 괴담, 미래 괴담보다 학교 괴담, 엘리베이터 괴담, 화장실 괴담이 빠르게 유행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아주 먼 우주나 가늠할 수조차 없는 미래 등 낯선 시공간을 배경으로 공포소설을 썼다고 가정해 보자. 독자는 그 이야기를 읽는 동안은 온몸이 곤두서는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책을 덮으면, 적어도 일상으로 돌아온 그에게 소설의 내용을 다시 떠올릴 만한 일은 많이 없다. 하지만 누군가 학교 화장실을 배경으로 하는 공포소설을 한 권 읽었다고 해보자. 책을 읽는 동안 소름이 끊이지 않을 만큼 무서운 이야기다. 그리고 책을 덮은 독자.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학교에 간다. 수업 중 잠시 배에 신호가 와 화장실에 간다. 당연히 강의 중간에 나왔기 때문에 화장실에는 아무도 없다. 볼일을 보고 손을 씻다 문득, 화장실 거울을 본다. 전날 소설에서 나온 입이 쭉 찢어진 귀신이 거울 뒤쪽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 기분이 든다. 그렇게 며칠, 심한 경우 몇 주, 몇 달간 화장실에 갈 때마다 그 이야기가 떠오른다.

이처럼 일상적인 공간은 특히 공포 장르에서 독특한 기능을 수행한다. 이야기의 일상성은 허구의 스토리텔링으로 그칠 수 있는 내용을 현실로 전위하기 때문이다. 독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되뇌며 무한한 으스스함을 느낀다. 분신사바도, 여고괴담도, 엘리베이터 귀신도, 화장실 귀신도, 여타 고전이 된 다수의 괴담도 이런 과정을 거쳐 대중성을 얻었으리라.

학교에서는 특히 밤에 신비한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스스로 걸어 다니는 운동장의 동상이나 피 흘리는 소녀상, 성적이나 교우관계를 비관해 자살한 학생의 혼령 등 가히 공동묘지만큼 할 말이 많은 곳이 학교다. 이런 곳에서 술래를 피해 숨으려면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할까. 밤에 중요한 교과서나 숙제를 두고 와서 학교에 가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등이 주뼛 서도록 긴장하기 마련이다. 머리를 스치는 수많은 괴담, 그중 하나가 사실이라면 살면서 두 번 다시 보기 싫은 광경을 목격하게 될 테니까. 그런데 야밤의 학교에서 ‘나 홀로 숨바꼭질’이라니.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용기인가.

이 숨바꼭질은 정확히 말하면 ‘둘이서’ 하는 게임이다. 단지 한 명이 사람, 다른 쪽은 귀신일 뿐이다. “일종의 강령술”이라고 하는 귀신과의 숨바꼭질을 위해서는 “인형에 귀신을 불러들이고는, 칼로 몇 번 찔러 도발하고, 날 찾아보라며 어두운 어딘가에 숨어 있”어야 한다. 읽는 사람이야 흥미로울 수 있지만, 어디 실행에 옮기기가 쉽겠는가. 이런 일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우선 귀신보다는 사람이 먼저 도발되어야 한다. “치기 어린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들” 정도가 딱 좋겠다. 이런 일을 분위기에 휩쓸려 할 수 있는 나이라면.

어두운 밤, 한 고등학교 교실에 덩그러니 남학생이 홀로 서 있다.

손에는 칼과 인형을 들고.

 

 

첫 번째 술래는 영민이. 첫 번째 술래는 영민이. 첫 번째 술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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