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나이가 지나면 보통 사람들은 독립하기 마련이다. 독립을 한다는 건 자기만의 공간에서 스스로 살림을 꾸려나간다는 것. 그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주요 생활반경 근방의 주거환경, 편리성, 접근성 등을 따져본다. 생활이 편리할수록, 대중교통과의 접근성이 좋을수록, 동네 수준이 높을 수록 주거비는 상승한다. 특히 요즘들어 주거비는 핫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것들 중 하나다. 주거비가 만만찮다보니 주거비를 아끼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사용되는데 쉐어하우스, 청년주택, 저리대출 등 수많은 방법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직관적이고 쉬운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방값이 싼 곳을 찾는 것. 싼 게 비지떡이라고 싼 데는 다 이유가 있지만 잘 알아보면 의외로 괜찮은 물건을 찾는 것도 가능하다.
세경은 바로 그렇게 보증금 1000만원에 관리비 포함하여 월 35만원인 반지하방으로 이사왔다. 일신상의 이유로 제대로 된 독립생활을 해본 적이 없는 세경에게 반지하방에서의 첫 석 달은 무척이나 행복한 날들뿐이었다.
그러나 그 행복도 잠시, 세경은 집에서 기묘한 일들을 겪기 시작한다. 이상하게 부풀어오른 벽지라든지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라든지 하는 것들.
자신이 예민한가 스스로를 의심했던 세경은 결국 그 집에서 괴상한 일을 겪는다. 과거 자신의 방에서 일어난 일을 알게 되면서 세경은 왜 자신의 집이 그렇게 저렴했는지 이유를 깨닫는다.
세경이 오컬트적인 일을 겪으면서 과거에 자신의 집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되는 장면까지는 평범한 공포물의 전개를 따르는 것 같아 재밌게 읽었으나, 결말에 이르러서는 약간 김이 샜다. 무한한 악의를 가지고 모든 것을 저주하는 악령이 잘 와닿지 않았다고 해야할까. 물론 개인적인 의견이니 다른 독자들은 나와는 달리 생각할 수도 있다.
나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오히려 세경의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40이 넘도록 제대로 된 직업을 가져보지 못한 채 김밥집 이모를 하게 된 것인지 그게 더 궁금했다. 단순한 설정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 설정을 좀더 풀어서 보여준 뒤 결말과 연결지었으면 보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을까.
집으로, 부모님의 품으로 돌아간 세경이 앞으로 어떤 삶을 살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