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그랬을까요? 공모(감상)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타요리가나이의 사람들 (작가: 김은애, 작품정보)
리뷰어: 기다리는 종이, 23년 8월, 조회 46

이 리뷰는 본 소설 “타요리가나이의 사람들” 에 대한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짧고 좋은 소설이니, 혹시라도 본 소설을 읽지 않으신 분들은 바로 소설을 읽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 소설은 추리, 스릴러 소설입니다. 이 종류의 소설에서는 무언가 미스터리가 제시되고, 그 비밀이 결말에서 풀립니다. 범인은 누구인가? 머스타드 대령이다. 흉기는? 촛대로 머리를 때렸다. 장소는? 주방에서. 동기는? …. 이렇게 모든 것이 밝혀지고, 이야기에 담긴 비밀에 자신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던 독자는 모든 비밀이 밝혀지게 되며 스트레스의 해소, 즉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됩니다. 이 소설도 추리/스릴러 소설인 만큼, 그렇게 읽어도 전혀 문제가 없는 꽤 좋은 소설입니다. 다만, 혹시 이 소설이 이런 것을 의도했다면…? 이라는 생각, 이렇게 읽는다면 더욱 재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몇 자 적게 되었습니다.

추리 소설로써, 이 소설에서 전하는 미스터리는 명확합니다. 간절하게 소망한 이를 만날 수 있는 마을, 타요리가나이에 대한 소문을 우연히 듣게 된 주인공은 결국 그 마을로 향합니다. 그리고 정말로, 자신이 잃었던 소중한 존재인 3년 전 죽은 자신의 아내를 만나게 됩니다. 촌장은 다음 날 찾아와 비가 오는 날은 위험하니 절대 집 밖에 나와서는 안 된다고 하고, 주인공은 비 오는 나흘 동한 그녀와 꿈 같은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그러나 비가 그쳤다고 생각해 집 밖에 산책을 나온 부부는, 산사태가 일어난 것을 보고 마을 밖으로 도망칩니다. 비는 거세지고, 주인공은 발이 걸려 넘어졌다가 아내가 사라진 것을 알아차립니다. 애타게 아내를 찾던 주인공은 정신을 잃고, 마지막으로 통화했던 동료의 신고로 구조됩니다.

그리고 진실이 밝혀집니다. 타요리가나이에 피는 흰 꽃에는 알칼로이드 성분이 들어 있었고, 타요리가나이에는 그 꽃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흰 꽃이 핀 흰나무 터널, 만발한 꽃들, 우물에 띄워져 있던 흰 꽃잎들, 촌장이 건네준 말린 꽃잎 차까지요.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알칼로이드에 계속해서 노출된 상태였고, 간절하게 바라던 이를 만날 수 있다는 전설 때문에 집단적인 환각에 빠진 것이었죠.

모든 것이 밝혀지고 나니, 촌장이 왜 비 오는 날은 위험하니 나가지 말라고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흰 꽃의 향기가, 바라던 이를 만나게 해주는 그 기운이 비에 쓸려 사라지기 때문이죠. 주인공은 맨 처음 자신을 마을로 인도해 줬던 남자가 병원에 실려온 것을 발견하고, 그의 손에도 죽은 아내의 사진이 쥐어져 있을 뿐이라는 것을 보게 됩니다.

깔끔한 마무리이고, 좋은 설명입니다.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 주는 추리의 담백한 맛이 잘 느껴지죠.

 

그런데 다시금 이야기를 곱씹어 보면, “정말 이랬을까?, 이건? 뭐였지?” 이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들이 조금씩 발견됩니다.

 

대표적으로, 주인공을 마을에 인도해 준 쇼우타의 아내에 대한 묘사가 있습니다. 쇼우타는 자신의 아내에게 인사하고, 주인공도 그런 아내에게 고개를 숙입니다.

“제 아내에요.”

나는 남자의 시선이 향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디요?”

“저기요. 검은 단발 머리에, 갈색 옷을 입은 사람이요.”

“아아, 네.”

나는 남자의 아내에게 꾸벅 인사했다. 단발머리의 눈가의 점이 있는 그의 아내는 수줍게 고개를 숙여보였다. 남자는 행복한 표정이 되어 나를 돌아보았다.

단발 머리에, 갈색 옷을 입은 사람이라는 정보만 제공되었을 뿐인데, 갑자기 눈가에 점이 있다는 묘사가 추가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쇼우타의 아내는 존재하지 않았고 모두가 알칼로이드 환각에 빠져 있던 것이 맞을까요? 아니면, 쇼우타의 아내가 그 자리에 정말 실존했던 것일까요?

이 소설의 미스터리가 사실은 풀리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갑자기 모든 것이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합니다. 주인공은 우연히 들린 마을에서 우연히 만난 노인에게서 타요이가나리에 대한 전설을 듣게 됩니다. 그러나 사실, 전설은 술을 마실 때 그냥 이야깃거리로 나왔을 뿐입니다. 오히려, 주인공을 타요이가나리로 갈 수 있었던 것은 노인이 왼쪽 오솔길은 쳐다보지도 말고 그냥 내려가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장면 직전에, 주인공은 우연히 가지고 다니던 사진을 떨어트리고 노인이 그것을 보게 됩니다. 우리는 이제, 그것이 주인공 아내의 사진일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내를 잊지 못한 주인공이 아내의 사진을 항상 가지고 다녔던 것이죠.

인간의 뇌는 부정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유명한 영화 ‘인셉션’ 에서도 나오는 말로,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 라고 말하는 즉시 우리는 코끼리를 생각하게 되지요. 마찬가지로, 주인공에게 “절대 왼쪽 길로 가지 마라”고 말한 순간, 사실상 주인공에게 왼쪽 길로 가라고 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그 노인은 주인공이 타요이가나리로 가는 것을 은연중에 원했던 것 아닐까요?

그렇다면, 정말로 모든 것이 단지 흰 꽃의 알칼로이드 성분 때문이었을까? 라는 생각이 스물스물 올라오게 됩니다. 여기까지 간다면, 우리는 주인공이 갑자기 탁주를 마시고 정신을 잃었으며, 주인공을 챙겨 준 노인의 집에는 노부부의 사진이 있지만 어르신은 한 분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미스터리가 밝혀지는 것이 추리이며, 그 과정에서 우리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깔끔하게 끝난 추리 소설에서 밝혀지지 않은 미스터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소설을 잘못 읽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 소설이 오컬트나 호러 소설은 아니기 때문이죠. 사실은 별로 의미 없는 감상일 수도 있고, 쇼우타의 아내에 대해 새로운 정보가 추가된 것은 주인공이 아무렇게나 상상해낸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이 정말 흰 꽃의 알칼로이드 때문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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