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공모(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호수 혹은 바다, 그리고 대관람차가 있는 유원지 (작가: 권선율, 작품정보)
리뷰어: 애늙은이 늙은애, 23년 8월, 조회 54

효인이가 심경을 토로하며 치유되길 내심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면 그대로 비밀을 지킨 채, 자살하거나 영영 사라져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예상하던 결말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효인은 ‘나’에게 모든 것을 토로하고 치유되었다. 그러나 줄거리가 그리되었다는 것일 뿐, 나는 감흥을 얻을 수 없었다. 효인의 심경토로는 먹구름이 비를 쏟아내고 승천하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위태로운 민둥산이 작은 움직임 하나에 산사태가 쏟아져 내리는, 추락에 가까웠다. 효인이라는 어둡고 신비로운 캐릭터는 그토록 재잘거려서는 안 되었다.

 

심경토로 장면은 효인의 말이라기보다, 효인에 대한 작가의 설명에 가깝게 느껴졌다. 내가 감흥을 느끼지 못한 것은 아마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마지막 장면도 조금 아쉬웠다. 아마 효인과 여관으로 향한 것은 ‘나’의 상상이거나 아예 결말을 두 개로 한 것 같은데, 나는 기본적으로 이런 구성을 좋아하지 않는다. 결말 두 개를 보느니 차라리 빗속에서 효인을 붙잡는 그 장면 이후를 생략해서 열린 결말로 만드는 것이 나았을 것 같다.

재밌는 점은, 작품에서 작가의 취향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어느 작품이나 본인 취향이 들어갈 수밖에 없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 향이 조금 짙다. 겉으로 보면 전적인 효인의 오해 같겠지만, 이 관계는 쌍방이다. 결혼반지를 숨기려다 마는 ‘나’의 태도에서 작가의 의도가 드러나는 듯하다. 나중엔 아예 여관에서 관계를 맺음을 암시하기도 하고.

 

후반부를 제외하면 꽤 괜찮은 소설이다. 필력도 상당하다. 술술 읽혀서 순식간에 스크롤을 전부 내렸다. 작품성을 놓고 보자면, 글쎄. 작품성을 위한 시도는 보이지만, 후반부 때문에 조금 묻히는 감이 있다. 작품을 읽으면서 실망하게 되면 그런 미장센은 안중에서 나가버리는 법이다.

 

그래도 호수와 바다의 경계선, 그 위에 선 등장인물들을 상상하니 시각적인 심상은 독특하고 특유의 분위기가 잡히는 것 같아서 괜찮게 읽었다.

 

+ 효인이는 어둡고 신비로운 캐릭터가 아니라 폭력을 당하는 여고생일 뿐이라는 반론은 받기 힘들 것 같다. 기술했듯이, 나는 이 작품에서 작가의 취향을 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효인이는 단순한 폭력을 당하는 여고생이 아닌, 어둡고 신비로운 캐릭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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